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날린 한국 최고의 재능… “그 일이 아니었다면, 나는 죽었을 수도 있다” 강정호의 후회와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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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장타력과 좋은 수비를 모두 갖추며 KBO리그 최고 유격수로 군림, 유격수 최고 논쟁을 일거에 잠재운 강정호(38)는 2015년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을 통해 피츠버그와 계약하고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당시까지만 해도 엄청난 소식이었다.
‘동양인 중앙 내야수들은 메이저리그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선입견이 뿌리 깊게 박혀 있었던 시절이다. 실제 일본을 대표하는 최고 유격수들이 줄줄이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했으나 계속 실패를 거듭하던 때이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일본보다 한 단계 수준이 아래라는 한국의 유격수가 메이저리그에 왔으니 그렇게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강정호가 아시아 야구의 물줄기를 바꿔버렸다.
강정호는 2015년 126경기에서 타율 0.287, 15홈런, 5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16을 기록하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당시 신인상 투표에서도 3위에 올랐다. 아시아 중앙 내야수들도 장타를 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첫 사례이자, 아직까지는 마지막 사례로 남아 있다. 강정호는 이듬해 2016년 103경기에서 21개의 홈런을 치며 거포형 내야수로 발돋움했다. 피츠버그가 제대로 대박을 쳤다는 호평이 잇따랐다.
하지만 2016년 귀국한 뒤 연말 음주운전 사고를 내 물의를 빚었고, 여기에 이 음주운전이 세 번째였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야구 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그간 쌓아온 이미지가 한 번에 무너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개인의 야구 경력도 사실 그 순간 끝이 났다. 피츠버그는 2017년 강정호를 제한 선수로 올렸고, 연봉 한푼 받을 수 없었다. 2018년 메이저리그에 복귀했지만 예전의 강정호는 아니었다. KBO리그 복귀 시도 또한 여론의 반발에 무산됐다.
현역을 마무리하고 현재는 미국에서 야구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강정호는 11일 자신의 유튜브 ‘강정호_King Kang’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강정호는 키움에서의 마지막 시즌, 즉 메이저리그 진출 직전 시즌이 가장 좋았다고 떠올리면서 음주운전 사고가 자신의 인생을 완전히 바꿨다고 말했다.
강정호는 자신의 전성기가 언제였느냐는 질문에 “히어로즈 마지막 시절이 나는 그래도 제일 좋았던 것 같다. 그 느낌들 모두가 좋았다. 야구도 잘 됐고, 팀도 성적이 좋았었고, 개인 성적도 좋았고 미국도 바라보고 있었다. 모든 것들이 완벽했던 시즌 중 하나였던 것 같다. 그때가 가장 좋았던 것 같다. 아무 걱정 없이 즐기면서 행복하게 야구를 했던 시절이다”고 뽑았다.
반대로 메이저리그 시절에 대해서는 “그때(히어로즈 시절)가 더 행복했다. 미국에 갔을 때는 매일 경쟁 속에 찌들어 있었다. 매일 매일이 전쟁이었고, 뭔가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 거의 살았던 것 같다. 마음적으로 많이 지쳤다. 매일 혼자만의 싸움, 고독한 야구 선수가 된 느낌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당연히 거쳐야 했던 순간이라고 해야 하나”고 돌아봤다.
음주사고에 대해서는 진솔하게 이야기를 이어 갔다. 강정호는 “솔직하게 그때 만약에 그 일이 아니었으면 나는 죽었을 수도 있다. 진짜”라고 강조하면서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내 인생이 더 밑바닥까지 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일로 인해 나를 변화시켰다고 해야 하나. 나를 위해 사는 삶이 아니라 조금 사람들을 보는 관점도 많이 달라졌다. 요즘 되게 좋아하는 말이 뭐냐면 ‘사람들을 친절하게 대하자’ 요즘 인생 모토다. 신앙심이 생기면서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음주사고로 야구 인생은 사실상 사형 선고를 받았지만, 인간으로서는 많은 것을 깨우치고 다른 삶을 살 수 있었다는 의미다. 강정호는 “왜 인생을 이렇게 살았지?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선수로서의 삶이 온전히 나는 내 자신을 위한 삶이라고 생각했다. 평가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고, 결과로 평가받는 사람이라는 그런 게 강했다. 지금은 결과보다는 내가 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과정들을 더 많이 생각하려고 한다”고 달라진 자신을 설명했다.
강정호는 그때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에 대해 “왜 그렇게 살았니. 왜 너만을 위해 살았니. 이 말을 가장 해주고 싶다. 참 아이러니한 것 같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이어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트라이아웃 도전에 대해서도 가장 좋았을 때의 느낌을 한 번 더 받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강정호는 “그런 것들이 희열이 있는 것 같다. 승부처에서 말도 안 되는 스토리가 나오는 그런 결과들이 있다. 이런 것에 팬분들이 환호하고 동료들이 좋아하고, 이게 너무 그립다. 뭔가 익사이팅한 느낌을 가지고 경기에 나가서 내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냈을 때 이게 너무 좋다. 다시 도전하고 싶은 이유 중 하나가 그것이다. 야구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그 감정들을 느끼고 싶다”고 했다.
이어 “트라이아웃이 일주일밖에 안 남았다. 야구 때문에 성격이 이렇게 됐을까, 승부욕, 도전적인 것, 과감한 것도 야구 때문에 이렇게 됐을까 생각도 많이 든다. 야구를 하면서 진짜 많이 배운 것 같다”면서 “큰일도 있었고 사소하게 좋은 일도 많이 있었고, 인내심도 많이 배우고, 이기는 방법도 많이 알았고, 도전하는 방법도 알았다. 야구를 하면서 좋은 것은 실패를 많이 해봤다는 것이다. 이번에 못해도 다음에 또 해도 되고, 결국에 끝까지 도전하는 사람이 성공하게 되어 있다. 정말 도전하는 삶을 살고 있구나, 열정이 있구나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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