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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기 숨은 MVP] '고급진 전반기' 이명기, 든든한 밥상 '인천의 백주부' ➅

작성일: 2015.07.15 12:43 스포츠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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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야구계에는 '구단 최종 순위는 팀 평균자책점 순위에 수렴한다'는 격언이 있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란 말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드러낸 문장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올 시즌 전반기 팀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한 SK는 현재 6위에 머물러 있다. 가장 큰 원인은 투·타 밸런스의 붕괴를 꼽을 수 있다. 팀 타선이 각종 지표에서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좀처럼 점수를 짜내지 못하면서 탄탄한 마운드와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 SK에게도 남부럽지 않은 득점 공식이 있다. 바로 '이명기 출루-이재원 적시타' 공식이다. 복잡한 3차 방정식이 아닌 아주 단순한 루트임에도 전반기 막판 이 공식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두 선수의 발과 방망이가 팀에 쏠쏠한 득점을 안겼다. 

SK는 '2000년대 인천 왕조'에서 핵심 노릇을 했던 선수들이 여전히 팀의 주축으로 자리하는 팀이다. 그러나 올 시즌 가장 밝게 빛나는 비룡은 따로 있다. '두 번째 왕조를 꿈꾸는 남자' 이명기(27, SK 와이번스)는 올해 SK가 낳은 최고의 히트 상품이다. 상대적으로 새 얼굴이라 말할 수 있는 그의 활약에 SK 중심타선도 든든한 밥상을 대접받고 있다.

SK는 올해 한국시리즈 3회 우승을 이끈 왕조 공신들이 부상과 부진, 노쇠화 등으로 예년에 비해 제 몫을 못하고 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나란히 거액의 FA 계약을 맺은 '짐승' 김강민과 '소년장사' 최정은 부상이라는 암초를 만나 고전했다. '가을거지' 박정권과 박재상은 타격감이 더디 올라오면서 현재 1, 2군을 오가고 있다. 그나마 올 시즌 주장으로 성적과 리더십 모두 호평을 듣고 있는 조동화가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새 얼굴'이 적고 박계현, 안정광, 한동민(군입대) 등 젊은 선수들이 치고 올라오지 못해 팀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몇 년전부터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다. '알아서 잘하는' 진짜 SK 선수로 거듭난 신예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신구조화를 통해 부침이 적은 리빌딩을 꿈꾸고 있지만 생각처럼 녹록치 않다.

한 가지 위안은 있다. 전반기 동안 '6월 타율 1위' 이명기가 맹활약을 펼치면서 적어도 밥상 걱정은 확실히 덜고 있다. 이명기는 전반기가 끝난 현재 SK 타자들 가운데 이재원과 더불어 3할을 치고 있는 유이한 선수다. 이명기는 타율 0.331(281타수 93안타)로 팀 내 수위타자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안타와 2루타(18개)도 1위에 이름을 올렸다. 23번 기록한 멀티 히트와 8차례의 희생번트는 각각 팀 내 2, 3위다.

이명기는 리그 전체에서 6월 월간 타율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현재 시즌 타율 8위에 빛나는 이명기는 전반기 중·후반 승수 쌓기에 어려움을 겪으며 '5강 후보'다운 경기력을 펼치지 못했던 SK의 중위권 지지대 역할을 충실히 해줬다. 리그 타율 10걸 중 SK 선수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출전한 74경기 가운데 안타를 치지 못한 경기가 16경기에 불과하다. 총 58경기에서 최소 1안타 이상씩을 때려내며 1루를 밟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 중 3안타 이상 경기는 12경기나 된다. 몰아치기에도 타고난 재주를 지녔음을 증명했다.

'부동의 리드오프' 이명기가 출루에 성공하고 앤드루 브라운, 이재원이 이명기를 불러들이는 '비룡 득점 공식'이 자주 도출되고 있다. 브라운과 이재원이 전반기 동안 합작한 116타점은 상당 부분 이명기가 차려준 밥상을 깨끗이 비워내면서 쌓은 누적물이다. 이명기가 1번 타자로서 상대 투수진을 괴롭혀주고 있다. 기존 선배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훌륭한 보조자 역할'에서 팀 타선의 중심을 잡아주는 선봉장 노릇을 훌륭하게 완수해주고 있다.

