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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기자의 사심록(錄)]칸 vs 베니스…봉준호, 놓치지 않을 거예요~

작성일: 2021.07.13 09:33 김현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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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4회 칸국제영화제 개막 선언을 하는 봉준호 감독. ⓒ게티이미지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제74회 칸국제영화제가 한창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난해 영화제를 초청작 리스트만 발표하고 건너뛰다시피 했던 칸영화제는 사상 첫 한여름 7월의 축제를 진행 중입니다. 제가 한국사람이어서 그런지,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깜짝손님 봉준호 감독의 한국어 개막선언이었습니다. 올해 경쟁부문 심사위원인 페르소나 송강호를 비롯해 세계적 거장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스파이크 리, 공로상 수장자인 조디 포스터와 함께 칸의 개막식 무대에 선 봉준호 감독은 축제가 멈추기 전 마지막 황금종려상을 받은 것이 '기생충'이어서 이 자리에 선 것 같다며 말했습니다. "영화제는 멈췄지만 영화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칸 영화제가 아끼고 아껴 개막일 당일 깜짝 발표한 특별 게스트였습니다. 세계적 영화계 명사들이 관객과의 만남을 시간을 갖는 주요행사 '아베크 랑데부'의 게스트 6명 중 한 명인데 맷 데이먼까지 다 공개하고 끝까지 봉준호 감독을 숨겼습니다. 봉준호 감독을 공개하며 쓴 칸의 소개 코멘트엔 칸의 자랑스러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아시아 영화계의 가장 위대한 인물이자 칸 영화제의 위대한 친구."

사실 007 작전 가까운 비밀 유지까지 성사시키며 칸영화제의 개막식에 나타난 봉준호 감독을 보며 가장 속이 쓰렸던 건 아마 가을 개막을 앞둔 베니스 국제영화제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봉준호 감독은 오는 9월 개막하는 베니스영화제의 심사위원장이기도 하거든요. 사실 파격의 파격이나 다름없는 결정입니다. 사실 2006년 칸 감독주간에 초청된 '괴물'부터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기생충'까지 칸의 사랑을 독차지한 봉준호 감독은 베니스와 인연이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 제74회 칸국제영화제 개막 선언을 하는 봉준호 감독. ⓒ게티이미지
하지만 2019년의 칸과 2020년의 아카데미를 휩쓴 봉준호 감독은 지금 현재 세계영화제의 가장 뜨거운 감독임이 분명합니다. 전통적 극장들의 반발로 칸이 주춤한 사이 넷플릭스를 낚아채고 핫스타들을 데려가는 데도 열심인 베니스가 그런 봉준호 감독을 일찌감치 선점한 셈이죠. 세계 최고 권위 영화제, 세계 3대 영화제가 괜히 만들어지겠습니까. 알게 모르게, 영화제들 사이에서도 이런 경쟁이 치열합니다.

봉준호가 베니스에 온다는 발표 이후 칸이 '아차' 싶어 꽤 속이 쓰렸을 겁니다. 2020년 스파이크 리 감독을 심사위원장으로 결정했다가 코로나19로 영화제를 개최하지 못했던 칸은 올해 스파이크 리 감독을 다시 예우해야 마땅한 상황이었습니다. 봉준호 감독을 다시 부를 명분이 신통치 않았던 터에 칸은 묘수를 떠올립니다. 그게 바로 베니스보다 먼저 봉준호 감독을 초청해 '개막선언'을 맡기는 거죠. 슬며시 그가 '칸의 아들'임을 되새기면서. 더욱이 그곳엔 '기생충'의 송강호가 있고, 2019년 이후 멈췄던 영화제를 2021년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까지 맞아떨어지니 이 어찌 아름답지 않습니까. 이번엔 칸 영화제가 제대로 선수를 쳤습니다.

칸 영화제를 20번 다녀온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그것이 영화제의 정치학"이라고 표현하며 "2020년대는 봉준호의 시대다. 봉준호 감독의 일거수 일투족이 한국을 넘어 세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봉준호를 두고 벌어진, 겉으로는 평화롭고 아름답지만 따져보면 몹시 치열하고 흥미진진한 세계 최고 권위 영화제들의 물밑 경쟁 속에서 더욱 무거워지고 높아져 가는 한국 거장의 무게와 위상을 기쁘게 실감합니다. 그리고 한국의 영화제에서도 가끔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 제74회 칸국제영화제 개막식.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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