[SPO CRITIC] 코치 충원 보다 시급한 문제, 기술위도 보강+쇄신 필요하다
작성일: 2017.09.27 19:03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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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26일 오전, 대한축구협회 기술분과위원회는 많이 바빴다. 이날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제7차 기술위원회를 열고 회의를 했다. 핵심 이슈는 거스 히딩크 감독의 활용 방안, 23세 이하 대표 팀 감독 선임건이었다. 오전 11시 언론에 결과를 브리핑할 예정이었는데, 30분 여 시간이 더 흐른 뒤에 김호곤 기술위원장이 나타났다.
“많은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하다. 오랜 시간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 계속 회의를 하다 보니 제정신이 아니다. 이해하시고. 준비를 단단히 하고 와야 하는데, 여러분이 기다리고 있으시니, 미숙한 점이 있어도 이해 바란다.”
김 위원장은 약속 시간이 늦은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하며 브리핑을 시작했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오전 회의로 논의된 안건이 모두 다섯 가지. 1) 월드컵 최종 예선 마지막 2경기 평가 분석 2) 월드컵 본선까지 주요 일정 검토 3) 신태용 감독이 요청한 외국인 코치와 피지컬 코치 추가 문제 4) 거스 히딩크 감독의 도움을 받는 방안 5) 23세 이하 대표 팀 감독 선임이다.
약속된 오전 11시까지 회의를 마치기 어려운 것이 당연했다. 각각 안건을 하나씩만 면밀히 살피고 논의해도 한 시간은 부족하다. 김 위원장은 “월드컵 최종 예선 경기 평가와 앞으로 일정은 기술위원회에서 특별히 결정한 것은 아니고,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 부족한 점, 추가할 점을 보충해 달라고 의논했다”고 했다. 앞선 두 안건 자체로도 본 회의 주제라면 두 시간이라는 시간이 모자랄 것이다.
◆ 허겁지겁 일 처리, 정밀하지 못한 기술위원회
이날 오전 현재 기술위원회가 갖고 있는 문제가 단적으로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 대부분 시간을 언론과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히딩크 감독 활용 방안에 대한 이야기로 썼다. 김 위원장의 브리핑 이후 기자들 질문과 답변까지 30여분 동안 진행됐는데, 김 위원장은 여러 질문에 뾰족한 답을 할 수 없었다. “내부적으로 이야기는 했지만 히딩크 감독을 만나 그의 생각을 들어 봐야 한다.”
김 위원장은 ‘이메일’로 히딩크 감독과 소통했고, 러시아와 평가전이 열리는 날 히딩크 감독을 만나 논의하겠다고 했다. 히딩크 감독과 서둘러 만나 당장 러시아전부터 기여할 수 있는 내용을 모색하고, 대표 팀과 협회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소모적인 논쟁을 한시라도 빨리 매듭 지을 필요가 있다. 협회는 이번에도 금 같은 시간을 흘려 보내고 있다.
이날 신태용 감독 체제로 치른 월드컵 예선 두 경기를 평가한 내용도 구체적이지 않았다. 히딩크 감독을 선임하라는 여론이 거세게 일었던 배경에는, 지난 두 경기가 보여 준 실망이 있었다. 신 감독이 막 부임해 결과를 내기 위해 짧은 시간 준비해야 한 상황이라는 점 외에, 기술위 차원에서 경기력을 분석하고, 평가한 뒤 진짜 문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하고 개선할지를 소상히 밝히는 것이 논란을 일축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두 경기를 어떻게 평가했는지는, 브리핑이 아니라 기자들 질문이 나온 뒤에 발언했다. “긍정적인 내용은 선수들 기동력과 투지가 강해졌다는 점이다. 경기에 나서는 자세가 헌신적이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최종 예선에서 아쉬웠던 점,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전의 부족했던 내용에 대해 설명을 이었다.
