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현 선배가 야구 제일 잘하세요" 흔들리는 후배들이 기댄다, 숫자로 표현 못하는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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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이숭용 SSG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신예 야수들의 전면 배치를 재선언했다. 베테랑 선수들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개막 선발 출전의 우선권은 어린 선수들에게 주겠다는 심산이었다. 주전 2루수로는 정준재, 주전 1루수로는 고명준을 낙점하고 박지환은 여러 포지션에서 최대한 많은 경기에 뛰게 하겠다는 구상을 확고하게 드러냈다.
이는 개막 이후 쭉 이어진 기조로, 이 감독의 말은 그냥 했던 말은 아니었다. 최정과 더불어 내야 최선임급인 김성현(38)은 약간 뒤로 밀리는 양상이었다. 김성현은 유격수·2루수는 물론 3루수로도 이미 그 영역을 확장한 상태지만, 이 감독은 유격수나 3루수 백업이 필요할 때는 김성현보다는 박지환을 먼저 투입해 기회를 준다는 구상이었다. 그 과정에서 시즌 개막 직후에는 경기에 나서기도 쉽지 않았다. 개막 엔트리에는 이견 없이 포함됐지만, 개막 이후 4월 3일까지 소화한 타석은 두 타석에 불과했다.
베테랑으로서는 다소 섭섭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불만을 가질 수도 있었다. 클럽하우스에서의 영향력이 강한 김성현이기도 하다. 보통 이런 베테랑이 불만을 가지는 순간 더그아웃 분위기가 급격하게 무너지게 되어 있다. 그러나 김성현은 전혀 내색을 하지 않았다. 묵묵하게 훈련을 하며 자신의 기회를 기다렸다. 이숭용 감독도 팀에 이런 저런 고민거리가 있을 때마다 김성현을 찾아 여러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김성현의 말에는 이른바 ‘인사이트’가 있었다.
그런 김성현은 어린 선수들이 잠시 힘겨울 때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주전 3루수인 최정이 갑작스러운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지고, 정준재 박지환이라는 어린 선수들이 초반 부진으로 슬럼프에 빠져 있을 때 다시 조용히 등장했다. 최근 들어서는 2루수, 3루수로 번갈아가며 나서며 팀 운영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단순히 멀티플레이어로서의 가치만 있는 게 아니다. 여전히 공·수 모두에서 경쟁력이 있다.
김성현은 4월까지 올 시즌 22경기에서 타율 0.271, 출루율 0.352, 1홈런, 5타점을 기록하며 공격에서도 쏠쏠한 몫을 했다. 여전히 후배들보다 더 상황을 잘 읽고, 그에 맞는 타격을 한다. 수비는 안정감이 있다. 2루든, 3루든 어디에 들어가든 기본 이상을 한다. 올 시즌 22경기에서 실책은 하나뿐이다. 최정의 부상이 장기화되고, 박지환 정준재의 부진이 길어지면서 선발로 나서는 빈도도 높아졌다.
1일 삼성과 경기에서도 선발 2번 2루수로 출전했다. 김성현의 최근 타격감과 전체적인 경기력이 가장 안정되어 있다는 게 이숭용 감독이 말한 선발 출전의 배경이었다. 김성현은 기대에 부응했다. 최근 연패 속에 분위기가 처져 있는 후배들을 묵묵하게 이끌면서 중요한 순간마다 자신의 몫을 했다. 경기 후 기록지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가치는, 이미 많은 팬들이 경기 중 절실히 느꼈던 부분이었다.
이날 김성현은 3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공격에서 빛나는 성과는 아니지만, 두 차례 상황에서 큰 몫을 했다. 2-1로 앞선 6회 선두 타자로 나선 김성현은 깔끔한 중전 안타를 치며 출루했다. SSG는 6회 위기를 막고 난 직후였고, 그 기세를 공격으로 옮길 필요가 있었는데 김성현이 그 중요한 순간을 지배했다. SSG는 이후 맥브룸의 좌전 안타로 1,2루를 만든 뒤 고명준의 적시타로 귀중한 1점을 추가했다.
비록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7회에는 SSG에 없던 것을 제공했다. SSG는 7회 김수윤 최지훈이 연속 안타를 치고 나갔다. 3-1로 앞선 상황에서 1~2점의 추가점이 경기 흐름을 주도할 수 있기에 김성현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납득할 만한 작전이었던 가운데, 김성현은 투수와 3루 사이로 완벽하게 번트를 대 주자들을 진루시켰다. 최근 팀의 젊은 선수들이 번트 작전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과 대조되는 베테랑의 경험과 ‘짬’이 나오는 번트였다.
수비에서도 안정감이 빛났다. 4회에는 두 차례의 2루 땅볼을 침착하게 처리했고, 7회에도 무사 1루에서 심재훈의 까다로운 타구를 잘 건져 내 역동작으로 2루에 던져 아웃카운트를 처리했다. 이어진 양도근의 2루 땅볼 때는 순간적으로 타이밍을 맞혀 1루 주자를 2루 사이에서 태그로 잡아내는 등 선행 주자의 진루를 완벽하게 저지했다. 물샐 틈이 없는 수비였다.
경기 출전 수는 예전보다 줄었을지 몰라도, 여전히 후배들에게는 정신적 지주이자 롤모델이다. SSG의 중앙 내야수들은 한결같이 “김성현 선배가 야구를 가장 잘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본적인 기량은 물론 ‘동업자’들이 느끼는 천부적인 감각과 센스가 있다. 이제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아직 그 센스는 죽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가운데, 때로는 묵묵하게 뒤를 받치는 버팀목이 있어야 육성도 성공할 수 있다. SSG에는 김성현이라는 좋은 선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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