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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20승 MVP, 160km 괴물 후계자로 점찍었다…그가 귓속말로 남긴 메시지

작성일: 2023.11.28 08:10 윤욱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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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O MVP를 수상한 NC 에릭 페디(오른쪽)와 신인왕을 차지한 한화 문동주가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 KBO MVP를 수상한 NC 에릭 페디(오른쪽)와 신인왕을 차지한 한화 문동주가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 페디는 MVP, 수비상, 평균자책점상, 승리상, 탈삼진상을 휩쓸었다. 시상식에는 최동원상 트로피도 챙겨왔다. ⓒ곽혜미 기자
▲ 페디는 MVP, 수비상, 평균자책점상, 승리상, 탈삼진상을 휩쓸었다. 시상식에는 최동원상 트로피도 챙겨왔다. ⓒ곽혜미 기자
▲ 문동주는 한화 선수로는 2006년 류현진 이후 17년 만에 신인왕에 등극했다. ⓒ곽혜미 기자
▲ 문동주는 한화 선수로는 2006년 류현진 이후 17년 만에 신인왕에 등극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소공동, 윤욱재 기자] KBO 리그 MVP는 신인왕에게 귓속말로 메시지를 남겼다. 그리고 신인왕을 MVP의 메시지를 가슴 깊이 새기기로 했다. 두 선수는 대체 어떤 이야기를 나눈 것일까.

2023 KBO 시상식이 열린 27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서울. KBO 시상식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MVP와 신인왕의 주인공이 공개되는 순간이라 할 수 있다.

올해는 박진감(?)이 떨어졌던 것이 사실. MVP와 신인왕 모두 강력한 1순위가 있었기 때문이다.

MVP는 역시 NC 외국인투수 에릭 페디(30)의 차지였다. 페디는 KBO 레전드 투수들만 갖고 있는 대기록을 소환한 주인공이다. 올 시즌 30경기에 등판해 180⅓이닝을 던져 20승 6패 평균자책점 2.00을 기록한 페디는 탈삼진도 209개를 수확하면서 무려 37년 만에 20승과 200탈삼진을 동시에 달성한 선수로 기록에 남았다.

페디에 앞서 한 시즌에 20승과 200탈삼진을 모두 달성한 선수는 4명 밖에 없었다. 1983년 '너구리' 장명부(삼미)는 전무후무한 30승을 거두면서 탈삼진 220개를 기록했고 1984년 '무쇠팔' 최동원(롯데)은 27승과 더불어 탈삼진 223개를 거두는 놀라운 투구를 보여줬다. 1985년 김일융과 함께 KBO 리그 역대 최고의 원투펀치를 구성했던 김시진(삼성)이 25승과 201탈삼진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고 1986년에는 '무등산 폭격기' 선동열(해태)이 24승과 214탈삼진을 마크하며 전설의 투수다운 족적을 남겼다.

이날 페디는 MVP 트로피는 물론 평균자책점상, 승리상, 탈삼진상, 수비상까지 휩쓸며 트로피만 5개를 수집했다. 여기에 이미 수상한 최동원상 트로피까지 챙겨온 페디는 '6관왕'의 위엄을 수많은 트로피로 증명했다.

페디의 야구 인생에도 최고의 순간으로 남을 시즌이다. 페디는 MVP를 받은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정말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대단했던 시즌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즌 중에도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해냈고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내 생각에는 앞으로 야구 인생에서 이번 시즌 만큼 대단한 시즌은 없을 것 같다"라고 감격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그는 "올해 20승과 200탈삼진은 37년 만에 나온 기록인 것을 잘 알고 있다. 그저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기록을 달성한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라고 장명부, 최동원, 김시진, 선동열의 대기록과 함께 한 것에 대해 기쁨을 표했다.

물론 페디의 성공이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페디는 줄곧 미국 무대에서만 뛰었던 선수. 낯선 한국 땅에서 새로운 문화에 적응해야 했고 언어의 장벽과도 마주쳐야 했다. "야구를 하면서 처음으로 '아웃사이더'라는 느낌을 받았다. 새로운 환경이고 언어라는 장벽도 있었다"고 고백한 페디는 "하지만 팀이 나를 좋아하도록 만들고 싶었고 노력을 많이 했다. 그리고 지금은 형제 같은 존재가 돼 정말 기쁘다"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해피엔딩'이었다.

▲ 페디 아버지 스캇 페디씨(왼쪽에서 첫 번째)도 시상식에 참석했다. 임선남 NC 단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한동희 통역(맨 오른쪽)도 페디의 수상을 축하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 페디 아버지 스캇 페디씨(왼쪽에서 첫 번째)도 시상식에 참석했다. 임선남 NC 단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한동희 통역(맨 오른쪽)도 페디의 수상을 축하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 페디가 트로피에 키스를 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 페디가 트로피에 키스를 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우여곡절도 있었다. NC는 정규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순위 경쟁을 펼쳤고 페디는 10월 16일 광주 KIA전에 선발투수로 나섰으나 상대 타자의 타구에 팔뚝을 맞으면서 포스트시즌 등판에 차질을 빚었다.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는 아예 등판 조차 이루지 못했고 SSG와의 준플레이오프 등판도 무산됐다. 

KT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야 등판이 이뤄진 페디는 6이닝 동안 삼진 12개를 잡으면서 3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 괴물투수의 위력을 되찾는 듯 했으나 이후 등판이 불발됐고 NC도 2연승 뒤 3연패로 리버스 스윕패를 당하는 충격적인 결말을 맞았다. 페디는 NC가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패퇴하자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을 보여 팬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페디는 KBO 시상식에서도 눈물을 참지 못했다. 기자단 투표 총 111표 중 102표(91.9%)를 쓸어 담으며 MVP에 선정된 페디는 수상 소감을 말하던 도중 플레이오프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다.

