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금빛날개' 김동진, 지독한 불운을 이겨 낸 남자
작성일: 2019.07.02 00:00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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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 대표 62회 출전 김동진, 2004년 아테네 올림픽 8강, 두 차례 월드컵 출전한 '금빛 날개'
| 2009년 뇌혈류 장애로 쓰러진 뒤 10년 더 활약, 러시아-중국-태국-홍콩 무대 개척
| "홍콩에서 지도자로 한국 축구 위상 높이고 싶다"
[스포티비뉴스=효창운동장, 글 한준 기자, 임창만 영상기자] "눈을 떴더니 최주영 선생님과 박지성 선수가 보였어요. 그리고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게 느껴졌어요. 내가 왜 쓰러졌지? 그날 이후로 제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죠."
2009년 10월. 파주NFC에 국가 대표로 소집됐던 김동진(37)은 정문 앞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뇌혈류 장애 진단을 받은 김동진은 이후 2010년 FIFA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에도 참가했으나 점차 팬들의 눈에서 사라졌다. 당시 축구계에는 경기 중 심장마비로 돌연사하는 선수들이 발생해 경각심이 컸다.
27세의 나이에 조기 은퇴 위기에 처했던 김동진은, 그로부터 10년 더 선수 생활을 했다. 7월 1일 오후 효창운동장 1층 대회의실에서 김동진의 은퇴 기자회견이 열렸다. 적잖은 수의 취재진을 마주한 김동진은 "한두분 정도 오실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많이 오실 줄 몰랐다.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 엘리트 코스 밟아 온 국가 대표 레프트백, 제니트에서 UEFA컵 우승도 차지한 김동진
'금빛날개'라는 별명으로 불린 김동진은 이영표의 뒤를 이을 한국 축구의 차세대 레프트백으로 기대를 받았다. 184cm의 당당한 체구에 빠른 스피드, 강력한 왼발 슈팅과 예리한 왼발 크로스 능력을 겸비한 김동진은 유럽형 레프트백으로 호평받았다.
2000년 안양LG(현 FC서울)에 입단하며 프로 경력을 시작한 김동진은 탄탄대로를 걸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2004년 아테네 올림픽, 2006년 FIFA 독일 월드컵과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2007년 AFC 동남아시아 4개국 아시안컵,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0년 FIFA 남아공 월드컵을 차례로 뛰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2006년 FIFA 독일 월드컵에서 김동진을 주전 레프트백으로 기용했다. 월드컵이 끝난 뒤에는 본인이 부임한 러시아 명문 클럽 제니트 상트페레트부르크로 데려가기도 했다. 김동진은 제니트에서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 UEFA컵 우승을 경험하며 전성 시대를 보냈다. 그러던 김동진의 축구 경력에 장애물이 된 것이 2009년 뇌혈류 장애 발병이다.
“딱 10년 전이네요. 제가 파주에서 쓰러지고 난 이후에, 저의 축구 인생이 좀 롤러코스터처럼 확 바뀐 거 같아요. 많은 분들이 그 사건 이후로, 건강에 대한 문제와 건강에 대한 걱정을 너무나 많이 해주셨어요. 팬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면, 그 당시도 그렇고 지금도 건강 괜찮냐, 그러면서 물어보시는 분들도 많고, 제가 여태까지 뛰는 것도 모르는 분들도 계세요. 그 일이 있고 나서 10년이 지났는데, 그 기간 동안 저의 마음은 딱 하나였어요, 김동진이 건강하게 뛸 수 있다는 걸 그라운드에서 증명하자, 그라운드에 나설 때마다 계속 가졌던 마음이에요. 그 마음을 갖고 계속 뛰었더니 10년이란 시간 동안 프로 선수로 뛸 수 있었고, 그 가운데 제 가족이 큰 힘이 되었죠.”

◆ 뇌혈류 장애로 쓰러진 김동진, 건강 문제 털고 10년 간 아시아 무대 개척
김동진이 그 뒤로 10년이나 더 선수 생활을 했다는 것은, 더 이상 뇌혈류 장애가 그가 축구 선수로 뛰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2010년 FIFA 남아공 월드컵도 주전은 아니었으나 건강 이상설이 발생한 뒤 선발되어 참가했다.
