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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의 작전판] 무한 스위칭+좁은 간격…콜롬비아 몰아친 능동적 4-4-2

작성일: 2017.11.11 05:00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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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콜롬비아 선발 포진도 ⓒ김종래 디자이너


[스포티비뉴스=수원, 한준 기자] 신태용 대한민국 축구 대표 팀 감독이 자신의 ‘공언’대로 경기했다. 한국 대표 팀은 상대 보다 한 발 더 뛰었다. 콜롬비아를 상대로 경기 내내 활동량 우위를 점하며 공을 지배했다. 공수 어느 상황에서나 한국 선수들의 숫자가 많았다. 상대와 일대일로 마주할 상황이 없었다. 철저히 팀으로 뛰었다. 

콜롬비아 수비수 크리스티안 사파타는 손흥민이 두 골을 넣었지만 “한국은 팀으로 뛰더라. 팀으로 잘했던 점이 한국이 이길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했다. 이날 경기 최우수 선수로 선정된 멀티골의 주인공 손흥민도 “내가 혼자 만든 골이 아니라, 모두가 다 함께 만든 것”이라고 했다. 

◆ 많이 뛰고, 거칠게 뛰다…완벽했던 전방 압박, 타이트한 간격 유지

신태용 감독도 콜롬비아전 승리의 키포인트를 “협력 수비”라고 했다. “콜롬비아는 남미 팀이고 세계적 강호다. 우리가 일대일 상황에선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판단했다. 우리 키 포인트는 협력 수비다. 하나가 제쳐지면 한 명이 커버하고, 그렇지 않으면 더블로 막을 수 밖에 없다. 그런 부분을 선수들이 잘 해줬다.”

‘순한 축구’는 없다고 했던 말도 그대로였다. 최철순과 고요한이 거칠게 콜롬비아의 에이스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괴롭혔다. 한국 선수들은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한국 센터백 장현수와 권경원은 콜롬비아의 장신 공격수 두반 사파타(189센티미터)와 공중볼 경합, 몸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공격 상황에서도 이근호와 권창훈, 손흥민은 콜롬비아의 건장한 수비수 크리스티안 사파타(187센티미터), 다빈손 산체스(187센티미터) 사이에서 대등하게 경합했다. 몸으로 비비고 들어가는 상황에서 이근호는 완력과 순발력에서 우세했다. 크리스티안 사파타는 “한국 선수들이 성격이 강하고 호전적이더라”며 터프했다는 소감을 말했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무엇 보다 뛸 수 있어야 한다. 장거리 원정의 피로도 있지만, 한국을 얕보고 있다가 거센 압박에 당황한 콜롬비아는 제대로 뛰지 못해서 한국에 당했다. 손흥민도 “많이 뛰는 팀이 이긴다”고 했다. 신 감독은 이번 대표 팀에 젊고 잘 뛰는 선수를 중심으로 하겠다고 했다. 이근호는 “흥민이, 나, 창훈이 모두 많이 뛰는 선수들이라 가능한 부분이었다”며 전방 압박이 잘 된 이유를 설명했다. 

▲ 놀라운 전방 활동력을 보인 이근호 ⓒ한희재 기자


◆ 하메스 묶은 고요한, 콜롬비아 풀백 밀어낸 측면 공략

신 감독은 콜롬비아의 에이스 하메스를 막기 위해 고요한에게 전담마크 주문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사실 고요한 선수는 제가 서울 경기 많이 보면서 농담으로 그런 얘기했다. 내가 지금 K리그에 있는 선수들 중 가장 더럽게 공 찬다. (웃음) 사실 하메스 선수가 몸싸움이나 이런 것 싫어하는 선수 중 하나다. 거칠게 상당히 신경질적으로 반응 보일 가능성 높으니, 그런 부분에서 하메스를 가장 가깝게 맨투맨 시켰다. 따라다니면서 그런 부탁을 했는데, 100% 내가 부탁한 것을 만족하게 했다. 오늘 하메스에 전담 마크맨 두고, 피치에서 벗어나면 자기 지역을 지키고, 안으로 들어오면 근접하게 맨투맨 시켰다. 만약 벗어나면 주위 사이드로 빠져나가니까 권창훈, 이재성 선수에 맨투맨 시키고, 그렇게 한 부분이 효과 본 것 같다.”

토트넘홋스퍼가 손흥민을 투톱으로 활용한 것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 신태용 감독은 이날 그동안 한국 대표 팀이 사용한 적 없는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손흥민과 이근호를 투톱으로 두고, 좌우 측면 미드필더로 이재성과 권창훈을 배치했다.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로 기성용, 고요한 조합을 둔 것도 새로웠다. 포백 라인은 김진수-권경원-장현수-최철순으로 구성했다.

