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이 쉬어야…" 3735억 동료는 이미 체념, 사령탑은 애칭 부르며 애정 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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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한국인 메이저리거 '어썸킴' 김하성(29)이 시범경기에서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사령탑의 극찬을 이끌어내고 있다. 여기에 김하성에 밀려 포지션이 변경된 스타 플레이어는 이미 체념한 듯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김하성은 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 위치한 피오리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 1번타자 유격수로 출전해 3타수 1안타 1득점으로 활약하며 샌디에이고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을 1번타자로 전진 배치했다. 김하성은 앞선 6경기에서 모두 5번타자로 출격했는데 이날 만큼은 달랐다. 이유가 있었다.
올 시즌부터 샌디에이고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마이크 쉴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오늘(5일) 상대가 좌완투수를 선발로 내보내면서 우리는 '키미(Kimmy)'에게 1번타자로 나설 기회를 주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쉴트 감독이 김하성을 '하성 킴'이라 부르지 않고 '키미'라는 애칭으로 부른 것이 눈길을 끈다.
마침 이날 컵스는 좌완투수 조던 윅스를 선발투수로 내보냈다. 윅스는 이날 경기에서도 3⅓이닝 4피안타 1볼넷 1실점으로 호투했고 올해 시범경기에서 3경기에 나와 2승 무패 평균자책점 2.25로 안정적인 투구를 보여주고 있다.
샌디에이고가 내놓은 선발 타순은 김하성(유격수)-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우익수)-잰더 보가츠(2루수)-매니 마차도(지명타자)-주릭슨 프로파(좌익수)-제이크 크로넨워스(1루수)-에구이 로사리오(3루수)-잭슨 메릴(중견수)-카일 히가시오카(포수). 선발투수는 자니 브리토가 출격했다.
김하성은 1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윅스를 상대했으나 결과는 유격수 땅볼 아웃이었다. 그러나 3회말에 찾아온 두 번째 타석에서는 달랐다. 이번에도 선두타자로 나온 김하성은 윅스의 투구를 공략해 좌전 2루타를 날린 것이다. 여기에 윅스의 폭투가 나오면서 3루에 안착한 김하성은 타티스 주니어의 좌전 적시타가 터지면서 홈플레이트를 밟을 수 있었다. 샌디에이고가 1-0으로 앞서 나가는 귀중한 선취 득점이었다. 만약 김하성의 득점이 없었다면 윅스는 무실점으로 이날 경기를 마칠 수도 있었을 터. 그만큼 좌완투수 상대로 강한 김하성의 장점이 또 한번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김하성은 5회말에도 선두타자로 나왔지만 좌익수 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났다. 이번에 김하성이 상대한 투수는 우완 키건 톰슨이었다. 김하성의 이날 경기는 이것이 마지막이었다. 샌디에이고는 6회초 수비에 들어가자 김하성 대신 매튜 배튼을 유격수로 내보냈다.
샌디에이고는 5회초 가렛 쿠퍼에게 좌전 적시 2루타를 맞아 1-1 동점을 허용했으나 8회말 제이콥 마시의 중견수 희생플라이에 힘입어 3루주자 메이슨 맥코이가 득점하면서 2-1 리드를 잡으며 승기를 가져왔다. 결국 샌디에이고는 9회초 2사 2루 위기에서 데이비드 보트를 3루수 땅볼 아웃으로 처리하면서 경기 종료를 알렸고 그렇게 2-1 승리를 가져갔다. 샌디에이고의 올해 시범경기 전적은 7승 6패. 컵스는 5승 5패를 기록했다.
이날 리드오프로 나서 3타수 1안타 1득점으로 활약한 김하성은 올해 시범경기에서 타율 .400(15타수 6안타), 출루율 .526, 장타율 .733, OPS 1.259에 1홈런 3타점 2도루로 괴물 같은 성적을 남기고 있다.
김하성과 함께 테이블세터로 배치된 타티스 주니어 또한 신바람을 냈다. 이날 3타수 3안타 1타점을 폭발한 타티스 주니어는 자신의 시범경기 타율을 .286(14타수 4안타)로 끌어 올리는데 성공했다. 타티스 주니어의 올해 시범경기 성적은 타율 .286, 출루율 .412, 장타율 .500, OPS .912에 1홈런 4타점 1도루.