김동진이 건강 문제로 하향세를 맞았다는 오해는 2010년 1월 제니트가 잔여 계약 기간이 남은 상황임에도 메디컬 테스트에서 심장 문제가 발생했다며 방출하며 더 커졌다.
김동진은 "당시 한국에서 세세한 검사까지 다 마쳤고, 그 자료를 러시아로 보냈다. 그런데 제니트에 합류한 뒤에도 일주일이나 입원해서 검사를 했고, 독일의 전문가에게도 검사를 받았다. 한국에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진단을 받았는데 독일 전문가는 선수로 뛰면 위험하다는 결과를 전했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제니트는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이 새로 부임한 상황에서 외국인 선수 개편을 추진하고 있었다. 김동진이 차지한 쿼터에 새 선수를 데려오고 싶었던 스팔레티 감독으로 인해 김동진은 잔여 계약 기간이 남았고, 선수로 뛸 수 있는 컨디션을 입증했지만 방출됐다.
제니트에서 나온 김동진은 2010년 FIFA 남아공 월드컵 출전이 절실했다. 복귀를 추진한 것은 유럽 진출 당시 복귀를 약속했던 친정 FC서울이었다. 하지만 당시 서울은 김치우, 현영민 등 레프트백 포지션이 포화상태였다. 월드컵 엔트리에 들기 위해선 꾸준한 출전 기회가 필요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8강을 함께한 김호곤 감독이 김동진을 울산으로 불렀다. 김동진은 울산 입단 후 전반기에 건재를 과시하며 월드컵에 참가했다.
김동진의 불운은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 역사 뒤에 이어진다. 당시 K리그 올스타 팬 투표 1위를 차지해 바르셀로나와 올스타전 참가가 예정되어 있던 김동진은 3주를 앞두고 치른 대전과 경기에서 왼쪽 발목 부상을 입었다. 한달 가량 치료하면 나을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뼈가 보일정도로 다친 작지 않은 부상이었다. 한 달이 지났지만 통증이 계속됐다. 문제는 팀 사정상 뛸 수 있는 상태가 되자 통증을 참고 경기에 나서야 했던 것이다.

◆ 건강 문제보다 불운과 오해로 흔들린 김동진, 자신의 길을 만들다
김동진은 지금도 그 시기를 아쉬워 한다. "당시 저를 프로에 발탁해서 기회를 주셨던 조광래 감독님이 대표팀 감독으로 계셨고, 2011년 아시안컵에 차출하려고 보러 오셨어요. 하지만 발목에 계속 통증이 있다보니 경기력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었죠." 그럼에도 김동진의 클래스를 믿었고, 이영표가 아시안컵 이후 대표 은퇴를 선언한 상황이기에 조광래 감독은 김동진을 대표팀의 차기 주전 레프트백으로 여기고 있었다.
2010년 12월 제주 전훈에 김동진을 소집하기 위해 의사를 타진했으나 김동진은 너무 솔직했다. "발목 통증이 있어서 가도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김동진의 말에, 아시안컵 엔트리에서 아예 배제됐고, 그 뒤로 대표팀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03년에 국가 대표로 데뷔한 김동진은 어린 나이부터 한국 축구가 낳은 최고의 레프트백 중 한 명으로 기대를 받았고, 그 기대를 증명하며 뛰어왔다. 2010년을 끝으로 대표 경력이 끝났지만, 이영표와 동 시대에 활동하면서도 62회의 A매치를 소화했다. 김동진은 스스로 날짜까지 기억하는 2004년 12월 19일 부산아시아드 경기장에서 독일을 상대로 호쾌한 득점에 성공하며 3-1 승리를 이끈 주역이기도 했다.
2011년 친정팀 서울로 돌아갔으나 주전 경쟁에서 밀리면서 김동진은 조광래 감독의 대표팀 호출을 받지 못했다. 조광래 감독은 이영표가 은퇴하면서 생긴 레프트백 공백에 고심이 컸지만, 김동진이 서울에서 주전으로 나서지 못해 대표팀에 불러 점검할 수 없었다. 서울에서 기회를 얻지 못한 김동진은 2012년 중국슈퍼리그 항저우 그린타운으로 이적하며 아시아 리그 생활을 시작한다. 그 뒤로 대표팀에서도, 팬들의 시야에서도 멀어졌다.