한국은 시작부터 라인을 높였다. 투톱과 좌우 측면 미드필더, 고요한까지 5명의 선수가 전방에서 그물을 치고 강한 전방 압박을 펼쳤다. 포백 라인도 미드필더 라인과 타이트하게 간격을 유지했다. 수비시에는 4-4-2 대형으로 콤팩트한 두 줄 수비를 했다. 중앙 지역 공간을 차단했다. 

이근호는 “간격이 좁아졌다. 월드컵을 대비해 수비적인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흥민이부터 승규까지 간격을 좁혔다. 힘들지만 많이 뛰면서 압박해갔다. 다행히 선수들이 잘 따라준 것 같다"며 이날 경기에서 잘 된 부분을 헌신적으로 뛰며 팀 플레이를 구축, 라인 사이 밀도를 높인 것이라 설명했다.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선 콜롬비아는 한국의 수비 그물에 갇혔다. 미드필더 아벨 아길라르는 패스할 곳을 찾지 못했다. 지오반니 모레노는 한국의 압박 수비에 허무하게 공을 잃었다. 마테우스 우리베는 경기에 관여하지 못했다. 세 명의 중앙 미드필더가 부진하면서 하메스 로드리게스와 두반 사파타 등 콜롬비아의 창은 고립됐다. 

콜롬비아 취재진은 풀백의 부진을 주목했다. 콜롬비아 풀백 라인은 이번 경기에 새로 구성되어 센터백 및 미드필드진과 호흡이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 레프트백 테시요의 뒷공간을 손흥민, 이근호, 권창훈이 번갈아 습격해 균형을 깨트렸다. 풀백이 뒤로 밀려 내려가면서 콜롬비아의 중원은 더 헐거워졌다. 공을 줄 곳을 찾기 어려워진 이유, 공수 간격이 벌어진 이유였다.

페케르만 감독은 "풀백에게 공격적인 플레이를 주문했다. 한국 측면 선수들이 빠르고 조직력이 좋아서 힘들었다. 선수 개인적으로는 말하기 어렵다. 전반전에는 우리가 아주 어려웠다. 조직을 갖추지 못했다. 풀백과 협업, 중원에서 우리베와 모레노가 첫 번째 패스 과정에서 잘 하지 못했다. 한국은 수비적으로 많은 사람이 가담했다. 그래서 우리는 라인 사이로 패스하지 못했고, 공을 잃으면 역습 당했다. 아주 힘들었다. 아주 까다로웠다. 풀백이 계속 어려웠다. 그래서 풀백이 올라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 전술적으로 치열하게 연구하고 준비한 신태용 감독 ⓒ한희재 기자

◆ 토트넘식 투톱, 손흥민에게 자유를 주다

“ 이번에 토트넘 경기를 많이 보면서 흥민이가 어떤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우리 팀이 좋아질까 그런 고민 많이 했다, 그런 고민하면서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4-4-2 형태로 가야 하지 않을까 그게 상대 하메스 선수 움직임을 많이 파악하면서 4-4-2 형태로 가야만 투 블록 만들면서 상대를 우리 그리드(우리) 안에 갖춰서 경기 못풀 게 만들게 그런 부분이 적중했다. 짧은 기간에 사실은 영상을 많이 보면서 콜롬비아랑 남미 월드컵 예선 했던 팀 거기에 파라과이가 경기한 영상 많이 보면서 힌트를 얻었다. 우리도 4-4-2에서 양쪽 윙 포워드에 재성이 창훈이 생각해서 뽑은 것이 워낙 움직임 많고 젊은 선수들이다 보니 체력적으로 많이 도움이 됐다. 그런 부분 많이 수비할 때 안으로 좁히고 공격할 때 벌리면서 전개한 게 잘 해준 것 같다.”

철저한 분석이 승리의 요인이었다. 콜롬비아에 대해선 스페인 대표 팀 시절 콜롬비아와 경기를 하며 미리 준비해둔 자료를 갖고 있던 토니 그란데 코치의 도움이 적지 않았다. 비디오 미팅을 한 시간 가량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요한은 “개인 분석, 팀 분석 다 했다. 하메스가 왼발을 잘 써서 왼발쪽 막으려고 했다. 막으면 신경질 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그란데 코치가 이야기 해주셨다. 그 부분이 잘 맞았다"고 전했다. 

