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이강인 사례' 연구 및 집중 관리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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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뉴스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이강인에게 장난을 치고 있다. |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축구대표팀에 선발되는 선수들의 성장 과정과 배경이 시간이 갈수록 달라지고 있다. 국내 초, 중, 고, 대학교에서 성장하면서 연령별 대표팀을 거쳐 프로에 입문해 A대표팀까지 올라오는 전통은 유지되고 있지만, 그 비율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어린 시절 해외로 축구 유학을 떠나 성장해 대표팀에 선발되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A대표팀 주장인 손흥민(27, 토트넘 홋스퍼)의 경우 동북고를 중퇴하고 독일로 떠나 함부르크SV 유스에서 성장했다.
손흥민이 과도기라면 이승우(21, 엘라스 베로나), 백승호(22, 지로나)는 FC바르셀로나 유스에서 성장하며 대표팀에 온 사례다. 물론 이들은 중학교 연령대인 13세에 바르셀로나로 유학을 떠난 경우라 국내 환경이 조금은 익숙하다.
▲'한국적인 방식'으로 육성되지 않은 이강인, A대표팀 발탁 첫 사례
'슛돌이'로 불리는 이강인(18, 발렌시아CF)은 이들과는 또 다른 사례다. 축구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등장했고 10살에 스페인으로 축구 유학을 떠나 발렌시아 유스에서 성장했다. 국내 사정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성장했다. 축구 철학이나 방식이 한국과는 180도 다를 수밖에 없지만, 발렌시아에서 좋은 재능을 보이며 1군 계약까지 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직접 살폈고 최종 목표인 A대표팀에 선발했다.
선수들이 성장하는 과정이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는 것은 깊이 고민해 볼 부분이다. 대표급 선수 관리에 대한 근본적인 틀을 바꿔야 한다는 문제 의식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는 2014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앞으로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다른 환경에서 축구를 했기 때문에 능동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고민을 내놓은 바 있다.
이강인의 경우 A대표팀부터 내년 도쿄 올림픽 본선을 목표로 구성된 22세 이하(U-22) 대표팀, 5월 폴란드에서 예정된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출전이 예정된 U-20 대표팀 모두에 승선할 수 있다.
당장 이강인이 어느 대표팀에 무게를 둬야 하는지를 놓고 대한축구협회가 머리 아픈 고민을 하게 됐다. 유럽 무대를 누비는 선수들의 경우 병역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거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 병역 특례가 주어지지만, 폐지 가능성이 점쳐지는 등 정책 변화가 감지된다.
이 경우 연령별 대표팀에 대한 성격 변화는 불가피하다. 선수 발굴과 육성이라는 기본 목표에 성적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 만약 A대표팀의 하위 대표팀인 23세 이하(U-23) 대표팀에 주어지는 병역 혜택이 사라진다면 '성적'이라는 과제는 희미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강인은 이 과제의 중심에 섰다. U-20 대표팀은 성장이 목표지만, 당장 보이는 성적과도 직결된다. 정정용 감독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이강인을 (U-20 대표팀에) 데려오겠다"고 할 정도다. 다소 비정상적인 태도지만, 정 감독은 성적을 위한 선발이라는 것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U-20 월드컵에서 특급 스타가 배출되는 사례는 점점 줄고 있다. 과거에는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 폴 포그바(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디에고 마라도나 등이 스타로 떠올랐지만, 최근에는 다르다, 10대 후반에 리그에 데뷔하는 사례가 점점 더 늘고 상위 대표팀에 월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년 전 한국에서 열렸던 2017 U-20 월드컵에서 잉글랜드의 우승 주역으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던 도미닉 솔랑케(AFC본머스)는 아직도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발렌시아도 이강인이 A대표팀에 선발된 것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 2연전에서 좋은 실력을 보여준다면 5월 U-20 월드컵에 보낼 이유가 줄어든다. 유럽 사정에 밝은 한 축구계 관계자는 "A대표팀에 승선한 자원이 연령별 대표팀에 내려가서 뛰는 것은 유럽 정서와는 맞지 않는다. 한국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위해 올림픽, 아시안게임에 나서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도 일부 구단은 이해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벤투 감독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향후 축구협회가 발렌시아와 잘 논의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공을 넘겼다.

▲A대표팀에서는 도전자, 그 이상의 실력 보여준다면?…'소통', '관리'의 필요성↑
축구협회는 어떻게 교통정리를 할까, 김판곤 국가대표 감독 선임위원장은 스포티비뉴스에 "선수를 성장시키는 부분에서 어느 것이 효과적인지 선수, 발렌시아와 협의를 해야 한다. U-20 월드컵 경험이 성장의 밑거름이 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강인은 아직 큰 국제대회 경험이 없다. 지난해 두 살 많은 18세 이하(U-18) 대표팀에 합류해 프랑스 툴롱컵에 나서 토고와 스코틀랜드를 상대로 골을 넣으며 '월반'의 필요성을 몸으로 보여준 것이 전부다. 친선대회라 국제 경쟁력에 대한 의문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반대로 발렌시아에서 국왕컵,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EL)의 적은 시간 출전으로도 충분히 경험이 된다는 느낌표도 있다.
김 위원장은 "만약 이강인이 A대표팀에 승선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낸다면 굳이 U-20 대표팀을 할 필요가 없지만, 아직은 성장 단계다. 그래서 국제대회 경험이 필요하다. 향후 올림픽도 고려해야 한다. 이강인이 U-20 월드컵을 통해 자신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면 발렌시아와 의논하고 설득도 해야 한다. 물론 축구협회도 선수 발전을 위해 발렌시아와 논의를 할 것이다"며 이강인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와 관련해 축구협회 다른 고위 관계자는 "3월 A매치가 끝나면 벤투 감독을 비롯해 연령별 대표팀 감독이 이강인을 두고 한 번 더 논의를 해야 할 것 같다. 이후 발렌시아에 지속해서 이강인이 U-20 월드컵에 참가해야 하는 이유를 전달하겠다. 물론 중요한 것은 발렌시아의 의중"이고 말했다.
비단 이강인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향후 월반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들을 위해 선수 관리 체계에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향후 대표팀에 이강인과 비슷한 사례가 나올 가능성에 대비하려고 한다. 이강인 사례를 잘 연구해 선수단 관리의 표본으로 활용할 생각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강인 외에도 유럽 등 해외에서 성장하고 있는 선수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안다. 이들이 국내 경험 없이 A대표팀에 승선하는 경우 연령별 대표팀의 성격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 병행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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