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in 남해] "가족, 도전, 그리고…" 데얀이 전하는 수원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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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남해, 조형애 기자] 첫인상은 퍽 수원삼성에 오래 있던 선수처럼 보였다. 자연스럽게 선수단과 장난을 툭툭 주고 받더니 그라운드에 들어가 좋은 호흡을 자랑하고 기어코 골까지 기록했다. 나서는 연습경기 마다 득점. 데얀(36)은 그렇게 '수원맨'이 돼 있었다.
"최대의 라이벌, 그리고 이제는 내 가족."
소속팀이 선수 본인에게 가지는 의미를 묻는 질문에 십중팔구는 멈칫한다. 갑자기 설명이 안된다면서 '타임'을 외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데얀은 달랐다. 준비라도 한듯 '이제 내 가족'이라 했다.
데얀이 수원을 '가족'이라 말하기 망설임이 사라진 사이. 2018 K리그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건(?)은 이제 익숙한 뉴스가 됐다. 그는 빅버드에 섰고 데뷔골을 넣었고, 수원 서포터스 프렌테 트리콜로의 응원을 받았다.
◆ '푸른' 데얀의 데뷔전 "골은 넣었지만…"
수원이 K리그 구단 가운데 가장 먼저 2018 시즌을 열었던 바로 그 경기. 데얀은 지난달 30일 열린 2018 AFC 챔피언스리그 동아시아 지구 플레이오프 수원과 타인호아전에 선발 출전해 90분을 뛰었다. 쐐기 골 주인공은 데얀이었다. 4-0으로 앞서있던 후반 43분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그리곤 두 손을 번쩍 들고 '푸른' 데얀 그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만 서른 여섯. 베테랑이 이미 승부가 결정난 상황에 부상 위험을 안고 그라운드를 계속 누빈 건 서정원 감독의 뜻이 그 배경에 있었다. 서 감독은 "데얀이 한 골 터져주길 내심 바라서 솔직히 빼지 않았다. 홈 팬들에게 첫 경기에서 첫 골을 선사하면 자신감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적중. 데얀은 "(감독님 의중을) 알지 못했다"면서 "수원에서 공식적으로 첫 경기를 뛰고 여러 친선경기를 가지면서 득점도 했기 때문에 기분이 좋다. 팀에도 좋은 영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데얀은 자신감만 취했다. 100% 만족은 아니다. 되려 더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고 데뷔전을 돌아봤다.
"제주도에서 훈련할 때부터 매 경기 득점을 했고, 90분을 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감독님이 이러한 부분들을 보고 내가 시즌을 잘 시작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 같네요. 솔직히 땅이 얼어서 뛰기도 힘들었습니다. 기회도 잘 살리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 슈퍼매치 그리고 'FC서울과 데얀의 팬' 김은하수 양
시간을 조금 거슬러 지난달 4일. 데얀은 청백적 엠블럼 앞에서 수원행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FC서울과 계약이 만료됐고 데얀은 그를 원하는 또다른 큰 구단의 손을 잡았다. 8년을 으르렁 거렸던 라이벌 팀이라 망설였을까? NO. 데얀은 "선택은 쉬웠다"고 했다.
"8년이라는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모두가 알듯이 첫 번째 옵션은 FC서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재계약을 원치 않았고, 이후로 나는 나와 내 가족들에게 가장 좋은 선택을 내려야 했습니다. 그러던 중 수원이 날 원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선택은 쉬웠습니다. 정말 나를 원했고, 내가 이 팀에서 잘 해낼 것이라는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어요. 수원이라서 망설인 건 없습니다. 연락을 받고 이틀만에 계약을 맺었습니다."
단연 관심은 '슈퍼매치'다, 데얀은 능청스럽게 "첫 번째를 말하는 건가? 두 번째 경기?"라면서 웃어 보였다. 그러다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득점은 최대한 많이 하도록 하겠지만 세리머니는 없을 것이라 전했다.
"첫 번째 슈퍼매치에서 득점을 한다고 해도 아마 세리머니를 하지 않을 것 같아요. 상황이 이렇게 됐지만, 8년동안 FC서울 팬들은 많은 지지를 보내줬습니다. 다만 확실하게 하고 싶은 건 한 골, 두 골을 넘어서 더 득점을 하려고 노력을 할 것이라는 겁니다."