"서울에서도 울산에서 입은 발목 부상이 제대로 회복되지 못해서 고생했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2009년에 쓰러졌던 그 문제로 제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미 그 문제는 다 끝났는데. 그때 중국슈퍼리그가 투자를 시작했고 드로그바, 아넬카 같은 선수들이 영입됐어요. 항저우에 갔다가, 2014년에는 태국으로 갔죠. 태국에서도 더 뛸 수 있었는데 아내가 임신하면서 2016년에 서울 이랜드로 왔어요. 돌아온 뒤로는 K리그에서 은퇴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런 말도 했는데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았어요. 그래서 2017년에 홍콩 킷치로 가게 됐죠. 그렇지만 후회는 없어요.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을 걸었으니까요. 외롭고 힘든 일도 많았지만, 누구도 가지 않던 곳에 도전했고, 제 도전을 통해 다른 선수들도 태국이나 중국, 홍콩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열렸으니까요. 한국 축구에 이바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 화려한 스타에서 조용한 도전자로, 김동진은 단 한번도 꺾이지 않았다
2009년에 쓰러진 이후, 부상과 불운이 따라다녔지만 김동진은 후회하지도, 포기하지도 않고 묵묵히 자신이 뛸 수 있는 곳을 찾고, 뛰었다. 그는 자신이 건강하게 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고, 만 37세가 될 때까지 문제없이 경기를 뛰며 자신을 증명했다. 2018시즌 홍콩 클럽 호이킹으로 임대되어 현역 생활을 이어갔다. 2019년 은퇴를 결정한 김동진은 원 소속팀 킷치의 1군 코치 제안을 받았다. 7월 24일 킷치와 맨체스터 시티의 친선 경기를 통해 은퇴 경기를 치른다.
기회를 찾아 아시아 무대의 선구자가 된 김동진은, 후배 선수들에게 도전을 강조하면서도 자신이 인생 최고의 경험을 했던 유럽 무대를 적극적으로 노크하라고 당부했다.
“젊은 선수들은 무조건 K리그 아니면 유럽을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젊은 선수들은. 나이가 있고, K리그에서 자리가 없지만 그 곳에 가서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 그 시장 자체는 나쁘지 않거든요. 축구 열기가 태국 같은 경우는 팬들이 거의 다 찰 정도로 경기장에, 축구 할 맛도 나고, 태국 선수들이 기술이 좋아요. 중국 시장은 제가 있을 때 막 투자를 시작하는 단계였어요. 2012년도에 갔는데 그때 당시 뛴 선수가 아넬카, 드로그바, 케이타, 그때 대형 선수들을 영입하는 시기였거든요. 그런데 제가 그 선수들을 상대해보면, 팀적으로는 약해요. 중국 축구가 팀적으로는 약한데, 그 용병들이 있음으로 해서 개인적인 발전, 특히 수비수들은 그 공격수들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발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은 될 수 있죠. 하지만 젊은 선수들이 가는 것은 반대입니다. 무조건 유럽. 유럽은 환경 자체도 그렇고 선수들의 퀄리티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비록 작은 리그, 벨기에, 네덜란드라도, 스페인이나 영국, 독일이 아니더라 그 아래 리그라도 젊은 선수들이 더 도전하고 그쪽에 나가서 많은 걸 경험하길 바라요. 비록 실패하더라도 얻고 오는 게 분명히 있기 때문에 유럽으로 도전하고 경험했으면 좋겠습니다.”
홍콩 무대에서 지도자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김동진은 여전히 국가 대표 축구인의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 지도자로 걸을 제2의 인생도 한국 축구에 이바지하겠다는 동기가 가장 크다.
“홍콩에서 지도자 경력을 시작하게 됐는데, 쌓으면서 많은 걸 배우고 싶다. 비록 홍콩이지만, 홍콩에도 유럽에서 온 지도자들이 있다. 스페인 등 여러 나라에서 온 지도자들이 있어서 그 지도자들에게서 배우고, 그러면서 한 단계 한 단계 좋은 지도자로 발돋움하고 싶다. 앞으로 제가 어느 자리까지 올라갈지 모르지만 그게 한국이 됐든, 동남아시아가 됐든 유럽이 됐든, 어디일지 모르지만, 좋은 감독으로 좋은 지도자로, 무엇보다 한국 축구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서, 한국 축구 선수들에게 영향을 주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스포티비뉴스=효창운동장, 글 한준 기자, 임창만 영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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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 기자 hjh@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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