이날 미국 샌디에이고 유력 지역지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샌디에이고가 시범경기에서 컵스를 2-1로 이긴 소식을 전하면서 "김하성이 좌완투수가 선발로 나오면 1번타자로 나갈 수 있다"라며 "샌디에이고가 이날 경기에서 올린 2득점 중 1득점은 1~2번 타순에서 나왔다. 김하성은 3회초 좌완투수 조던 윅스를 상대로 2루타를 쳤고 타티스 주니어의 안타로 득점했다"라고 강조했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상대 팀이 좌완투수가 선발로 나오면 샌디에이고는 주저 없이 김하성을 1번타자로 기용할 것으로 보인다.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샌디에이고는 1번타자로 뛰어났던 타티스 주니어가 한 경기의 첫 타석을 소화하는 것도 선호하지만 1번 타순에서 아래로 내려가 타점 기회를 갖는 것도 선호한다"라면서 "김하성은 지난 해 왼손투수를 상대로 타율 .302, 출루율 .376, 출루율 .521을, 오른손투수를 상대로 타율 .241, 출루율 .340, 장타율 .342를 기록했다. 지난 해 샌디에이고에서 1번타자로 335타석에 섰다"라고 김하성이 유달리 좌완투수에 강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좌투수 상대시 1번타자는 김하성의 몫이 될 것임을 점쳤다.
지난 해까지 샌디에이고를 이끌었던 밥 멜빈 감독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샌디에이고는 과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지휘했던 쉴트 감독을 새로 앉혔다. 사령탑은 바뀌었지만 김하성을 향한 믿음은 그대로라 할 수 있다.
이미 쉴트 감독이 김하성의 포지션을 유격수로 변경한 것만 봐도 김하성에 대한 신뢰를 읽을 수 있다. 김하성은 지난 해 샌디에이고의 주전 2루수로 뛰었다. 샌디에이고가 FA 시장에서 대형 유격수 잰더 보가츠와 11년 2억 8000만 달러에 매머드급 계약을 맺으면서 자연스럽게 김하성의 수비 위치가 2루수로 변경된 것이다. 그럼에도 김하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리그 정상급 수비력을 뽐냈고 2루수는 물론 3루수와 유격수로 나설 때도 최고의 수비력을 자랑하며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는 한 포지션이 아닌 여러 포지션을 두루 소화한 선수 중에 가장 뛰어난 수비를 보여준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김하성은 지난 해 한국인 메이저리거로는 역대 최초로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사실 김하성은 주전 유격수로 뛰었던 2022년에도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에서 최종 후보 3인에 선정될 정도로 리그 정상급 수비력을 보여줬던 선수다. 당시 댄스비 스완슨에 밀려 수상은 실패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주전으로 도약한 첫 시즌에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로 선정된 것만 봐도 김하성의 수비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의 수비력을 좀 더 유용하게 쓰기 위해 유격수로 돌아오도록 조치했다. 실트 감독은 지난달 17일 스프링 트레이닝 첫 날에 "우리 팀에 변화가 있다. 보가츠는 2루수로, '키미'는 유격수로 간다"고 천명했다. 농담이 아니었다. 실트 감독은 보가츠에게 직접 "2루수를 맡아달라"고 말했고 보가츠도 이를 군말 없이 받아들였다. 이에 대해 실트 감독은 "보가츠가 존경스럽다. 팀의 일원으로 좋은 동료라는 점에 경의를 표한다"라며 유격수 자리를 양보한 보가츠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실트 감독은 김하성을 유격수로 내세우는 이유로 "김하성은 유격수로 골드글러브 투표에서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은 최고의 수비수다. 지난 해 유틸리티 내야수로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사실 김하성의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소식이라 할 수 있다. 김하성은 KBO 리그 키움 히어로즈 시절에도 리그를 대표하는 유격수로 활약했던 선수였고 메이저리그에서도 가장 많이 출전했던 포지션이 유격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마다할 이유가 없다. 김하성은 메이저리그 개인 통산 유격수로 186경기 1505⅓이닝, 2루수로 127경기 1004⅔이닝, 3루수로 79경기 590⅓이닝을 뛰었다.
당시 김하성은 "처음 들었다. 깜짝 놀라기도 했고 사실 나도 모르게 조금 부담이 됐다. 계속 뛰었던 포지션이고 내가 가장 편한 포지션이기는 한데 갑자기 들어서 당황했다. 그만큼 팀에서 믿어준다는 뜻으로 생각한다. 더 잘해야 하지 않을까"라면서 "사실 유격수로 계속 나간다는 생각은 못 했다. 일단 마차도의 팔 상태가 어떤지 몰라서…(3루는 생각했다.) 작년에도 그랬지만 여러 포지션을 계속 돌아다녔다. 그런데 유격수로 나간다고 하더라"고 놀란 반응을 전했다.
