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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구 치고 교체된 경쟁자…그걸 받은 56억 타자의 배짱

작성일: 2021.09.09 10:20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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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 정수빈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오늘(8일) 기회가 갑자기 찾아왔는데, 오랜만에 잘 맞은 것 같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이 꼽은 외야수 정수빈(31)의 최대 장점은 두둑한 배짱이다. 빠른 발, 번트 안타 능력 등 정수빈의 장점은 다른 게 아니라 과감한 성격에서 나온다는 것. 포스트시즌 등 큰 경기에 잘해 가을을 정수빈의 계절이라 부르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봤다. 

정수빈은 8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반전 드라마를 썼다. 선발 라인업에는 올해 주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김인태가 6번타자 우익수로 들어갔고, 정수빈의 이름은 없었다. 평소와 같은 경기 운영이었다면 정수빈은 경기 후반 대수비로 출전할 가능성이 컸다. 

그런데 2회초 시작과 함께 정수빈이 대수비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김인태가 2-0 선취점을 뽑은 1회말 2사 2루 첫 타석에서 초구를 쳐 맥없이 1루수 땅볼로 물러난 뒤였다. 김 감독은 단 한 타석 만에 미련 없이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부상 등 교체 사유 설명은 없었다. 

김인태의 위기를 자신의 기회로 바꿨다. 정수빈은 3타수 3안타 2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7-1 승리에 힘을 보탰다. 4-1로 앞선 7회말 쐐기 2타점 적시타를 날리며 수훈 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정수빈은 "(김)인태가 빠지면서 내가 바로 들어갔는데, 준비는 계속 다 하고 있었다. 최근 감이 좋은 편이었다. 그동안은 내가 못해서 못 나간 거니까. 인태가 나보다 좋았기 때문에 당연히 인정하고, 그 점은 할 말이 없다. 기회는 오늘처럼 예기치 않게 온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시즌을 앞두고 정수빈은 두산과 6년 56억 원이라는 큰 금액에 FA 계약을 맺었다.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희망이 되고 싶기도 했다. 그는 계약 당시 "나도 이렇게 좋은 대우를 받았으니까. 나 같은 스타일의 선수도 묵묵히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책임감을 말했다.

현실은 마음과 같지 않았다. 정수빈은 프로 시작 후 최악의 타격 슬럼프를 겪었다. 전반기에는 46경기에서 타율 0.200(110타수 22안타), 1홈런, 15타점에 그쳤다. 김인태와 주전 경쟁에서 밀렸고, 후반기 초반까지도 이 흐름이 이어졌다.  

지난달 중순 결국 2군행을 통보 받았고, 이달 1군에 복귀하면서 조금씩 상승 곡선을 그렸다. 9월 6경기에서 타율 0.429(14타수 6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정수빈은 "2군에 가서 연습을 많이 했다. 계속해서 감을 찾으려 노력하면서 조금은 돌아온 것 같다. 야구를 진짜 많이 했지만, 야구라는 게 힘든 것 같다. 좋다가 안 좋고, 하루하루가 다르다. 올해 유독 어려웠던 것 같다. 별다른 이유는 없고, 그냥 내가 못했고 내가 감이 없어서 그랬다. 핑계 댈 게 없다. 내가 잘 못 했던 것 같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늦었지만, 남은 시즌은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수빈은 "올해는 어느 누구한테 욕을 들어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야구를 해야 할 날이 많다. 팀이 잘하고 내가 못하면 그나마 덜할 텐데, 나도 못 하고 팀도 안 좋다 보니까 팀에 미안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준비하려 한 것 같다. 앞으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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