하메스를 막는 데만 집중한 게 아니다. 한국은 전방 압박으로 콜롬비아의 후방 빌드업을 무력화시키며 경기를 주도했다. 공격 상황에는 손흥민과 이근호, 이재성과 권창훈이 쉼 없이 자리를 바꿔가며 스위칭 플레이로 콜롬비아 수비를 교란했다. 고요한은 빠른 타이밍의 논스톱 패스로 공격진을 지원했다. 권창훈과 이근호가 힘있는 돌파로 콜롬비아 배후 공간을 위협해 간격을 벌렸다. 

손흥민은 “근호 형이 많이 뛰니까 내게 공간이 생겼다”고 했다. 전통적인 타깃 스트라이커 대신 빠르게 많이 뛰는 선수들을 전방에 배치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났다. 상대는 누가 어디서 달려들지 예측하기 어려웠고, 손흥민은 그로 인해 고립되거나 정체되는 일이 없었다. 손흥민-이근호-권창훈은 활동력, 속도, 창조성에 결정력을 두루 갖춘 윙어형 스트라이커다. 

타깃형 공격수 없이도 롱볼 플레이가 가능했다. 도전적으로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최후방 수비 라인의 직격 패스도 좋았다. 김진수, 권경원, 장현수는 콜롬비아 문전 위험 지역에 틈이 보이면 주저 없이 롱패스를 보냈다. 그럴 때마다 전투적으로 달려든 한국 공격진에 콜롬비아 수비가 허둥댔다. 

권창훈은 벼락 같은 왼발 슈팅으로 두 차례나 카세테야노스 골키퍼를 괴롭혔다. 한국은 간격을 좁게 유지하며, 콜롬비아의 간격을 벌리는 데 성공했다. 치밀했다. 줄리에타 곤살레스 ESPN 콜롬비아 기자는 “한국은 전술적으로 최고의 경기를 보여줬다. 매력적이었다. 마치 독일 축구를 보는 듯 효율적이었다”고 호평했다. 

▲ 자신감을 되찾은 한국 대표 팀 ⓒ한희재 기자


◆ 투혼의 부활, 실마리와 자신감 찾은 신태용호

추운 날씨, 먼 거리로 원정 경기를 온 콜롬비아가 정상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한 점도 사실이었다.하지만 전술적으로 규율이 좋았고, 선수들의 집중력도 좋았다. 투지 넘치는 축구, 한 발 더 뛰는 축구, 헌신적인 축구를 했다. ‘투혼’의 부활이었다. 

손흥민이 전반 41분 골라인 밖으로 나가던 공을 끝까지 따라가 몸을 던져 살린 장면은 한국 팀의 정신이 회복되었다는 것을 보여줬다. 선수들이 경기에 몰입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 축구는 최근 역대 최악의 위기 상황이라는 질타를 받았다. 마침내 바닥을 치고 일어났다. 

이날 경기에서 기성용은 중원에서 빌드업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했다. 볼을 쥐고 운반하는 데 자신감도 회복했다. 두 센터백 사이로 내려가 변형 스리백 전환도 무리 없이 수행했다. 한국은 이날 전술적으로 다양한 점에서 월드컵 본선의 실마리를 찾았다. 

후반전 한국은 많은 활동량을 보인 이근호를 빼고 이정협을 투입했다. 전반전에 비해 돌파 옵션이 줄었지만 손흥민과 권창훈이 더 돋보이는 경기를 했다. 고요한은 중앙 지역에서 간결한 논스톱 패스로, 기성용과 이재성은 안정된 공 관리로 여전히 중원 주도권을 내주지 않았다. 좋은 위치 선정으로 중원 지역에서 콜롬비아의 공격 전개를 원천 봉쇄했다.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 눈에 띄지 않았지만 길목을 막는 이재성의 수비적 장점이 잘 드러났다.

후반 16분 고요한의 패스에 이은 손흥민의 골이 나온 뒤에 콜롬비아는 추격의 동력을 잃었다. 10월 A매치에서 한국이 나중에 따라 붙어 만회골을 넣은 게 큰 위안이 되지 않은 것처럼, 콜롬비아전 2-1 승리도 스코어 이상의 만족감을 줬다. 

“월드컵까지 선수들이 많은 자신감 갖게 됐다. 이제 신태용호 색깔에 맞는 자신감이 있다. 오늘 승리가 나한테 뿐 아니라 선수들에게 상당한 원동력이 될거라고 믿고 있다.” 신 감독은 부임 후 3달 가까이 이어진 비판론과 의심을 극복하고 환하게 웃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중심을 잡았다. 

홈에서 치른 평가전 승리에 너무 큰 의미 부여를 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그럼에도 강호 콜롬비아를 상대로 한 승리는 의미가 있다. 선수들이 사기를 올리고 자신감을 되찾았으며, 전술적 방법론을 찾았다는 성과는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글=한준 (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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