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승모 씨(왼쪽)와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 ⓒ 대구, 김민경 기자
▲ 임승모 씨(왼쪽)와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 ⓒ 대구, 김민경 기자

[스포티비뉴스=대구, 김민경 기자] "지금보다 살 더 쪄야 된다."

'돌부처'는 마운드 위에서만 통하는 별명인 듯하다. 삼성 라이온즈 마무리투수 오승환(40)은 임승모 씨에게 최고의 야구선수이자 마음 따뜻한 형이었다.

오승환은 29일 대구 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 만난 임 씨를 따뜻하게 맞이했다. 임 씨는 이날 열리는 오승환의 'KBO FAN FIRST(팬 퍼스트)상' 8월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라이온즈파크를 찾았다. 

오승환은 임 씨를 2016년에 처음 만났다. 오승환은 당시 소아암 후원 단체인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그해 찾은 한 병원에 임 씨가 혈액암으로 항암치료를 받고 있었다. 

2016년 임 씨는 야구를 비롯한 스포츠를 정말 사랑하는 중학생이었다. 본가가 충청북도 충주라 임 씨의 아버지는 한화 이글스를 응원했지만, 임 씨는 유독 오승환을 좋아했다. 키 181㎝에 몸무게가 57㎏까지 빠질 정도로 고단한 투병 생활에 오승환은 큰 힘이 됐다. 오승환은 2016~2019년까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었는데, 임 씨는 한국시간으로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열리는 경기도 오승환이 나오면 놓치지 않고 찾아볼 정도로 팬이 됐다. 

6년이 흘러 임 씨는 야구장을 직접 찾아 경기를 관람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해졌다. 지난해 혈액암 완치 판정을 받고 여느 대학생들처럼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내다 지난 8월 27일 대구 한화 이글스전에 생애 첫 야구장 나들이를 가기로 결심했다. 이때 생각난 이름이 오승환이었다. 

임 씨는 "6년이나 지난 일이고,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오승환이) 지나가는 인연이라 생각할 것 같았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직관 가기 하루 전날 밤에 SNS로 오승환 선수에게 연락을 한번 해보고 싶었다. 진짜 답장이 올 줄은 몰랐는데, 다음 날 동대구역에 도착하자마자 오승환 선수의 답장이 와서 역에 한참을 서 있었다.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고 이야기했다. 

오승환은 임 씨에게 '경기 전에 만나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경기장을 찾아온 임 씨에게 직접 준비한 유니폼과 사인볼을 전달하면서 "건강해져서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임 씨가 이 사연을 KBO에 직접 신청하면서 오승환은 KBO FAN FIRST상의 8월 수상자로 선정됐다.  

오승환은 "평소에는 진짜 SNS 메시지를 잘 안 본다. 그날도 전날에 온 메시지를 보게 된 것이었다. 나도 예전 기억이 나더라. 이런 이야기가 알려지는 걸 좋아하지는 않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사연이 알려져 좋은 게 나도 힘을 받았다. (임)승모가 나보다도 큰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었는데, 오히려 지금 승모에게 힘을 받는 상황이라 뜻깊다"고 마음을 표현했다.  

▲ 왼쪽부터 오승환, 허구연 KBO 총재, 임승모 씨 ⓒ 삼성 라이온즈
▲ 왼쪽부터 오승환, 허구연 KBO 총재, 임승모 씨 ⓒ 삼성 라이온즈

임 씨는 오승환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그는 "(2016년에는)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몸 상태가 안 좋았다. 오승환 선수와 만나고 나서 밥도 잘 챙겨 먹고 많이 먹던 약도 줄이고 힘을 많이 받았다. 그때 이후로 치료가 돼서 완치까지 됐다. 지금은 몸무게가 72㎏까지 많이 쪘다"고 말하며 웃었다. 

오승환은 그런 임 씨에게 "지금보다 살 더 쪄야 한다. 더 건강해져서 앞으로 야구장 더 많이 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임 씨는 오승환이 첫 만남 때 준 유니폼이 닳을까 봐 경기장에 입고 오지도 못했다. 임 씨가 "액자에 넣어 기념하려고 액자를 찾아보고 있다"고 이야기하자 오승환은 "다음에는 경기장에도 입고 올 수 있게 몇 벌을 더 주겠다. 내가 선물하는 유니폼은 다 내가 입었던 것만 준다"고 약속했다. 

오승환은 다음에 대전에서 삼성 경기가 있는 날 임 씨를 초대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오승환은 "아버지랑 대전 경기에 한번 오면 자리를 마련해주겠다. 아버지는 한화 유니폼 입고, 승모는 내가 준 유니폼 입고 같이 경기를 봤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귀한 인연이 찾아온 날. 오승환은 또 한번 세이브를 선물했다. 8월 27일 한화전에서도 1이닝 무실점 호투로 세이브를 기록했는데, 이날은 3-0으로 앞선 9회초 2사 1루에 등판해 양의지를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시즌 30호 세이브를 임 씨에게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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