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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투 러시아 D-4] 1954년 스위스, 한국 월드컵 역사의 위대한 시작

작성일: 2018.06.10 09:14 김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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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적인 한국의 첫 월드컵 경기인 헝가리전,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다. ⓒ 한국축구 100년사
▲ 첫 월드컵 진출의 역사를 일본을 상대로 만들었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 ⓒ 한국축구 100년사
[스포티비뉴스=김도곤 기자] 2018년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축구 팬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월드컵은 9회 연속 진출의 시작인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월드컵 역사상 첫 선제골이 나온 1998년 프랑스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2002년 한일 월드컵, 원정 첫 승을 거둔 2006년 독일 월드컵, 원정 첫 16강을 이룬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등이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이 더 있다. 한국 월드컵 역사의 시작을 연 1954년 스위스 월드컵이다.

당시 한국은 6.25 전쟁이 끝난 지 불과 1년 밖에 되지 않은 나라였다. 경제 상황을 보나 정치적, 국제적인 상황을 보나 월드컵 출전 자체가 기적이었다. 아시아 최초의 월드컵 출전이라는 영광도 있었다. 인도네시아가 1938년 프랑스 월드컵에 출전했는데 이때는 네덜란드령 동인도, 즉 식민 지배 상태였다.   

무엇보다 4년 전까지 민족에게 큰 아픔을 준 일본을 상대로 월드컵 출전 티켓을 따냈다. 당시 한일 국교가 정상화되기 전이었고 광복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기 때문에 일본 선수들의 입국이 불허되면서 1, 2차전 모두 일본 원정에서 열렸지만 1승 1무(5-1, 2-2)로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 지었다. 적지에서 거둔 쾌거였다.

당시 대표팀 감독인 이유형 감독은 "일본을 이기지 못하면 현해탄(대한해협)에 몸을 던지겠다"는 각오를 남겼다. 그 각오가 헛되지 않게 한국은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지금이야 생각할 수도 없는 문제가 대회 전부터 있었다. 스위스로 가는 것 자체가 고난이었다. 비행기 티켓을 구하지 못해 미군 수송기를 타고 일본으로 이동했고 일본 도착 후에도 표를 구하지 못해 태국 방콕, 인도 캘커타, 이탈리아 로마를 거쳐 겨우 스위스 취리히에 도착했다. 비행 시간만 48시간으로 첫 경기 헝가리전 킥오프 10시간 전에 도착했다. 그나마도 모두 함께 온 것도 아닌, 1진과 2진으로 나눠 들어왔다.

당시 한국은 헝가리, 서독, 터키와 한 조를 이뤘다. 한국을 제외한 세 팀의 전력은 막강했다. 지금이야 유럽 축구 변방으로 밀렸지만 당시 헝가리는 최강의 팀이었다. 현재 독일, 프랑스, 스페인, 브라질 못지않은 팀이었다. 독일(대회 규정상 경기는 없었다)은 이 대회 우승 팀이었고 터키 역시 탄탄한 전력을 자랑했다.

▲ 헝가리전에 앞서 정열한 한국(위), 헝가리 선수들의 공격을 막고 있는 한국 ⓒ 한국축구 100년사
첫 경기 헝가리전 결과는 0-9 대패였다. 전반에 4골을 허용, 후반에는 5골을 내줬다. 하지만 참가한 것이 기적인 한국이 최강인 헝가리를 상대로 0-9로 졌다는 것은 결코 못한 것이 아니었다. 전반 12분에 선제골을 허용했는데 12분을 버틴 것이 기적으로 평가 받았다. 골키퍼 홍덕영은 엄청난 선방을 펼치며 9골만 허용했다. 홍덕영은 "헝가리 선수들의 슈팅이 너무 강해 가슴과 배가 얼얼할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3일 후 열린 터키와 경기에서는 0-7로 패했다. 투지와 패기로 맞섰으나 전력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서독과 경기는 치러지지 않았다. 당시 대회 규정이 시드를 받은 2팀과, 시드를 받지 못한 2팀이 배정되는 방식이었다. 조별 리그를 치르지 않고 시드 2개 팀과 시드를 받지 않은 2개 팀이 각각 2경기씩 치렀다. 시드를 받은 2개 팀은 서로 붙지 않고, 시드를 받지 않은 2개 팀이 서로 붙지 않는 방식이었다. 한국이 있는 B조는 헝가리와 터키가 시드를 받았기 때문에 두 팀의 경기가 없었고, 시드를 받지 못한 서독과 한국의 경기가 없었다.

2전 2패, 16실점, 0득점…한국의 첫 월드컵 기록이다. 기록만 보면 초라하다. 하지만 월드컵에 출전한 과정 그리고 갖은 고난을 뚫고 도착한 스위스에서 보여 준 긍지와 투지는 결코 초라하지 않았다. 위대했다.

"다 져도 된다. 그러나 한 골만 넣자. 그래야 전쟁으로 헐벗고 힘든 국민들이 조금이라도 속이 시원해지지 않겠나."

당시 한국 대표팀 김용식 감독이 한 말이다. 한국 선수단은 전쟁의 아픔으로 시름하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겠다는 일념 하나로 뛰었다. 불굴의 투지와 정신으로 버텼다.

한국 축구 월드컵 역사의 첫 페이지를 장식한, 절대 잊어선 안 되는 순간이다.

* 1954년 스위스 월드컵 한국 축구 대표 팀 명단

GK(골키퍼) : 홍덕영, 함흥철,
FB(풀백) : 박규정, 이종갑, 박재승
HB(하프백) : 이상의, 김지성, 강창기, 한창화, 민병대, 주영광
FW(포워드) : 이수남, 박일갑, 정남식, 최정민, 성낙운, 정국진, 최영근, 이기주, 우상권
감독 김용식, 단장 김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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