신인왕도 이변은 없었다. 한화 문동주(20)가 기자단 투표 총 111표 중 85표(76.6%)를 획득, 한화 선수로는 2006년 류현진 이후 17년 만에 신인왕에 등극한 것이다. 문동주는 페디와 달리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올해로 프로 2년차를 맞은 문동주는 올 시즌 23경기에 등판해 118⅔이닝을 던져 8승 8패 평균자책점 3.72로 활약했다. 특히 최고 시속 160km 강속구를 선보이며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사실 한화가 문동주의 이닝을 제한하지 않았다면 이보다 더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도 있었다. 한화는 이제 20세가 된 문동주의 장래를 위해 이닝수를 120이닝 미만으로 제한했다. 따라서 문동주의 올해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은 9월 3일 잠실 LG전으로 남아 있다.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음에도 문동주는 신인왕에 등극할 정도로 적수가 없었다.

"트로피가 무겁다. 트로피의 무게를 잘 견뎌야 할 것 같다. 감독님과 코치님, 그리고 전력분석과 트레이닝파트에서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이 상을 받을 수 있는 것 같다"라는 문동주는 "마지막으로 (한화에서) 류현진 선배님 이후 17년 만에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영광을 팬들에게 돌리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 문동주가 2023 KBO 신인상의 주인공이 됐다. ⓒ곽혜미 기자
▲ 문동주가 2023 KBO 신인상의 주인공이 됐다. ⓒ곽혜미 기자
▲ 평생 딱 한번 밖에 받을 수 없는 상. 2023년에는 문동주가 그 주인공이었다. ⓒ곽혜미 기자
▲ 평생 딱 한번 밖에 받을 수 없는 상. 2023년에는 문동주가 그 주인공이었다. ⓒ곽혜미 기자

 

페디도 문동주의 존재를 잘 알고 있다. 이날 시상식 자리에서도 문동주에게 아낌 없는 격려의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페디는 문동주에게 귓속말로 "내가 들고 있는 트로피를 나중에 네가 다 들고 있으면 좋겠다"라는 이야기를 남겼고 문동주도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화답했다. 페디도 문동주가 자신의 대기록을 이어 받을 '후계자'로 손색이 없다고 평가를 내린 듯 하다.

"문동주와 단상 위에서 같이 사진을 찍었는데 이런 자리를 같이 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는 페디는 "문동주와 같이 사진을 찍으면서 귓속말로 '내가 들고 있는 트로피를 나중에 네가 다 들고 있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했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하더라. 매우 뜻깊은 하루였다"라고 말했다.

사실 페디와 문동주는 이미 식사를 함께 했던 인연이 있다. 바로 지난 8월 14일 창원 모처에서 만남이 성사된 것. NC와 한화가 8월 15~17일 창원에서 3연전을 치르기 직전이었다. 이는 문동주가 구단 관계자를 통해 "페디와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했고 페디도 흔쾌히 응하면서 만남이 이뤄질 수 있었다. 단순한 식사 자리는 아니었다. 문동주는 KBO 리그 최고의 투수로 활약하던 페디의 노하우를 습득하고 싶었고 페디도 여러 구종의 그립을 설명하며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 없이 전수하면서 우애를 다졌다.

함께 식사하며 우정을 나눈 이들이 다시 만난 것은 바로 KBO 시상식 자리였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각각 MVP와 신인왕에 선정되면서 2023년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그러나 이들이 또 언제 만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우선 페디의 거취가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페디는 KBO 리그에서 1년만 뛴 것이 전부이지만 이미 미국 현지 언론에서는 페디를 메이저리그 무대에 재입성할 후보 중 1명으로 거론하고 있다. 앞서 메릴 켈리, 조쉬 린드블럼, 에릭 테임즈, 크리스 플렉센, 드류 루친스키 등 KBO 역수출 사례가 적지 않았던 만큼 페디도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한 선수다. 특히 그가 보여준 기록만 보더라도 역대급 역수출 사례로 남을 수도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일본프로야구 구단들도 페디에게 적잖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메이저리그 소식을 전하는 'MLB 트레이드 루머스(MLBTR)'에서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영입을 노릴 만한 선발투수 중 1명으로 페디를 지목했다. 'MLBTR'은 "샌디에이고는 아시아 프로야구 출신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팀이다"라면서 "한국에서 뛰고 있는 페디에게도 문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페디는 내년 거취에 대해 "내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일단 NC와 이야기를 나눠봐야 할 것 같다. 그 이후에 다른 팀들과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우선 가족을 먼저 생각하고 결정할 것이다. NC라는 팀 자체는 정말 대단한 팀이라고 생각한다. NC라는 팀은 항상 마음 속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라고 이야기했지만 페디의 몸값이 폭등하는 시점에서 NC가 그의 마음을 붙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만약 페디가 국내 무대를 떠난다면 문동주와의 재회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언젠가는 메이저리그라는 큰 무대에서 다시 만날지도 모르겠다. 페디의 격려처럼 문동주가 페디가 걸었던 길을 다시 밟는다면 그 역시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정상의 무대에서 재회하는 이들의 모습은 꼭 상상 속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KBO 리그를 지배한 '괴물투수' 페디와 '160km 괴물 신인왕' 문동주의 인연은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 정규시즌 MVP를 수상하고 기뻐하는 에릭 페디 ⓒ곽혜미 기자
▲ 정규시즌 MVP를 수상하고 기뻐하는 에릭 페디 ⓒ곽혜미 기자
▲ 문동주 페디 ⓒ곽혜미 기자
▲ 문동주(왼쪽)와 에릭 페디가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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