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발잡이' 손흥민에게 거리 두기는 재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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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송경택 영상 기자] 아시아 최고 선수에서 이제는 월드클래스라는 수식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
손흥민의 강점은 너무나 많죠. 공간을 스스로 만드는 능력, 오프 더 볼에서 상대를 바보로 만드는 움직임, 너른 시야, 먼 거리에서도 골대를 노릴 정도로 강한 슈팅, 빠른 스피드에 헌신적인 수비 가담까지.
헤더 능력만 갖추면 만능이라고는 하지만, 발이 정확한데 굳이 머리로 만들 필요는 없겠죠. 물론 필요에 따라 머리가 필요하겠지만요.
어쨌든 토트넘 통산 100골을 넘었고 독일 분데스리가 시절을 포함해 유럽 통산 150골까지 넣었죠. 200골을 향해 가는 손흥민의 질주는 멈출 줄 모르고 계속됩니다.
손흥민을 상대하는 수비수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손흥민은 정상급 수비수를 많이 경험해봤죠. 이들을 제치고 골을 넣은 그 자체는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그래서 스포츠타임은 지난 시간 손흥민의 오프 더 볼에서의 놀라운 활약을 조명해봤는데요. 이번에는 양발 활용 능력이 뛰어난 손흥민의 '양발'에 주목했습니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102골을 넣었죠. 오른발 57골, 왼발 41골, 머리 4골인데요. 오른발과 양발의 비율이 5대5에 가깝다는 것은 그야말로 놀라운 일입니다.
오죽하면 잉글랜드의 전설 마이클 오언은 "손흥민은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하나다. 특히 양발 능력이 믿을 수 없는 수치다"라며 놀라워했을까요.
최근 모든 대회를 통틀어 760골을 넘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760골만 살펴보면 더 그렇다. 오른발로 488골(64.29%)로 상당한 비중이었지만. 왼발 138골(18.18%), 헤더 131골(17.26%), 팔 1골(0.13%) 순이었습니다. 호날두가 오른발잡이지만, 왼발 비중을 늘리면서 손흥민처럼 양발 잡이로 향해 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놀랍습니다.

직접 볼까요. 노란색에 강한 손흥민, 2018-19 시즌 13라운드 첼시전에서 환상적인 골을 기록했죠. 중앙선 부근에서 델레 알리가 연결한 볼을 그대로 옆선을 타고 들어다가 방향을 꺾어 페널티지역 오른쪽으로 들어가 골을 터뜨렸죠.
당시 그의 옆에는 중앙 미드필더 조르지뉴가 따라붙었지만, 소용이 없었죠. 조르지뉴는 손을 내밀어 유니폼이라도 잡아채려고 했지만, 손흥민은 멀어져 갑니다.
복귀가 늦었던 중앙 수비수 다비드 루이스는 그냥 지나칩니다. 그래도 2016-17 시즌 첼시의 프리미어리그 우승 주역이었는데, 이 장면을 두고 팬들은 '지나가는 행인1'이라는 수식어를 루이스에게 붙여 줍니다.
단순하게 만들어진 골이 아닙니다. 수비수들의 시선에서 손흥민이 치고 나오며 속도를 올리는 것부터 제어해야 합니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손흥민을 활용했던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 중앙 수비수이면서 중앙 미드필더까지 소화 가능해 현역 시절 리베로로 불렸던 홍 감독은 손흥민의 스피드와 양발 활용이 상대 수비에는 큰 어려움이라고 지적했는데요.
홍명보="(손)흥민이는 스피드가 빠르고 양발을 잘 쓰니까 수비가 한 발만 쓴다고 하면 그 방향을 중점적으로 잡겠지만, 양발 다 쓰니 어느 방향을 막을지 수비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첼시전의 골이 그렇다는 겁니다. 중앙선 부근에서 볼을 잡고 속도를 올릴 때 조르지뉴가 급히 따라붙었지만, 전방을 향해 속도를 올리는 손흥민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손흥민 스스로 속도와 방향을 제어한 것이, 치고 올라가기 전 볼을 한 번 컨트롤하죠. 조르지뉴 입장에서는 볼을 뺏으려 태클을 하거나 경합해야 하는데 양발로 잡으니 순간의 선택은 이미 후회로 이어지게 됩니다. 갑자기 템포를 죽이면서 수비수를 떼내는 효과 동시에 방향을 잡는 손흥민의 발재간입니다.
자연스럽게 손흥민은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페널티지역 오른쪽으로 진입하죠. 오른발로 볼을 치면서도 왼발로 좁혀 조르지뉴의 의지를 껐습니다. 루이스가 접근했지만, 이미 손흥민의 스피드를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죠. 가볍게 왼발 슈팅 골, 루이스와 충돌했다면 페널티킥으로 이어졌을지도 모릅니다.
다른 골을 볼까요, 같은 시즌 25라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전. 후반 38분 손흥민의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했죠.
페르난도 요렌테가 가슴으로 볼을 떨군 것을 손흥민이 잡는 순간, 앞에는 수비수 두 명이 발을 뻗어 막습니다. 일반적인 공격수라면 어설프게 볼을 터치하다 뺏겼겠죠.
하지만, 손흥민은 이미 방향을 잡았죠. 수비수 입장에서는 어느 발로 볼을 잡을지 예측이 되지 않으니 바로 앞에 있던 션 롱스태프는 그야말로 꼼짝마라입니다.
이후 손흥민은 바로 오른발 슈팅, 골로 마무리합니다. 과감함과 발목힘 좋은 손흥민의 슈팅력이 버무려진 결과죠.
