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in 지바, 결산③] 지바에서 열린 女축구제전, 3일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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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지바(일본), 글 조형애·영상 임창만 기자] 참 원 없이 여자 축구와 함께 했다. 늘 그렇듯 관심은 덜했고 기대는 높았다. 외모는 축구보다 주목을 더 끌었다. 다르다면 이게 전부다. 승부의 세계는 냉혹했고 같은 장소에서 짧은 휘슬 소리에 승패가 갈렸다. 출장 일수가 길어질수록 정신이 온전치 않아진다. 여자 축구 제1경기 킥오프부터 세리머니까지 가까이서 지켜본 일이 뒤엉키기 전에 되짚어 보려는 이유다.
지바에서 하루는 유독 길다. 신주쿠에서 버스로 한 시간 반여. 기절하듯 잠을 청하고 나면 어느덧 버스는 소가 스포츠 파크 앞에서 문을 연다. 2017 동아시안컵(EAFF E-1 풋볼 챔피언십) 여자부 전경기가 펼쳐지는 곳이다.
첫 날엔 북한 응원단에 놀랐고 두 번째 날엔 남북전 미묘한 긴장감에 떨었다. 세 번째 날엔 희비가 교차하는 순간, 곧이어 이어진 화려한 시상식과 세리머니에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다시 돌아봐도 첫 날 북한 응원단이 준 인상은 강렬했다. 도착하자 마자 정신 없이 마주했던 붉은 응원단. 쉴 새 없이 "필승 조선"을 외쳤고 북한은 보란 듯 이겼다. 한일전은 치열했다. 사실상 대회 분수령으로 여겨졌던 경기. 윤덕여호는 접전 끝에 2-3으로 무너지며 힘겨운 대회 시작을 알렸다.
3일 만에 다시 찾은 소가 스포츠 파크에서는 대망의 남북전이 펼쳐졌다. 타지에서 열리는 그들만의 경기. 1-1 무승부를 거뒀던 '4월의 기억'이 두 팀에 다르게 적혀 있었다. 무승부 이후 골득실에서 앞서 1위를 차지하고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진출한 한국은 호되게 당했다. 이를 갈고 나온 북한은 1-0으로 이기고도 "아직 4월의 한이 깨끗이 풀리지 못했다"며 분해 했다.
지바를 다시 찾은 건 그로부터 또다시 3일 뒤인 15일이다. 1,2차전 이야기는 르포를 통해 이미 온라인에 배포된 바. 여기서부터 다시 압축을 풀고 소상히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여자부 대회 마지막 날은 사실상 3위 결정전과 결승전이 치러졌다. 2패를 나란히 떠안은 한국과 중국이 3위를 가르고 이후 북한과 일본이 우승을 다퉜다.
한국은 결연하게 마지막 경기를 준비했다. 둥그렇게 모여 파이팅을 하는 시간도 유난히 길었다. 강유미 말을 빌리면 선수단은 "이대로 져서는 안된다. 보여줘야 되지 않겠냐. 이대로 끝내지 말고 파이팅 있게 하자"고 서로를 다독였다. 이때 중국 벤치는 참 화기애애했다. 에이욜프손 감독은 중국 선수단 한 명 한 명 찾아가 하이파이브를 했다. 관중석에서 지켜보는 이들에게도 허공 하이파이브를 해보일 정도로 여유가 넘쳤다.
분위기는 그대로 경기까지 이어졌다. 한국은 실수를 연발했고 중국은 놓치지 않았다. 1-3. 결국 한국은 3연패로 짐을 쌌다. 종료를 알리는 휘슬 소리는 잔인한 것이었다. 한국 선수단은 현실 앞에 망연자실해 했다. 응원단을 향해 애써 표정을 풀어 보려했지만 선수들은 참 착찹해 했다. 경기 종료 직후를 회상한 선수들 말이다.
"아쉽고 허무하고, 아까웠다." (조소현)
"슬프고 속상하고 안타까웠다. 이렇게 또 지면 안되는 데…" (이민아)
"되게 미안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죄송스럽다'. 그런 마음이었다." (김정미)

주인공은 북한이었다. 3전 전승, 무실점, 대회 3연패. 대회 MVP부터 득점왕, 베스트 골키퍼, 베스트 수비수까지 북한은 잔칫상을 제대로 펼쳤다. 일본을 상대로 후반 2골을 몰아치며 2-0 승리. 그 후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그들의 환한 미소를 볼 수 있었다.
김광민 감독은 선수들의 헹가레를 받으며 함박웃음을 지었고, 선수들은 인공기를 펄럭이며 환호했다. 수천 북한 응원단도 함께 열광했다. 대회 내내 잘 보이지 않았던 북한 관계자들도 속속 출몰. 시상식에 나선 선수들을 향해 연신 손을 흔들면서 흡족해했다.
남북한 선수들의 교류는 담지 못했다. 오히려 남과 북의 거리를 느끼는 순간이 있었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운영 시간이다. 먼저 경기를 끝낸 한국 선수단은 북한 경기가 시작하고 나서야 믹스트존에 나타났다. 씼고, 음식을 먹는 시간도 있었지만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대회 관계자는 "북한이 경기 준비를 위해 터널을 이용해야하기 때문에 마주치지 않기 위해 한국 대표팀이 보다 늦을 것"이라고 귀띔해줬고, 실제로 한 참이 지나서야 인터뷰가 이뤄졌다.
서로는 서로의 상황에 충실했다. 초라하게 짐을 싼 한국 선수단은 풀이 죽은 채로, 또는 현실에 애써 담담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북한 선수들은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며 믹스트존을 통과했다. 여전히 대답않고 지나가는 선수들이 꽤 있었지만 분위기가 달랐다. 몇몇 마이크 앞에 선 이들도 있었다. 1,2,3차전 통들어 영상에 담은 건 처음. 감격스러울 지경이었다.
선수단이 모두 버스에 오르는 것을 확인하는 것으로 여자부 대회는 끝이 났다. 숙소로, 또는 고국으로 돌아가는 이들의 표정은 모두 다르겠지만 그라운드 위 뜨거운 승부의 온도는 모두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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