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톡 영상]③은퇴 이진영, '야잘잘'과 '국민우익수'의 어원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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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또 한 해가 저물어간다. 또 하나의 별이 졌다. 올 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은 '국민 우익수' 이진영(38). 1999년 쌍방울에 입단한 뒤 SK와 LG를 거쳐 2018년 KT에서 선수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약육강식의 정글 속에서 무려 20년을 버텨온 그는 통산 3할대 타율(0.305)과 2000경기, 2000안타의 위업을 달성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났다. 2006년 제 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비롯해 숱한 국제무대에서 맹활약하면서 한국야구 르네상스 시대의 한 축을 이뤘던 ‘국민 우익수’는 ‘야잘잘’이라는 희대의 명언을 남기고 정든 무대를 퇴장했다.
한 해를 마무리를 하는 시점, 가장 잘 어울릴 만한 손님을 만났다. 한 시대를 풍미하며 20년간의 선수생활을 마무리한 이진영. 팬들과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는 마지막 무대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우리에게 많은 추억을 안겨준 ‘국민 우익수’이기에. <②편에 이어>

이진영은 ‘국민 우익수’로 통한다. 한국야구가 2000년대 중후반 국제대회에서 신화를 만들어갈 때 국가대표 우익수 자리는 늘 그의 몫이었다. 그가 ‘국민 우익수’라는 훈장 같은 별명을 얻은 것은 역시 한·일전이었다.
2006년 4강 신화를 만든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2006년 3월 3일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라운드 예선 최종전. 한국은 0-2로 뒤진 4회말 2사 만루의 위기를 맞이했다. 여기서 일본의 니시오카 쓰요시의 타구는 우익선상 안쪽으로 총알처럼 날아갔다. 누가 봐도 안타가 되는 타구였다. 여기서 이진영은 전력질주 후 다이빙캐치로 타구를 걷어내 위기를 벗어나게 만들었다. 2사 후였기 때문에 타구가 오른쪽 외야 펜스까지 굴러간다면 한꺼번에 3점을 허용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0-5가 됐다면 사실상 승부는 끝나는 상황이었다. 한국은 이진영의 호수비 속에 1-2로 따라붙은 뒤 ‘약속의 8회’에 이승엽의 극적인 역전 결승 2점홈런으로 3-2 역전승을 거두고 아시아 1위로 미국 무대로 날아갔다.
그뿐만 아니었다. 미국에서는 기막힌 호송구로 일본을 격파하는 데 힘을 보탰다. 3월 16일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2라운드 한·일전. 2회 2사 2루에서 터진 사토자키 도모야의 우전안타를 대시해 잡아낸 뒤 특유의 강견에서 뿜어져 나오는 대포알 같은 송구로 홈으로 달려들던 2루 주자 이와무라 아키노리를 잡아냈다. 이와무라는 오른 다리 근육통으로 교체됐고, 대신 들어온 3루수 이마에가 8회에 결정적인 실수를 하면서 한국은 2-1로 승리했다.

#5. 야잘잘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면, 이진영은 은퇴를 하면서 ‘야잘잘’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야구는 잘 하는 선수가 잘해”라는 말이 희대의 명언으로 자리 잡았다. 이진영을 얘기하자면 ‘국민 우익수’라는 별명과 함께 ‘야잘잘’이 연관검색어처럼 떠오른다.

이진영은 “사실 ‘야잘잘’이라는 단어 하나에 야구 철학이 다 함축돼 있었던 것 같다. 프로야구 선수 정도 되면 기량은 거의 똑같다. 그 기량을 얼마나 업그레이드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아서 얘기했던 거였다. ‘야구는 잘 생긴 사람이 잘해’, 그건 아니지 않나. 잘 생긴 사람이 잘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지만, 야구는 잘 하는 사람들이 잘 하게 돼 있다”고 재차 설명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야잘잘’은 이후 ‘×잘잘’이라는 많은 파생어를 낳았다. 요즘엔 ‘야구를 잘 하는 사람이 잘 생겨 보인다’는 뜻으로 ‘야잘잘’로 불려지기도 한다. 이진영은 “야구를 잘 하면 잘 생겨지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들도 있더라”며 동의를 하지 않았다.
이진영은 또한 현역 시절 상대투수의 버릇을 파악 잘 하기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선수였다. 이에 대해 그는 “그건 내가 자부할 수 있다. 예전에 전력분석이라는 시스템이 도입됐을 때 정말 충격이었다. 야구는 공보고 공치기, 공 잘 던지고 잘 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전력분석을 통해 투구습관을 보고 공을 칠 수 있는 게 야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3할타자가 된 비결 중 하나다.
그의 눈썰미는 스스로 혹은 팀 내에서뿐만 아니라 국제대회에서도 빛을 발했다. 상대 투수의 버릇을 신기할 정도로 잘 잡아내면서 한국의 승리에 숨은 힘으로 작용했다. 특히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부진하던 이승엽이 준결승 일본전에서 2-2 동점이던 8회에 일본 최고 마무리투수였던 이와세 히토키를 상대로 결승 2점홈런을 날린 뒤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당시 이진영의 조언이 있었다.


그의 야구에 대한 지식이나 입담 등을 보면 향후 지도자나 해설위원을 해도 잘 할 듯하지만, 구단이나 국가대표 전력분석 쪽으로 나서도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이진영은 ‘전력분석원에 뜻은 없느냐’는 질문에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무엇이든 하겠지만, 서로 공감대가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은퇴로 아직 은퇴 후 진로를 결정하지 못했지만 “뭐가 됐든 분명히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야구선수 생활은 끝났지만 제2의 인생을 위해서 열심히 준비해서 꼭 선수 때 못지않은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도록 기대하고 있다”며 팬들에게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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