데얀이 가장 반색한 질문은 FC서울의 팬이자 동시에 데얀의 팬인 김은하수 양과 관련된 이야기. (은하수 양은 지난해 KBS2 TV 프로그램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에 데얀 열성 팬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은 뒤, 데얀이 찾아 만남을 가지기도 했다.) 데얀은 '은하수'는 말에 곧바로 아는체를 했다. 데얀이 팀을 옮기다는 소식에 은하수 양이 눈물을 지었고 시간이 흘러 이해를 하게 됐다는 게 전해진 사연의 전부. 그 뒤를 데얀 입으로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아~ 은하수! 은하수양과 이야기도 나누었고 SNS를 통해 연락도 했어요. 당연히 이번 일은 은하수양 뿐만 아니라 많은 FC서울 팬들에게도 충격이었을 거에요. 다시 한 번 분명히 하고 싶은 건 '서울에서 도망친 것이 아니라 서울이 나를 원하지 않았다'는 부분입니다. 반면 수원은 나를 원했고, 나를 존중했구요. 솔직히 수원은 큰 팀이고, 우승을 노린다는 것이 매력적입니다. 나는 이런 도전을 좋아해요. 시간이 좀 지난 후에 연락을 했을 때, 은하수 양은 이런 상황을 잘 이해하는 것 같았어요. 이번 시즌 첫 슈퍼매치에서도 만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경기 끝나고 만나서 이야기도 하고 좋은 시간도 보내려구요. 은하수 양은 FC서울 팬들을 대표하는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거의 대부분 FC서울 팬들은 나의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 데얀이 말하는 #남다른_염기훈 #나이 #나의팀_수원
푸른 유니폼을 입은 이후 데얀은 빠르게 수원에 스며들었다. 적응기가 짧았던 건 팀동료들의 따뜻한 환대 덕. 영입 소식에 "설마, 설마"했다는 수원 선수단은 데얀이 오자 반갑게 맞았다고 한다. 데얀은 "팀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주는 편안한 분위기가 팀에 빨리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연신 강조했다. "밖에서 봤을 때 수원은 오랜 시간 동안 우승을 하지 못해 분위기가 조금은 안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었어요. 그런데 오히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족 같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인상 깊었죠."
너나할 것 없이 잘 지내고 있지만 역시 베테랑 선수들과 잘 통하는 데얀이다. 염기훈 조원희, 곽광선, 양상민을 비롯 '수원 동기' 이기제, 임상협과도 두루두루 잘 지낸다고 했다. 그라운드 안에서는 단연 염기훈이 최고의 조력자다. 데얀은 "전형적인 한국 선수가 아니다. 쉽게 말해서 다른 선수들보다 잘한다. 다른 한국 선수들이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단지 염기훈이 더 뛰어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도움왕 출신과 득점왕 출신의 만남. 얼마나 합작 골을 만들어 낼지에 대해서는 답을 미뤘다. 대신 "우승을 하러 왔다"고 답했다. 나이에 붙는 물음표에 대해서는 웃으며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는 건 피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나는 나이를 먹은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경험을 얻은 것"이라 했다.
수원 입단 후 나서는 연습 경기 전경기 득점 비결은 있었다. 남다른 '동기 부여'다. 보는 눈이 많다는 건 데얀이 더 잘 알고 있다. "중국서 돌아온 이후 돈은 관심사가 아니었다. 누군가 나를 원한다는 느낌을 받길 원했다"는 그. 수원이라는 새로운 가족과 함께 '도전'을 꿈꾸고 있었다.
"팀을 바꿨다는 것, 그 자체가 나에게는 큰 동기부여가 됐어요. 이것은 내게 도전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내가 이번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낼지 또는 FC서울이 말했듯 그저 늙은 선수로 시즌을 보낼지 주시하고 있어요. 이런 것들 때문에 연습경기를 치를 때에도 평소보다 더 스스로를 몰아붙였던 것 같아요. … K리그,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FA컵. 모두 최선을 다할 겁니다. 시즌은 길고 변화는 많지만, 수원은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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