테이블세터진이 경기를 풀어준다면 SK의 후반기 대반격 가능성은 그만큼 더 커진다. 최정, 이재원, 브라운, 정상호, 박정권 등 SK에는 장타를 만들어내는 힘과 주자를 불러들이는 득점권 풀이 공식을 함께 숙지한 타자들이 많다. 실제로 최정은 최근 연속 대포를 가동하며 후반기 명예 회복을 준비 중이다. 브라운, 이재원도 꾸준히 장타를 생산하며 상대 배터리의 볼배합을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박정권, 박재상, 김강민도 가을이 다가올수록 어떤 배팅을 펼쳐야 하는지 몸이 기억하는 선수들이다. '가을야구로 가기 위한 정규시즌 막판 고지전'과 '포스트시즌 싸움'에서 잔뼈가 굵은 최고의 베테랑들이다. 기회는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개막 후 5월까지 타율이 0.278로 다소 주춤했다. 시즌 초 기대만큼 방망이가 맞지 않았다. 4월 중순에는 발목에 통증이 있었고 5월 초에는 '사구(헤드샷)' 여파로 몇 경기에 결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봄 기지개'를 끝낸 이명기는 매서웠다. 여름 들어 타격감이 폭발하며 6월 월간 타율(0.409)과 최다안타(36) 부분에서 각각 김태균과 박용택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톱타자를 평가하는 항목 중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출루율에서도 월간 7위에 오르며 팀 공격의 첨병 노릇을 톡톡히 했다. 규정타석과 3할 달성이 목표라는 '신예 리드오프'치고는 대단히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6월 한 달 동안 22경기에 출전해 안타를 치지 못한 경기는 단 3경기밖에 없었다. 멀티히트는 9차례나 기록했다. '발'에는 기복이 없다. 타격감이 떨어질 때는 빠른 발을 이용해 내야안타를 만들어내며 출루 본능을 발휘했다. 점차 영리한 야구에도 눈을 뜨고 있다.

이명기는 이제 풀타임 3할을 노린다. 1군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얼굴을 비친 2013년 타율 0.340을 거뒀다. 지난해에는 83경기에 출전해 타율 0.368로 'SK 10년 미래'를 예약했다. 그러나 말 그대로 발목 부상이 '발목을 잡아' 두 시즌 모두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다. 올 시즌 첫 규정타석 3할에 도전하는 이명기로서는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외야 수비에도 점점 자신감을 찾고 있다. 지난겨울 마무리훈련부터 올봄 스프링캠프까지 조원우, 윤재국 코치와 함께 수비 강화에 구슬땀을 흘렸다. 지난해까지 순간적인 타구 판단 능력이 부족해 스타트 대시가 느리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현장 관계자들로부터 많이 좋아졌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홈런성 타구도 수차례 걷어내며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에도 간간이 얼굴을 비추고 있다. 팀 외야진의 중심이자 리그에서 가장 빼어난 외야 수비력으로 정평이 난 김강민도 그의 발전된 수비를 인터뷰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모든 면에서 한 걸음 진보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약점이 있다. 리드오프로는 턱없이 부족한 도루와 볼넷이다. 이명기는 팀 내 손꼽히는 준족이지만 올 시즌 8도루에 그치고 있다. 실패는 무려 8차례다. 도루성공률 50%는 1번 타자로서 자격미달이다. 타팀 리드오프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올 시즌 13개의 볼넷을 골라냈다. 현재 출루율 리그 9위와 17위에 자리해 있는 이용규(한화)와 박민우(NC)가 얻어낸 볼넷은 총 38개다. 박민우와 안타 개수는 2개 차이 밖에 나지 않지만 출루율은 3푼 가까이 격차가 있다. 볼넷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해 보인다.

이명기가 올 시즌 가장 돋보였던 경기는 크게 2경기다. 모두 '4안타 경기'였다. 이명기는 지난 6월 24일 잠실 두산전에서 1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4안타 1타점 3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7-5 승리를 이끌었다. 이명기의 이날 4안타 경기는 지난 12일 롯데전 이후 12일 만에 나온 시즌 두 번째 기록이었다.

SK는 전날(23일)까지 3연패를 당하는 등 6월 들어 7승 10패를 기록해 시즌 순위가 6위까지 미끄러져 있었다. 혼전을 보이는 중위권에서 험난한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반등의 계기가 필요한 상황에서 리드오프 이명기의 존재감이 빛났다. 날카로운 스윙으로 팀 타선을 이끌며 기존의 브라운, 이재원과 부상에서 돌아온 최정에게 군침 도는 밥상을 내놓았다. 깨끗한 정타로 타구를 외야로 보내는 것은 물론 상대 내야진을 흔드는 내야 안타와 주루플레이까지 탁월하게 소화했다. '1번 타자 이명기'로 인해 SK는 '천적' 두산을 상대로 짜릿한 신승을 거둘 수 있었다.