“정예 멤버를 구성해서 경기해야 했다. 그전에 너무 멤버 교체가 많았다. 정예 멤버가 되지 않아 좋은 경기를 못했다. 소유를 위한 소유만 있었다. 전진을 위한 소유가 돼야 하는데 공격 템포가 느렸다. 수비 빌드업에 패스 미스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두 경기에서 롱패스가 많았는데, 그에 대한 리바운드 캐치가 원활하지 못했다. 보완할 점은, 앞으로 만날 상대는 더 강하기 때문에 상대가 더 공을 소유할 것이다. 공격할 때는 빠른 스피드로 하고, 수비로 전환할 때는 많은 숫자가 내려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술위원회의 평가는 일반론적인 내용이었다. 김 위원장은 추후 “홍보실에서 자료를 줄 예정이니 참고하라”고 했다.
히딩크 감독에 관련한 질문과 답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날 발표된 2018년 자카르타 하계 아시안게임 감독에 대한 이야기는 충분히 다뤄지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2020년 도쿄 하계 올림픽과 분리 운영을 결정했다고 발표하며 김봉길 전 인천유나이티드 감독을 선임했다고 했다.
“전남과 인천에서 코치를 잘 수행했고, 2012년부터 3년 동안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을 맡은 기간에도 지도 능력 발휘했다. 강인한 면도 있지만 부드러운 성격으로 선수들과 소통하는 친화력이 있다. 23세 이하 젊은 선수를 잘 지도할 거라고 기술위원들이 평가했다.”
추가 질문이 나오자 “8명의 감독이 물망에 올랐다.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마지막에 결정했다”고 했다. 실제로 김봉길 감독은 이날 오전 11시께 연락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4일 신태용 감독이 국가 대표 팀 사령탑에 선임됐을 때도, 기술위 진행 도중 전화를 통해 연락이 갔다.
국가 대표 팀도, 23세 이하 대표 팀도 선임 과정과 발표 내용은 더 정밀해질 필요가 있다. 함께 논의 대상에 오른 인물을 공개할 필요는 없지만, 논의와 협상, 그리고 발표로 이어지는 과정이 속전속결이었다.
촉박한 시간 동안 회의했고, 부랴부랴 회견장에 온 김 위원장도 경황이 없었을 것이다. 언급한대로 이날 논의 내용이 많았다. 그렇다면 더 여유를 갖고 회의를 진행해야 했다. 브리핑 시간에 맞춰 급하게 정리할 것이 아니라, 브리핑 시간을 늦추더라도 꼼꼼하게 살펴야 했다. 애초에 브리핑 시간에 쫓기지 않게 일정을 구성해야 했다.

◆ 대표 팀 상황에 집중하기 어려운 ‘비상근’ 기술위
문제는 그러기 어려운 기술위가 조직됐다는 점이다. 기술위 가운데 상근 멤버는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을 겸하는 김 위원장과 대한축구협회 연구 지도자로 일하고 있는 최영준 기술위원 정도다. 그외엔 조긍연 한국프로축구연맹 경기위원장, 조영증 연맹 심판위원장과 박경훈 성남 FC 감독, 황선홍 FC 서울 감독,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 등 현직 프로 감독, 하석주 아주대 감독, 김병지 전 대표 선수로 구성됐다.
박경훈, 황선홍, 서정원 위원의 경우 팀 성적에 민감한 시기다. 더불어 국가 대표 팀과 연령별 대표 팀의 후보군에 들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애초 기술위원으로 합류하면서 전력을 쏟고, 기여하기 쉽지 않은 처지에 있는 인사다. 기술위가 여러 안건을 허겁지겁 처리할 수 밖에 없었던 데에는 구성 단계부터 비상 시 운영되는 시스템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상근 인사가 중심적으로 일하고, 비상근 인사는 회의 당일 몇 마디 의견을 밝히고, ‘투표권’을 행사하는 일 정도 외에는 하기 어렵다.
실제로 현 기술위가 구성됐을 때 김 위원장은 이란, 우즈베키스탄전을 어떻게 준비하고 또 분석할지 묻자 “기술위원들과 맥주 한잔하며 경기를 볼 것”이라고 했다. 대표 팀을 둘러싼 위기감이 극에 달했던 순간 김 위원장의 발언에 현장에 있던 취재 기자 다수가 적잖이 당황했다.
