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김현수 하필 왜 적으로 만났나…KS 끝내기 병살타 악몽→102안타 신기록, 가을 히어로가 된 20년 애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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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대전, 윤욱재 기자] 얄궂은 운명이다. 사제지간으로 인연을 맺은지 벌써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지금 이들은 우승이라는 깃발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싸워야 하는 입장이 됐다.
LG '정신적 지주' 김현수(37)는 신고선수 출신이다. 신일고 시절이던 2005년 이영민 타격상을 받았으나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했다. 2006년 신고선수로 두산에 입단한 김현수는 당시 두산의 사령탑을 맡고 있던 김경문(67) 감독의 눈에 띄었고 2007년 주전으로 발돋움하면서 야구 인생이 180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2008년 김현수는 타율 .357 9홈런 89타점 13도루를 폭발하며 '타격 기계'라는 별명이 생겼고 그해 열린 베이징 올림픽에서 김경문 감독과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웃음꽃을 피웠다. 그러나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 두 차례나 '끝내기 병살타'를 치는 바람에 우승의 문턱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다. 김현수는 한국시리즈 3차전 9회말 1사 만루 찬스에서 정대현의 초구, 한국시리즈 5차전 9회말 1사 만루 찬스에서 채병용의 초구를 때려 병살타를 쳤고 그렇게 경기는 막을 내렸다. 당시 김현수의 한국시리즈 타율은 .048(21타수 1안타)로 처참했다.
벌써 그로부터 1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공교롭게도 지금 스승과 제자는 한국시리즈라는 같은 무대에서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싸우고 있다. 누군가는 우승의 영광을 가져가겠지만 누군가는 또 우승의 문턱에서 좌절해야 한다. 둘 다 웃을 수는 없다.
어느덧 베테랑이 된 김현수는 2018년 LG에 입단해 주장으로서 리더십을 발휘, 선수들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으며 LG 선수들의 체질을 개선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LG가 2023년 마침내 29년 만의 '한풀이'를 해낸 배경에 김현수라는 인물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경문 감독은 지난 시즌 도중 한화의 지휘봉을 잡았고 올해 만년 하위권이던 팀을 정규시즌 2위로 올려 놓으며 '명장'의 위용을 과시했다.
올해 김경문 감독은 통산 1000승을 돌파했으나 아직까지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획득하지 못했다. 스스로를 "준우승을 많이 한 감독"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올해는 제자의 맹타에 우승을 놓칠 위기에 몰렸다. 김현수는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9회초 우전 적시타를 터뜨렸고 LG는 5-4 역전에 성공했다. 결국 LG는 7-4로 승리,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앞서 나갔고 이제 1승만 더하면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을 수 있다.
김현수의 역전타는 신기록의 탄생을 의미했다. 가을만 되면 눈물을 훔치던 김현수가 어느덧 포스트시즌 통산 최다 안타 신기록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김현수의 포스트시즌 통산 102번째 안타였다.
김현수는 혹시 자신에게 또 만루 찬스가 오는 것은 아닌지 잠시 생각했다. "그냥 그런 생각이 잠깐 들었다. 주자 1,2루 상황에서 (신)민재가 타석 들어갔을 때 '또 만루가 되면 2008년의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오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했다"라는 김현수는 "그래도 그때보단 여유가 있었고 차분하게 하자고 다짐했다. 민재가 PTSD 올까봐 주자 2,3루 상황을 만들어준 것 같다"라고 웃었다.
세월은 흘렀고 김현수는 이제 가을의 히어로로 거듭나며 LG에서 두 번째 우승 반지를 낄 태세다. 하필 자신을 키워준 '스승' 김경문 감독을 적으로 만난 것이 애석하지만 승부의 세계에서 양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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