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윤계상. 제공|디즈니+
▲ 배우 윤계상. 제공|디즈니+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저보고 그냥 장첸이라고 해요, 이름도 몰라요."

윤계상(44)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너털웃음을 지었다. 환한 미소였다. 2017년 688만 관객을 모으며 역대 청불영화 흥행 3위 대기록을 작성한 '범죄도시'에서, 그는 흉악한 범죄자 장첸을 연기했다. 첫 악역이었다. 마동석과 견주어서도 밀리지 않던 장발의 빌런은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윤계상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됐다. 

손석구가 새 악당 강해상으로 나선 '범죄도시2'가 1000만, 1100만을 넘어 1200만, 1300만을 바라보는 시기, 1편의 토대를 단단히 쌓은 주역인 윤계상의 기분도 남다를 터다. "그만큼 목말랐고, 그만큼 영화를 잘 만든 것"이라며 '범죄도시' 패밀리로서 자부심을 드러낸 그. 허나 인기가 치솟은 후임 빌런 손석구와 비교를 부탁하니 "지금 이러면 큰일난다, 저 지금 신혼이다"며 손사래를 쳤다. 

"너무너무 좋았어요. 진짜 잘했던 것 같아요. 손석구씨가 지금 핫한 이유가 다 있죠. '범죄도시2'로 빵 터진 것이 아니잖아요. 지금 발견됐을 뿐 전작을 찾아보니 다 너무너무 좋아요. 현장 놀러가서도 많이 봤죠. 진선규, 김성규 형과 버스 액션 촬영 때 갔는데, 셋다 입을 모아서 '예사롭지 않다' 했어요. 스태프와도 다 친하잖아요. 물어보면 너무 재밌다, 잘한다 하는데 조금 섭섭하면서도 좋으면서도 그랬어요.(웃음) 이제는 장첸을 보내줘야 할 때죠. 더 다행이기도 하고요."

▲ 배우 윤계상. 제공|디즈니+
▲ 배우 윤계상. 제공|디즈니+

한창 방영 중인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키스 식스 센스'에선 '장첸' 시절과는 180도 다른 윤계상을 만날 수 있다. 본격 '로맨스' 복귀작이나 다름없는 이 작품에서 그는 능력과 독설을 겸비한 광고계 실력자 민후로 분했다. 알고보니 오감이 과도하게 발달해 까칠하고 예민하기 이를 데 없던 그는 입술이 닿으면 미래를 보는 후배 예슬(서지혜)과 짜릿한 로맨스를 그려가는 중이다. 이제 마지막 두 회가 남았다. 

"마블 영화도 좋아하고, 디즈니 애니메이션도 좋아해요. 대본을 보니 비슷한 결의 재미가 있더라고요. 대중들은 이미 판타지에 대한 적응이 완료된 상황이잖아요. 초능력 이야기가 더이상 낯설지 않고, 현실적인 걸 부대껴하는 세상이 됐어요. 그래서 선택하게 됐어요. 오감이 발달한 남자, 미래를 보는 여자라는 데 솔깃했죠."

의학용어같은 전문용어가 난무하는 광고계 이야기라 광고 분야에서 일하는 이들과 인터뷰도 하며 거리를 좁혔다. 실제 회의 영상을 보는데 '너무너무 치열하다' 생각이 들더란다. 

"직장생활 해 본 경험이 없죠. 그런데 저랑 비슷하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살아가는 인생이 다 똑같구나. 다 치열하고, 너무 괴롭고, 괴롭히는 사람도 있고, 인정받고 싶은데 잘 안되고. 배우들은 자기가 예술하는 줄 알잖아요. 내가 제일 힘든 줄 알고. '다 똑같아, 우리도 빡세고, 우리도 인정받고 싶고, 너만 힘든 것 아니야' 하는데 뭔가 뼈를 맞은 느낌이었어요."