조금 더 세밀하게 이날 경기를 조명해보자. 이쯤되면 리그에서 가장 저평가된 타자로 꼽을 만 하다. 공을 맞히는 능력만큼은 리그에서 가장 빼어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4일 두산전은 그의 '맞추는 능력'이 명징하게 드러난 경기였다. 지난 3년간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활약했던 두산 새 얼굴 앤서니 스와잭도 이날 이명기에게 호되게 당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10경기 4승 6패로 부진하며 7위까지 밀린 SK로서는 이명기의 발과 방망이가 가뭄에 단비 같았다. 시즌 전 전문가들이 삼성, 두산과 함께 3강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했던 SK다. 성적도 실망스러운데 특히 이때까지 두산을 상대로 1승 5패 열세를 면치 못해 자존심에도 금이 갔던 터였다.

우울한 초여름을 보내고 있던 비룡 군단에 이명기가 해결사로 나섰다. 이날 KBO 리그 선발 데뷔전을 치른 스와잭을 상대로 한국 무대 첫 피안타를 안기며 혹독한 신고식을 예고했다. 이후 브라운의 중월 홈런으로 이날 경기 첫 득점을 책임졌다.

2회에는 타점도 신고했다. 앞서 출루한 김성현을 홈으로 불러들이는 좌중간 2루타를 때려내며 스와잭의 투구 리듬을 흐트려놓았다. 두산 중견수 정수빈이 공을 더듬는 사이 지체없이 3루 베이스까지 훔쳐 탁월한 주루 센스도 선보였다. 후속 조동화의 2루타 때 이날 경기 두 번째로 홈플레이트를 밟았다.

6회 1, 2루 간 깊숙이 빠지는 타구를 때려내며 내야 안타를 기록한 이명기는 8회에는 두산 핵심 불펜 윤명준을 상대로 깨끗한 우전안타를 뽑아냈다. 시즌 두 번째 4안타 경기.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침착하게 공을 맞추며 정타를 만들어냈다. 이후 오현택의 보크로 2루에 안착한 이명기는 최정의 2루타 때 쐐기 득점을 올려 이날 경기에만 3득점을 올렸다. 특히 팀이 6-4, 2점 차로 추격당하는 시점에서 만들어낸 득점이라 더욱 빛났다. 야구는 흐름을 내주지 않고 점수 차를 끝까지 지켜내야 이길 수 있는 운동이다. 이명기의 적재적소 출루 본능은 그래서 더 돋보였다.

이명기는 지난 6월 12일 인천 롯데전에서도 올 시즌 첫 4안타 경기를 펼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연속 안타 행진을 13경기로 늘렸다. 동시에 그간 금요일 경기와 롯데를 상대로 다소 고전했던 징크스까지 한 번에 만회하는 기지를 발휘했다. 이명기는 이날 1번 지명 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4안타 1타점 2득점을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팀의 6-2 승리를 진두지휘했다.

이명기는 '6월 폭주'를 통해 올해 커리어하이 시즌을 꿈꾸고 있다. 입대 전까지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했던 이명기는 2013년 혜성같이 등장해 인상적인 경기력으로 당시 이만수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그러나 그해 5월 8일 인천 두산전에서 펜스에 부딪히는 큰 부상을 당하며 시즌 아웃됐다. 부상 전까지 26경기에서 타율 0.340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던 터라 SK 팬들은 배로 아쉬워했다.

이듬해 다시 돌아온 이명기는 펄펄 날았다. 발목 부상 여파로 2014시즌 초반까지도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그는 복귀 후 특유의 몰아치기 능력을 선보이며 팬들을 열광하게 했다. 지난해 28경기 연속 안타로 각종 매스컴에 이름을 오르내리며 KBO 리그 역대 공동 3위에 오르기도 했다(2014시즌 타율 0.368). 이명기는 부상으로 한 시즌을 날려야 했던 설움을 씻어내며 SK의 새로운 프랜차이즈 스타로 거듭났다. 시즌 타율은 물론 경기 출장수, 안타 개수 등 주요 공격 지표에서 커리어하이를 노리는 이명기는 현재 타격감을 시즌 말까지 유지한다면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SK의 5강 피날레도 한층 더 가까워질 것이다.

[사진] 이명기 ⓒ 스포티비뉴스 한희재 기자

[그래픽] 스포티비뉴스 디자이너 김종래

[영상] 12일 롯데전 시즌 첫 '4안타 경기' ⓒ 스포티비뉴스 영상편집 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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