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리뷰]'자백', 눈으로 보는 추리소설…웰메이드 심리 스릴러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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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올해 최고의 심리 스릴러 탄생이다. 숨막히는 긴장감에 치열한 두뇌 플레이로 밀도 높은 재미를 보장하는 '자백'이다.
'자백'은 밀실 살인 사건의 유일한 용의자로 지목된 유망한 사업가 유민호(소지섭)와 그의 무죄를 입증하려는 승률 100% 변호사 양신애(김윤진)가 숨겨진 사건의 조각을 맞춰나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스페인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를 원작으로 한다.
원작이 반전으로 유명한 작품이기에 '자백'이란 작품의 존재부터 의문으로 시작한다. '원작의 핵심 반전을 아는 관객에게도 재밌을까?' 싶지만 납득 가능한 변주와 탄탄한 완성도로 다시 만들 만한 가치를 증명해냈다.
영화 주인공인 사업가 유민호는 재벌가 막내딸과 결혼 후 일까지 승승장구하는 성공한 삶을 누리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불륜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받고 내연녀 김세희(나나)와 함께 외딴 호텔로 불려온다. 현장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낀 그는 황급히 방을 떠나려 하지만 그 때 정신을 잃고 만다.
깨어나보니 김세희는 사망했고, 자신이 살해 용의자로 지목된다. 두 사람이 발견된 호텔방은 밀실 상태. 유민호는 "내가 죽인 것이 아니다. 방 안에 분명히 누군가가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제3자가 있었다는 증거가 없다.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기 직전, 그는 승률 100% 변호사 양신애와 만나게 된다.
양신애는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나에게 모든 사실을 정확하게 이야기 해야한다"고 방어적인 유민호를 설득하고, 유민호의 이야기를 토대로 그의 무죄를 위해 법리적으로 빈틈이 없도록 사건의 재구성에 나선다.
이야기는 크게 3막으로 나뉜다. 1막은 유민호가 털어놓은 사건의 전말, 2막은 양신애가 시점을 바꿔 재구성한 사건과 알리바이, 3막은 휘몰아치는 사건의 진실이다. 회상 신으로 사건을 보여주면서도 이야기의 핵심 전개는 양신애와 유민호의 설명으로 끌어간다. 두 사람의 대화 신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에 잠깐만 놓쳐도 중요한 정보들을 놓칠 수 있다. 그러나 지겹기는 커녕 오히려 밀폐된 공간 안에서 숨막히는 기싸움을 펼치는 두 인물의 모습에 관객이 빨려들 것 같은 몰입감이 느껴진다.
영화의 주무대인 깊은 산 속에 위치한 외딴 별장은 클래식한 분위기에 포근하고 따뜻한 아우라를 주는 공간이다. 단순히 변호사 양신애와 의뢰인 유민호가 사건 수임을 앞두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지만, 이 곳에서 펼쳐지는 두 사람의 심리전은 마치 한 편의 연극 무대를 보는 느낌을 준다. 장르는 트릭이 완벽한 고전 추리소설이다.
유민호가 범인일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 시점에 맞춰 각각 재연되는 사건에서 유민호와 김세희는 극과 극의 성격을 보여주고 사건의 핵심은 완전히 뒤집힌다. 마치 배우가 1인 2역을 하는 듯 전혀 다른 면모로 어떤 상황이 진실인지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만들며 엔딩으로 몰아간다. 죽은 김세희는 말이 없고, 관객은 유민호의 주장과 양신애의 추리 사이에서 힌트를 얻어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특히 핵심 반전이 드러나는 몇 번의 타이밍이 배우들의 밀도 높은 표정 연기와 어우러지며 짜릿한 재미를 준다. 때문에 원작 정보를 전혀 모르고 보는 관객이 200%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듯 하다. 물론 알고 본다고 해도 후반부에는 스토리에 변주를 줬기 때문에 롤러코스터 같은 흐름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소지섭은 이번 작품에서 대중에게 아주 낯설고 생소한 인상을 드러낸다. 소지섭의 새로운 스팩트럼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비주얼에서 풍기는 분위기도 좋다. 나나는 두 번의 재연에서 보여준 극과 극의 캐릭터 연기로 전혀 다른 인물처럼 강렬한 인상을 더했다. 김윤진은 이 작품의 핵심이다. 빨려들 듯 차분한 목소리와 묘한 연극적 뉘앙스가 영화의 분위기에 녹아들어 몰입감을 더한다. 밀폐된 공간 안에서 내적으로 휘몰아치는 감정선을 매끄럽게 표현해내며 베테랑답게 농익은 연기력으로 탄성을 자아낸다. 세 배우의 강점이 드러난, 삼박자가 조화로운 캐스팅이다.
더불어 두 가지 사건이 합쳐지고, 두 가지 시점으로 재구성되면서 이야기와 함께 유민호의 인생도 점점 꼬인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수차례 반전을 거듭하며 뒤집힌다. 복잡할 것만 같지만 깔끔하게 전개되고 관객의 뇌리에 쏙쏙 박히는 깔끔한 연출 또한 큰 장점이다.
오랜만에 탄생한 깔끔한 매력의 웰메이드 심리 추리극이다. 거대한 스케일의 액션 없이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극적인 반전 스토리와 밀도 높은 연기의 조화로 충분한 쾌감을 전한다. 탄탄한 반전으로 무장한 한 편의 추리소설을 눈으로 보는 듯한 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후회없는 선택이 될 듯 하다.
2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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