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들어갈 때만 날 믿고 뛰어라"…두산 발야구 이렇게 부활했다
작성일: 2021.04.25 06:05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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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민 두산 베어스 작전 코치의 말이다. 고 코치는 선수 시절 빼어난 주루 센스와 과감한 시도로 주목을 받았다. 야구팬들은 뻔하지 않은 고 코치의 주루 플레이를 '변태 주루'라고 칭했다. 그리고 지금, 베어스 유니폼을 입은 후배들이 한 베이스 더 뛰는 야구를 하며 고 코치의 현역 시절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안권수와 조수행이 23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에서 보여준 주루 플레이가 그랬다. 안권수는 2-0으로 앞선 7회말 1사 2루 김재환 타석 때 2루주자였다. NC 2루수가 우익수 앞까지 빠진 상황에서 김재환이 2루수 땅볼을 때렸고, 안권수는 뒤도 보지 않고 홈까지 뛰었다. 정석대로면 홈까지 쇄도하는 것은 무리수였다. 실제로 2루수→1루수→포수까지 빠르게 중계 플레이가 이뤄져 타이밍 상으로 아웃이었다. 안권수가 홈으로 슬라이딩할 때 양의지의 미트를 피해 왼손을 빼면서 오른손으로 홈플레이트를 터치하는 재치를 발휘하지 않았다면 득점으로 연결될 수 없었다. 덕분에 두산은 3-0으로 달아나며 NC를 흔들 수 있었다.
고 코치는 "감독님 사인이 나온 상황은 아니었고, 무리수라고 생각하고 돌렸다. 죽고 살고는 일단 지난 다음에 나오는 결과니까. (안)권수가 달리기도 빠르고, (김)재환이가 땅볼을 치면 홈까지 돌릴 수 있다고 제스처로 미리 알려줬다. 스타트를 빨리해서 홈까지 갈 수 있게 하라고 미리 준비해서 실행할 수 있었다. 권수가 천천히 뛰었으면 그렇게 돌리지 못했을 것이다. 선수가 열심히 뛰어준 덕분에 과감히 돌려도 되겠다는 확신이 있어서 돌렸다"고 이야기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고영민, 김주찬 코치가 둘이서 뭐를 많이 하더라. (조)수행이는 (김)재호한테 번트 사인을 냈는데, 고 코치한테 도루 가능하냐고 물어봤더니 재호한테 뭐라고 수군수군 하더라. 작전보다는 도루시켜놓고 그러려고 한 건데, 고 코치가 한술 더 떠서 대놓고 3루까지 가게 하더라"고 답하며 웃었다.
고 코치는 "수행이는 준비한 플레이였다. 늘 감독님 사인을 받고 작전이 이뤄진다. 작전이 안 나왔으면 정직하게 한 베이스만 했을 텐데, 그 상황은 빨리 추가점을 내기 위해서 과감하게 했다. 그래도 좋은 결과 있어서, 죽었으면 이런 인터뷰도 못 했을 것"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사실 두산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동안 발야구가 눈에 띄진 않았다. 뛰는 야구보다는 김재환, 박건우, 오재일(삼성), 최주환(SSG), 양의지(NC), 민병헌(롯데) 등 강타자들의 무게감이 더 돋보였다.
하지만 강타자들이 최근 하나둘 FA로 팀을 떠나면서 발야구의 부활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김 감독은 오재일과 최주환이 이탈한 뒤 "올해는 더 작전이 많아질 것"이라고 일찍이 예고했다.
김 감독은 작전과 주루를 전담할 고 코치와 김 코치에게도 "우리 타선의 폭발력이 예전 같지 않으니까. 예전보다 작전 상황이 많을 테니 선수들에게 이야기를 많이 해둬라"라고 전달했다.

모든 작전 상황은 김 감독의 사인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고 코치는 "1루에 있을 때 감독님의 야구를 많이 배웠다. 감독님 성향과 야구 스타일을 1루에서 많이 느껴서 3루에서 실행하는 게 편한 것도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작전을 잘 실행해준 선수들에게도 공을 돌렸다. 고 코치는 "내 플레이를 선수들에게 전수했다는 의견은 조금 오해일 수 있다. 선수들이 준비가 안 되면 갑작스럽게 할 수 있는 플레이가 아니다. 어떤 상황이 발생할 것을 대비하고 준비하자고 선수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 또 선수들이 상황을 보고 판단하면서 플레이를 하라고 강조한다. 홈에 들어갈 때만 나를 믿고 뛰라고 했다. 1루에서 3루 가는 것, 타석에서 치고 2루 또는 3루까지 뛰는 것 다 선수들이 보고 뛰는 게 빠르고 정확하다. 다 선수들이 잘한 것"이라고 했다.
두산은 이제 18경기를 뛰었다. 시즌을 완주하려면 아직 126경기를 더 뛰어야 한다. 고 코치는 "선수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 너무 뛰면 부상이 있을 수 있다. 몸 관리를 철저히 잘해서 끝까지 144경기 안 아프게 안 다치게 잘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마음을 표현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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