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키워드 키워드 기준 i금일 기준 많이 본
뉴스 기사의 키워드 수집

[SPO CRITIC] ‘8강’ 스웨덴의 조언 “육체 피로보다 정신 피로가 치명적이다”

작성일: 2018.09.01 09:00 한준 기자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 스웨덴 대표팀 피지컬 코치 폴 발섬이 한국축구과학회에서 월드컵 8강 비결을 강의했다 ⓒ한준 기자
▲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한 폴 발섬 스웨덴 대표팀 피지컬 코치


[스포티비뉴스=세종대학교, 한준 기자] 스웨덴 대표팀의 피지컬 코치이자, 레스터시티의 스포츠과학 담당자 폴 발섬 코치가 한국을 찾았다. 한국축구과학회(회장 이용수)가 8월 31일 개최한 스포츠와 과학 2018 콘퍼런스에 참석해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스웨덴이 8강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을 전수했다. 

스웨덴은 우리의 첫 경기 상대이자, 우리가 오랫동안 준비했고, 가장 큰 아쉬움이 남는 경기 상대였기에 관심이 높았다. 발섬 코치는 2015-16시즌 레스터시티가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이룬 당시 주역이며,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이 떠난 이후에도 레스터시티의 피지컬을 책임지고 있는 인사다.

이날 콘퍼런스에는 신태용 전 월드컵 대표팀 감독, 이재홍 전 월드컵 대표팀 피지컬 코치도 강사로 참석해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전반적으로 결산했다. 발섬의 강연은 한국 축구가 다음 월드컵을 준비하는 데 보다 폭넓은 시각을 제시했다.

한국은 스웨덴의 우월한 신체 조건을 염려했고, 그에 맞춰 김신욱을 최전방 선발 공격수로 배치하는 변칙 작전을 썼다. 

하지만 정작 발섬 코치는 스웨덴의 최대 강점이 신체 능력이 아니며, 피지컬 통계에서 오히려 한국전에 열세였던 것은 물론, 전반적으로 활동량이나 몸싸움 등에서 앞선 것이 아니라 적절히 체력을 관리하고, 무엇보다 선수들의 정신적 피로를 조절할 수 있었던 것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피지컬이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브레인이 더 중요하다”며 강의를 시작한 발섬 코치는 스웨덴의 두 센터백이 큰 키에 힘있는 플레이로 주목 받았지만 사실 “멘털이 더 중요하다. 공과 동료, 상대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물론 공중볼을 다투고, 일대일 상황에서 뒤처지지 않게 막는 것이 중요하지만, 각각의 플레이를 언제 어떻게 구사할지 택하는 ‘의사 결정 능력’이 가장 중요하며,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은 신체의 피로보다 정신적 피로를 줄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정신적으로 좋아야 좋은 결정을 할 수 있다. 일본은 벨기에와 16강전에 마지막 한 번의 잘못된 결정으로 탈락했다. 한국과 스웨덴의 경기도 아주 팽팽했다. 그런데 한국이 두 번의 잘못된 결정을 하면서 승패가 갈렸다. 한국 역시 잘못된 결정으로 진 것이다. 스웨덴이 독일에 진 것도 파울 1~2개를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범하며 프리킥 득점을 내줘 졌다.”

▲ 발섬 코치에 따르면 한국은 스웨덴전에 피지컬 열세가 아닌 의사결정 능력 열세로 졌다.


일본, 한국, 스웨덴이 예시로 든 경기에서 수비 상황의 잘못된 판단으로 범한 파울, 그리고 공격 상황을 허용한 장면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발섬 코치는, 소셜 미디어에 노출된 요즘 선수들이 정신적 피로와 고통으로 경기 중 판단 능력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했다.

“콜롬비아의 카를로스 산체스는 일본전 실책으로 살해 위협을 받았다. 살라를 다치게 한 세르히오 라모스, 독일전에 실수한 두르마즈, 리버풀 골키퍼 카리우스 등도 실수 한 번으로 소셜 미디어에서 살해 위협을 받았다. 이런 정신적 피로(Mental fatigue)가 피지컬 퍼포먼스와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톱 레벨의 축구에선 신체적 피로보다 정신적 피로가 더 중요하다.”

이는 한국 축구의 최근 상황과 일치한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참가한 홍명보호도,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한 신태용호도 대회 시작 전부터 비판과 의심을 눈초리를 받았다. 몇몇 선수들은 선발된 것 자체가 문제로 여겨져 ‘어디 잘하나 보자’는 시선에 압박감을 느꼈다. 

이날 강연한 신태용 감독도 “가기 전부터 두들겨 맞아서 사기가 떨어졌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지금 열리고 있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 중에도 과도한 비판을 받아 경기력이 흔들리는 선수들이 있다. 발섬 코치의 강연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이 전 지구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경기에서 올바른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스웨덴은 정신적 피로를 낮추는 데 전력을 다했다. 피지컬 준비와 더불어 정신적 피로 줄이기가 최우선 괴제였다. 피지컬 준비, 전술 준비만큼 공을 들였고, 러시아에서 내내 심리전문가가 함께했다."