올 시즌을 마치면 FA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김하성의 입장에서는 '날개'를 달았다는 표현이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수비에서도 '프리미엄'이 붙는 유격수로 뛰면서 지난 해처럼 타격에서도 발전한 모습을 보인다면 김하성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전망이다.
김하성은 2020시즌을 마치고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 샌디에이고와 4+1년 최대 3900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하고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뤘다. 물론 출발은 녹록치 않았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 시즌이었던 2021년에는 주로 백업 내야수로 나선 김하성은 117경기에서 타율 .202, 출루율 .270, 장타율 .352, OPS .622에 8홈런 34타점 6도루를 기록하는데 그쳤으나 2022년 샌디에이고의 주전 유격수로 도약하는데 성공, 150경기에 출전해 타율 .251, 출루율 .325, 장타율 .383, OPS .708에 11홈런 59타점 12도루로 비약적인 발전을 보였다.
이것은 예고편에 불과했다. 지난 시즌은 김하성의 야구 인생에 하이라이트와 같은 순간이었다. 샌디에이고의 주전 2루수로 활약한 김하성은 152경기에 출전했고 타율 .260, 출루율 .351, 장타율 .398, OPS .749에 17홈런 60타점 38도루를 기록하면서 역대 한국인 메이저리거 한 시즌 최다 도루 기록을 갈아치우는 한편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면서 공격, 수비, 주루 능력을 모두 갖춘 '종합선물세트' 같은 선수로 발돋움했다.
보가츠의 반응은 의외로 차분했다. 보가츠는 "유격수 포지션으로 계약했지만 나는 야구에 죽고 사는 사람이다. 오늘 아침에 2루수 변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2루수로 가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 수 있다. 김하성의 수비를 존경한다. (유격수를 포기해) 상처받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 팀에 더 좋은 방향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정말로 (포지션 변신을) 원하지 않았다면 솔직히 그렇다고 말했을 것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보가츠는 메이저리그에서 뛰면서 단 한번도 정규시즌 경기에서 2루수로 출전한 기록이 없는 선수라는 점에서 샌디에이고의 선택이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2루수 문외한'인 보가츠를 유격수에서 2루수로 이동을 지시할 정도로 '유격수 김하성'을 포기할 수 없었다는 의미다.
벌써 실트 감독이 김하성과 보가츠의 포지션 맞교환을 천명한지 20일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보가츠는 이미 주전 유격수로 돌아갈 꿈을 포기한 듯 하다.
보가츠는 5일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와의 인터뷰에서 "김하성이 쉬는 날에 유격수로 뛸 수 있을지 문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김하성이 있는 한 주전 유격수로 출전하는 것을 포기했다는 의미다.
보가츠는 이와 같은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올해 내가 세 번째 포지션(2루수)으로 뛰면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면 '넷플릭스' 영화를 만들겠다"고 농담을 하는 여유도 보인다. 보가츠는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이던 2013년 3루수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보스턴이 2018년에도 월드시리즈를 제패할 때는 유격수로 뛰었다.
보가츠는 메이저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다. 2013년 20세의 나이에 메이저리그 무대에 데뷔한 보가츠는 2014년 타율 .240 12홈런 46타점, 2015년 타율 .320 7홈런 81타점 10도루, 2016년 타율 .294 21홈런 89타점 13도루, 2017년 타율 .273 10홈런 62타점 15도루, 2018년 타율 .288 23홈런 103타점 8도루, 2019년 타율 .309 33홈런 117타점 4도루, 2020년 타율 .300 11홈런 28타점 8도루, 2021년 타율 .295 23홈런 79타점 5도루를 각각 기록하며 놀라운 성장을 보였다.
2022년에도 타율 .307 15홈런 73타점 8도루를 남기고 보스턴을 떠난 보가츠는 샌디에이고와 FA 계약을 맺었고 지난 해에는 155경기에 나와 타율 .285, 출루율 .350, 장타율 .440, OPS .790에 19홈런 58타점 19도루를 기록했다. 보가츠는 메이저리그 통산 1419경기 타율 .291 175홈런 741타점 93도루를 마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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