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속에 꺼내보인 일기장…'유퀴즈'다웠다[김현록의 사심록(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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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유퀴즈 온 더 블록'이 의미심장한 에필로그를 공개했다. 지난 27일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록'이 방송 말미 '나의 제작 일지'라는 타이틀과 함께 장문의 글을 음악과 함께 내보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출연과 함께 정치 논란의 중심에 섰던 프로그램 제작진이 방송 1주일 만에 낸 고백이다. 이날 '나의 일기장'이라는 주제로 일기에 대한 토크를 나눈 데 이어 '제작일지' '일기장'이란 형식을 빌려 심경을 고백한 것이다.
'공식입장'의 형태는 아니지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윤석열 당선자 출연 이후 '유퀴즈'를 둘러싸고 벌어진 거센 논란에 대한 답이나 다름없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린다. 공감한다는 반응이 나오는 한편,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대해서는 해명하지 않은 채 감성적인 답을 내놨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똑 떨어지는 입장을 표명하지 못했다는 점에선 방송 4년 만에 가장 난감한 논란에 얽힌 제작진의 고충도 읽힌다. 그간 프로그램을 둘러싼 크고작은 잡음에 공식 대응한 적 없는 '유퀴즈'인 만큼, 입장 표명이나 해명 자체도 또 다른 시비거리가 될 여지가 있었다.
"저 멀리 높은 곳의 별을 좇는 일보다. 길모퉁이에서 반짝이는 진주 같은 삶을 보는 일이 참으로 행복했'었'다"는 대목은 특히 의미심장하다. "떳떳하게 외칠 수 있다. 우리의 꽃밭을 짓밟거나 함부로 꺾지 말아 달라고. 우리의 꽃밭은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것이라고"라는 대목 또한, '꽃밭을 짓밟거나 함부로 꺾'는 이,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에 누구를 대입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준다.
특히 제작진과 진행자를 분리하고, 이번 논란에 함께 시달렸던 유재석에 대해 "자신의 시련 앞에서는 의연하지만 타인의 굴곡은 세심하게 연연하며 공감하고 헤아리는 사람" "매 순간이 진심"이라며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를 두고 CJ ENM 관계자는 "에필로그의 경우 제작진의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으로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출연진과 제작진이 프로그램에 전념할 수 있도록 더이상 논란이 확산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유퀴즈' 제작진의 '일기장'은 지극히 '유퀴즈'답다. 무시하고 침묵하지도, 정색하고 직구를 날리지도 않았다. 대신 많고 많았을 할 말을 은유적으로 옮기고 다큐멘터리 같은 화면과 서정적인 음악을 함께 담았다. 마치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다음 회를 이어가는 대신 시청자를 향해 긴 메시지를 남긴 고집이 선명하다. 소박한 집 마당같은 프로그램을 거쳐 간 이들에 대한 애정, 프로그램에 대한 자부심도 읽힌다. 다행한 일이다. 논란 이후에도 여전히 마주해야 할 '자기님'들을 조금 더 떳떳이 맞기 위해서라도.
27일 방송에서 공개된 '유퀴즈' 제작진의 '나의 제작일지' 전문을 옮겨 본다.
2018년 어느 뜨거웠던 여름날에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길바닥의 보석 같은 인생을 찾아다니며 한껏 자유롭게 방랑하는 프로였다. 저 멀리 높은 곳의 별을 좇는 일보다. 길모퉁이에서 반짝이는 진주 같은 삶을 보는 일이 참으로 행복했었다. '유퀴즈'는 우리네 삶 그 자체였고. 그대들의 희로애락은 곧 우리들의 블루스였다.
이 프로그램을 일궈 온 수많은 스태프, 작가, 피디들은. 살면서 언제 이토록 귀한 경험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보통 사람들이 써 내려가는 위대한 역사를 담을 수 있어서. 어느 소박한 집 마당에 가꿔놓은 작은 꽃밭과도 같은 프로그램이라서. 날씨가 짓궂더라도 계절이 바뀌더라도 영혼을 다해 꽃피워 왔다.
자신의 시련 앞에서는 의연하지만 타인의 굴곡은 세심하게 연연하며 공감하고 헤아리는 사람. 매 순간이 진심이었던 유재석과 유재석을 더욱 유재석답게 만들어준 조세호. 두 사람과 함께 한 사람 여행은 비록 시국의 풍파에 깎이기도 하면서 변화를 거듭해 왔지만. 사람을 대하는 우리들의 시선만큼은 목숨처럼 지키고 싶었다. 뜻하지 않은 결과를 마주했을 땐 고뇌하고 성찰하고 아파했다.
다들 그러하겠지만 한 주 한 주 관성이 아닌 정성으로 일했다. 그렇기에 떳떳하게 외칠 수 있다. 우리의 꽃밭을 짓밟거나 함부로 꺾지 말아 달라고. 우리의 꽃밭은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것이라고. 시간 지나면 알게 되겠지. 훗날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제작진의 마음을 담아 쓴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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