스웨덴 대표팀이 선수들의 정신적 피로를 낮추기 위해 제시한 것은 신체적 회복을 위한 다양한 가이드를 제시한 뒤 각자 개인이 자시 몸을 체크해 리포트하며 원하는 회복법을 언제든 받을 수있는 환경을 만들어둔 것이다. 스웨덴은 더불어 피지컬 퍼포먼스의 통계 기록이 양적으로 우월한 것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즉, 한국-스웨덴전에 한국이 오히려 뛴 거리가 많았던 것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 피지컬 퍼포먼스는 양적 기록이 아니라 질적 해석이 중요하다.


“피지컬 퍼포먼스는 수치가 아니라 해석이 중요하다. 스웨덴의 뛴 거리나 각종 피지컬 퍼포먼스 데이터가 상대국보다 낮았는데, 그랬기 때문에 다음 경기에 회복하기 더 용이했다. 우리는 경기 내내 불필요하게 선수들이 뛰어다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때로는 서 있는 게 더 나을 때가 있다. 피지컬 퍼포먼스 수치가 높아지면 다음 경기에 체력을 회복하는 것이 더 어렵다. 콤팩트하게 수비를 하면 오히려 피지컬 퍼포먼스의 통계 기록은 더 낮아진다.”

발섬 코치는 선수들의 운동량 부하 관리가 중요하다며 회복의 중요성, 경기 중 양적 우위의 무의미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발섬 코치는 GPS를 비롯해 선수들의 퍼포먼스를 통계화하는 다양한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기술에만 투자하지 말고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 피트니스 코치를 교육해야 한다. 기록의 해석 능력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부상을 줄이고 퍼포먼스 능력을 높여야 한다. 많이 뛰었다고, 스프린트를 많이 했다고 다 좋은 게 아니다. 그런 점까지도 선수들에게 교육을 해야 한다”고 했다. 통계 수치로 선수가 좋은 경기를 했다고 해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얼마나 긴 거리를 뛰었느냐 보다, 얼마나 빠르게 뛰었느냐 보다 왜 뛰었느냐가 중요하다. 데이터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다. 기술도 중요하고 데이터도 중요하지만, 결정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발섬 코치는 사람마다 체형과 체질이 다르고 선수마다 포지션이 다르니 개별적으로 운동량을 조절해야 한다고 했다. 개별 특성에 맞춰 부하를 조절해야 부상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스웨덴은 조별리그 3경기와 16강, 8강까지 5경기에서 선발 명단에 단 3명의 변화만 줬다. 발섬 코치는 베스트11에 해당하는 선수들의 관리에 성공한 것을 8강의 비결로 꼽았다.

“스웨덴은 부상 선수가 마지막까지 나오지 않았다. 5경기동안 3명이 베스트11에서 바뀌었는데, 한 명은 경기 24시간 내 질병이 생겼고, 나머지 2명은 경고 누적으로 뛰지 못한 것이다. 5경기동안 최고의 선수를 낼 수 있었던 것이 중요했다. 경기 사이에 회복이 잘 됐다.”

▲ 폴 발섬 코치는 스웨덴의 4-4-2가 피지컬보다 간격에 강점이 있었다고 했다. ⓒ한준 기자
▲ 한국이 더 많이 뛰었지만 스웨덴이 효율적으로 뛰어 체력 회복이 수월했다. ⓒ한준 기자


발섬 코치는 레스터시티가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할 때 일주일에 한 경기를 치르는 일정 속에 토요일 경기를 하면 일요일 휴식, 월요일 가벼운 훈련, 화요일 고강도 훈련, 수요일, 휴식, 목요일 고강도 훈련, 금요일 가벼운 훈련의 루틴으로 무려 이틀의 휴식을 줬다고 했다. 

이틀의 완전한 휴식에 대해 “보통 경기 후에 가벼운 회복 훈련을 실시하는데, 이정도 수준의 선수들은 그런 운동을 위해 1시간에서 1시간 30분가량을 훈련장에 오는 데 시간을 쓰느라 발생할 정신적 피로를 낮춰주는 게 더 중요하다. 그래서 그냥 집에서 쉬면서 스스로 회복하도록 하는 게 오히려 낫다”고 했다. 

발섬 코치는 “장신 공격수 김신욱이 선발 출전한 것은 놀랐지만, 그 외에 한국인 예상한 대로 플레이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이 스웨덴의 높이를 염려해 김신욱을 투입한 사실에 대해 “한국의 피지컬 퍼포먼스는 좋았지만 신체 조건이나 의사 결정 능력에서는 약점이 분명 있었다. 하지만 아시아 팀들이 피지컬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키가 작으면 세트피스에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높은 수준의 훈련을 하면 피지컬 레벨도 높아지고, 그보다 축구를 더 잘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한국이 세트피스 실점을 우려했는데, 그래서 월드컵에서 세트피스로 먹은 골이 몇 골인가? 세트피스 득점 비율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나오는 득점이 더 많다. 그렇다면 어디에 신경을 써야 하는가? 스웨덴이 4-4-2 포메이션으로 넓고 좁게 수비했는데, 피지컬이 크게 요구된 것이 아니었다. 투톱이 센터 에어리어에서 콤팩트하게 수비한 것이 중요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