완벽을 요구하는 까칠한 직장상사는 또 다른 도전이자 고민거리였다. "대본을 보고는 문제가 될 것 같았다. 상사가 갈군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봤다"는 게 윤계상의 솔직한 고백. 걱정했지만 현장에선 재미있게 연기했다. 다 이유있는 구박이었다. "그 후의 이야기를 알고 있어서 과감하게 할 수 있었어요. 사랑하니까."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서지혜를 두고선 '여신'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제가 예쁜 여자들이랑 잘 어울리는 것 같다"며 의미심장한 파트너 자랑을 시작한 윤계상은 "서지혜씨의 어릴 적 얼굴을 기억한다. 예전에 본 '예쁨'과는 또 다른, 여신같은 분위기가 나온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배우 윤계상. 제공|디즈니+
▲ 배우 윤계상. 제공|디즈니+

사실 말쑥하고 댄디한 광고인이 된 윤계상의 비주얼도 못잖게 시선을 사로잡는다. 처음 작품에 들어갈 때부터 패션과 헤어스타일을 두고 적잖은 고민을 했다. 오랜 고심과 노력의 결과물이란다. 전작 '크라잉 퍼즐'에서 머리를 빡빡 깎은 죄수였던 걸 떠올리면 극적인 변신이 더 실감난다. 중반부까진 가발을 써서 짤막한 머리를 가렸단다. 

"대본을 읽기에는 스타일리시한 남자라야 할 것 같았거든요. 중년 꼰대 느낌이 나오면 안되니까. 전작 '크라잉 퍼즐'에선 머리를 빡빡 깎고 죄수복을 입었는데, 이건 핫한 느낌이고 '옷 잘입었다' 이야기를 들어야 할 것 같고. 서지혜씨는 '사랑의 불시착' 이후 계속 찬사를 받는 여배우잖아요. 그녀를 구박하는 멋진 팀장인데, 거울을 보니 제가 너무 꼰대같은 거예요. 너무 걱정이 돼서 여러 군데 도움을 요청하고, 머리스타일부터 안경, 옷 하나하나 다 만들었어요. 감독님 작가님에게 '머리를 민 광고인도 있지 않냐' 제안도 해보고요. 머리를 감싸쥐시더라고요.(웃음) 도전적인 의상도 입었는데, 괜찮았다니 다행입니다."

▲ 배우 윤계상. 제공|디즈니+
▲ 배우 윤계상. 제공|디즈니+

널리 알려졌다시피, 그는 1999년 그룹 god로 데뷔해 지금에 왔다. 가수로 정상의 자리에 올랐던 그는 여러 우여곡절과 시행착오 끝에 배우로 지금의 자리에 왔다. "잘 살아남았다. 잘 버텼다. (배우로) 밥벌이를 하고 있으니 너무 감사한 일이다"는 그는 "여기까지 오는 게 쉽지 않았다. 풍파를 겪었다. 업앤다운이 심했다. 너무너무 잘하고 싶고, 세상 짐을 다 짊어진 적도 있었다. 그걸 다 겪어서 안정된 것 같다. 잘 공부했다는 느낌이다"라고 지난 시간을 되새겼다. 

"나이가 드니 도달하는 감정의 수위가 짙고 진하다는 생각을 해요. 확실히 주름이나 눈빛이 짙어진 것도 사실이거든요. 멍하니 있어도 사연있어 보인다고 할까. 가만히 있는데 '좋았어!' 이러고.(웃음)  제 얼굴이 좋아진 쪽으로 달라졌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예전 얼굴이, 풋풋한 느낌이 그립기도 하고요.(웃음)

저를 기억하는 이미지라는 게, 제가 지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너무 잘 알게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제가 god 윤계상인 거고, 이제 스무살이 된 친구는 장첸인 것이고. 바라는 게 있다면 한 번 더 그런 이미지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내 생애 다시 한번 그런 무언가로 불려지는 건 정말 영광일 것 같아요. 다만 그 무언가가 배우로서 만들어졌으면 하는 건 확실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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