당시 기술위는 23세 이하 대표 팀 감독 선임도 함께 진행하려 했는데, 대상자가 거부 의사를 밝혀 차기 회의로 미루고 정정용 U-18 감독 대행 체제로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 예선을 치렀다. 동티모르와 비기고 베트남에 역전승을 거둬 예선 탈락 위기를 간신히 넘겼다. 김 위원장은 선임을 미루면서 “탈락하면 내가 책임져야지”라고 했다. 설마 그런 일이 있겠냐는 반응이었다. 그런데 그런 일이 벌어질 뻔했다.
◆ 위기 불감증…기술위는 더 정밀하고 체계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부진한 경기력을 거듭하며 간신히 예선 2위를 유지하고 있을 때도, 전임 기술위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기술위는 기록으로 드러나는 정량 평가 외에 정성 평가로 대표 팀을 진단하고, 개선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밀도 있는 논의와 평가 시스템이 구축돼 어 있어야 한다. 비상 시 개최되는 기술위원회로 개별적 의견을 주고받는 것으로 ‘중대 안건’을 결정해 왔다. 대표 팀 경기력과 성적은 감독과 코칭스태프만 책임질 문제가 아니다. 이들을 지원하는 기술위원회에도 같은 책임이 따른다.
김 위원장이 밝힌 이날 이슈 가운데 또 한 가지는 대표 팀에 외국인 코치와 피지컬 코치를 충원하는 문제였는데, 신태용 감독이 요청한 것으로, 기술위를 거쳐 충원을 확정했다고 했다. 누구를 어떻게 만날지는 이제부터 찾아봐야 한다. 통상적으로 대표 팀 코칭스태프 구성은 감독에게 권한을 주는 데,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에도 국제 경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톤 두 샤트니에 전 위트레흐트 감독을 전력 분석 코치로 영입해 활용한 바 있다.
이 문제는 신태용 감독이 그동안 연령별 대표 팀에서 함께 일했던 전경준, 김해운 코치 외에 저력분석관으로 슈틸리케 감독과 일했던 차두리 코치, 은퇴 이후 이제 막 지도자 경력을 시작한 김남일 코치로 스태프를 꾸리며 예견된 문제다. 코칭스태프의 경험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신 감독의 개별 요청이 아니라, 김 위원장을 필두로 한 기술위가 선제적으로 고민하고, 본선 진출이 확정된 시점에 이미 고민과 논의 물색 작업이 진행돼야 했다.
당장 10월 러시아-모로코와 친선경기부터 본선 대비 시스템이 정밀하게 가동돼야 한다. 홍명보 전 월드컵 대표 팀 체제도 최종 예선전 등을 치르지 않고 1년간 평가전 성격의 경기만 치른 뒤 본선에 나선 것이 팀을 밀도 있게 운영하지 못한 원인이 됐다. 4년 만에 비슷한 상황에 다시 처했는데, 기술위 지원과 대비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이 불안한 것은 ‘경험적 반응’이다.
슈틸리케 감독 재임 기간에도 외국인 수석 코치와 스포츠 과학자를 충원한다고 했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이번에 어떻게 찾게 되더라도, 이들이 '원팀'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히딩크 감독 논란을 야기한, 새 대표 팀 코칭스태프 구성부터 정밀하지 못했고, 그 책임은 부실한 기술위원회에 있다. 현역 감독과 선수 출신 인사의 경험도 필요하지만, 기술위는 이와 더불어 국가 대표 팀과 연령별 대표 팀의 감독과 스태프를 구성하고, 이들을 다방면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이 돼야 한다.
대표 팀이 강해지기 위해선, 대표 팀 코칭스태프만 보강하고 충원할 것이 아니라, 기술위원회도 보강하고 쇄신해야 한다. 어쩌면 이번 만남에서, 히딩크 감독에게 상징적인 임무일 수 밖에 없는 기술 고문보다, 기술위원장 자리를 제안하는 것이 하나의 방책일 수도 있다. 제7차 기술위원회가 남긴 것은 여전한 위기 불감증과 불안뿐이었다.
글=한준 (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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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 기자 hjh@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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