홍명보= "수비를 바짝 붙여 슈팅하는 것이 아니라 접어놓고 한다. 수비 입장에서는 (앞으로) 나올 수가 없다."

2014 브라질,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손흥민과 함께 뛰었던 전북 현대 측면 수비수 이용도 양발잡이라는 손흥민의 능력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이용="양발잡이잖아요. 양발 슈팅이 워낙 좋아서 (수비수 입장에서는) 수비를 할 때 상대를 분석하고 거기에 맞춰 어디로 치고 슈팅을 줄 것인지 확률적으로 수비를 하는데 (손)흥민이는 양발로 워낙 슈팅이 좋아서 막기가 힘들어요. 이쪽으로(=공간을) 줘도 때리고 막자니 반대 발로 때리고."
중앙 수비수도 그렇지만, 측면 수비수는 공격 가담이 잦고 빠른 복귀를 해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뒷공간 방어가 늦어지면 그때는 끝입니다. 이용은 손흥민의 양발에 '오프 더 볼'까지 고민하지 않으면 수비수 입장에서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용= "빠르니까 볼을 가지고 (드리블) 치는 것도 빠르다. (손)흥민이는 볼이 없을 때 움직임도 좋다. 공간을 향해 움직이는 것이 정말 좋고 빠르다,"
이용의 설명을 잘 알 수 있는 골, 바로 올 시즌 리그 3골이었던 사우스햄튼전 세 번째 골이었습니다.
영혼의 단짝 해리 케인이 수비 사이로 볼을 넘겨주는 순간 손흥민의 위치를 볼까요. 토트넘에서 같이 뛰어 손흥민과 케인의 특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오른쪽 풀백 카일 워커-피터스, 손흥민이 앞으로 치고 나가려는 멈칫했는데, 이 순간의 선택이 패착이었습니다.
밀착 수비를 하다 순식간에 거리 두기를 허용했고, 이후 결과는 해트트릭 완성이었죠. 이날 워커-피터스는 손흥민의 첫 번째 골을 제외한 모든 골을 놓쳤습니다. 절대로 손흥민과는 거리 두기를 하면 안 되는 수비수들입니다.
2010 남아공월드컵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글레디에이터' 김형일, 중앙 수비수 출신인 김형일은 상대보다 한 수를 더 읽는 손흥민의 축구 지능을 꼽습니다.
김형일="가장 중요한 것은 (손흥민이) 빠르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것보다 더 빠른 거죠. 수비가 빠르다고 생각하고 수비가 이 선수는 빠르다고 알고 대처하는데 그것보다 더 빠르니까요. 드리블, 주력, 공간 찾아가는 능력. 다른 선수 뛰는 것에 익숙한 선수들이 손흥민을 만나면 한 발 더 빠르다고 알게 되는 거죠.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이랑 다르니까요."
즉 손흥민처럼 뛰는 선수가 의외로 적다 보니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겁니다. 대부분 자기 주발인 오른발 아니면 왼발로 킥을 하거나 높이를 활용하는데 양발잡이인 손흥민의 방향 예측은 정말 어려운 거죠. 슈팅 자세를 취하다가 동료에게 패스로 허를 찔러 실점하는 겁니다.
올 시즌 11라운드 아스널전, 손흥민의 놀라운 중거리 슈팅 골로 1-0으로 앞선 전반 추가시간, 케인의 골에 도움을 기록한 손흥민이 모범 답안입니다.
지오바니 로셀소에게 패스를 받은 손흥민, 드리블을 치며 페널티지역 안으로 들어가는데요. 롭 홀딩이 붙어 슈팅을 주지 않으려 합니다.
이 순간 손흥민의 선택지는 크게 세 가지네요. 왼쪽으로 크게 틀어 왼발 슈팅을 시도하거나, 아크 중앙으로 들어온 로셀소나 좀 더 뒤의 스테번 베르흐바인에게 패스, 그리고 뒤로 빠져 들어오는 케인에게 패스.
사실 세 가지 선택지 중 케인에게 패스는 의외로 부담이 컸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로셀소나 베르흐바인의 공간은 열려 있었지만, 케인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죠.
케인은 순간적으로 방향을 바꿔 들어가는데 손흥민이 적절한 타이밍에 볼을 주지 않았다면 페널티지역 왼쪽으로 더 밀려 슈팅 각 자체가 상실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발재간으로 홀딩의 타이밍을 뺏어 자신의 앞에 붙여 놓고 케인이 이동하는 여유를 벌어다 준 겁니다. 케인의 슈팅력이 워낙 좋으니 믿고 패스했죠. 결과는 안 봐도 비디오겠죠.
마지막으로 유명한 번리전 70m 드리블 골, 김형일의 분석을 한 번 들어보며 볼까요.
"볼을 치는 순간부터 타이밍이 맞았죠. 수비 입장에서는 거기(토트넘 수비 진영)부터니 물러서지 않고 전부 덤볐고 뺏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타이밍에 다 끝난 겁니다. 양발이 다 들어가니 수비가 그 스텝을 들어가기가 막기가 힘들죠. 내 스텝에서는 오른발로 쳤다가 오른발로 접는데 오른발-왼발 순서면 괜찮은데 오른발-왼발-오른발이 들어가면 수비 입장에서는 스탭이 엉기게 되고 공간이 열리는 거죠."
누구나 알고 있지만, 막기 어려운 양발잡이 손흥민. 얼마나 더 진화해서 보는 이들을 행복하게 만들까요.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송경택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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