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짜리 실험 시작한 KBO? 수명 연장의 꿈은 이뤄지나
작성일: 2022.01.09 06:30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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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초창기를 경험하고 현재는 지도자로 활동하는 이들은 1980년대와 2020년대 KBO리그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로 선수들의 ‘연령’을 뽑는다. 긍정적인 시선에서 바라보는 선배들이 많다.
한 감독 출신 지도자는 “지금과 비교하면 1980년대는 선수들의 자기 관리도 부족했고, 특정 선수를 제외하면 30대는 슬슬 뒷방 취급을 받는 시대였다. 실제 서른이 되면 현역 이후의 인생을 고민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선수의 노력과 별개로 프로의 개념이 잘 정립되지 않았던 시기”라면서 “지금은 나이가 어떻든 기량만 좋으면 우대받는 시대 아닌가”고 되물었다.
실제 KBO리그 선수들의 ‘활동 시기’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이제 30대 초반의 선수들은 팀 내에서 ‘베테랑’을 취급을 못 받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30대 중반 정도는 되어야 나이가 있다고 평가받고, 30대 후반에도 주축으로 활약하는 선수들도 있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나이 마흔에도 입지를 유지하는 선수들 또한 있다.
2022년 KBO리그 프리에이전트(FA) 시장 하나의 특징 또한 구단들이 대상 선수의 ‘나이’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통 KBO리그에서 FA 자격을 취득하려면 빨라도 20대 후반, 보통이 30대 초반, 늦으면 30대 중반이다. 두 번째 FA를 선언하는 선수들은 대다수가 30대 중반이다. ‘에이징 커브’는 호사가들의 단골 레퍼토리였다.
그럼에도 구단들은 기량만 확실하다면 ‘에이징 커브’에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는 추세를 보였다. 리스크가 큰 6년 이상의 장기 계약도 쏟아졌다.
실제 올해 가장 어린 나이에 FA가 된 선수(2022년 나이 기준)는 박건우(NC) 박해민(LG) 장성우(kt)로 1990년생, 만 32세다. 박건우는 6년 계약을 해 만 37세까지 계약을 보장받았다. 포수 포지션이라는 특이점은 있지만 강민호(삼성)의 경우는 만 40세까지 뛰고, 최대어인 나성범(KIA)을 비롯, 김현수(LG) 황재균 박병호(이상 kt) 백정현(삼성) 또한 특별한 일이 없다면 최소 만 38세까지 유니폼을 입을 수 있다.
야구계에서는 여러 의견이 나온다. 우선 좋은 선수를 잡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런 계약을 제안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 있다. 한 구단 단장은 “그만큼 KBO리그에 선수 풀이 좁다는 의미다. 이 선수들의 30대 후반 성적을 대체할 만한 선수가 많지 않을 것”라면서 “젊은 선수들이 꾸준하게 나온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선수 재능, 육성 시스템, 병역 문제 등에서 메이저리그와는 사정이 다르지 않겠나”고 짚었다.
한편으로는 선수를 보는 기록이 세분화되면서 구단들이 계약 기간 ‘전체’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이를 테면 6년 계약 중 첫 4년만 기대만큼의 활약을 해줘도 손해는 보지 않는다는 인식이 깔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최정(SSG) 양의지(NC)의 계약이 대표적이다. 세이버매트릭스 측면에서 봤을 때, 두 선수는 첫 3년 동안 이미 구단의 투자액을 상당 부분 회수하고 있다.
어쨌든 하나의 실험이 시작됐다는 시각에는 큰 이견이 없다. 선수들이 37세, 38세까지도 가치를 인정받을 만한 활약을 한다면 앞으로 ‘나이’에 대한 선입견은 더 줄어들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하다. 반대로 뚜렷한 에이징 커브를 그리며 실패하는 선수들이 많을수록 경계심은 더 커질 것이다. 총액 1000억 원에 가까운 돈이 들어간 실험이 시작됐다. 4~5년 뒤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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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기자 skullbo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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