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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에 선 위기, 그곳에서 탄생한 신이 내린 어깨… 투수 전향 4개월 만에 152㎞, 벌써 놀라면 안 된다

작성일: 2025.12.04 16:10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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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수 전향 이후 가능성을 보여주며 팀 관계자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김성민 ⓒSSG랜더스
▲ 투수 전향 이후 가능성을 보여주며 팀 관계자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김성민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부모님께 감사하라고 했죠”

류택현 SSG 1·2군 순회 투수코치는 올 시즌 막판 한 선수를 두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류 코치는 “기술적인 부분은 코칭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시속 150㎞ 이상을 던질 수 있는 어깨는 타고 나야 한다”면서 “부모님께 감사하라고 했다”고 웃어 보였다. 류 코치가 바라본 선수는 확실히 특별했다. 투수로 전향한 지 몇 개월 되지 않은 선수였다. 그런데도 시속 150㎞ 이상의 공을 씩씩하게 뿌리고 있었다.

한때 SSG 내야 최고 기대주 중 하나였던 김성민(24·SSG)이 강화 시설 모든 관계자들을 놀라게 한 주인공이었다. 경기고를 졸업하고 202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팀의 2차 2라운드(전체 20순위) 지명을 받은 김성민은 한때 팀 내야를 이끌어 갈 대형 내야수 자원으로 기대를 한몸에 모았다. 아마추어 최고 유격수 중 하나로 타고 난 펀치력에 강한 어깨를 두루 갖췄다. 꼭 유격수가 아니더라도 2루에서도 활약이 가능하다는 기대였다.

그러나 방황의 시간이 길었다. 데뷔 초기에는 송구에서 문제를 드러냈고, 군 문제를 마친 뒤에도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 사이 팀의 유격수 자리에는 박성한이라는 확실한 선수가 자리했고, 2루에도 박지환 정준재라는 선수들이 들어오면서 입지가 좁아졌다. SSG는 김성민의 공격 재능을 아깝게 여겨 3루나 1루 등 코너 내야수로서의 전환도 시도해봤지만 확실한 답을 찾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김성민도 막다른 골목에 몰렸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그때 김성민은 야구 인생을 건 결정을 내린다. 김성민은 지난 5월, 구단에 ‘투수 전향’을 희망한다고 이야기했다. 모두가 놀란 이야기였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1년 넘게 계속 고민을 했다. 야수로서는 답이 잘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강한 어깨를 활용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정작 김성민은 초등학교 이후로 투수로 한 번도 던져본 적이 없었다. 엄청난 모험이었다.

▲ 한때 팀 내야 최고 유망주 중 하나였던 김성민은 올 시즌 중반에 투수로 전향해 인상적인 구위를 선보였다 ⓒSSG랜더스
▲ 한때 팀 내야 최고 유망주 중 하나였던 김성민은 올 시즌 중반에 투수로 전향해 인상적인 구위를 선보였다 ⓒSSG랜더스

김성민은 “진짜 절벽에 있는 느낌이었다.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담담하게 기억을 꺼내들더니 “1년 정도 고민을 했는데 한 번 말을 하면 물리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이야기를 하니 솔직히 뭔가 후련함이 있었다. 몇 년 동안 팀이 기대하는 대로 성장하지 못한 게 사실이고, 나 스스로도 많이 실망을 했었다. 후배들도 계속 들어오면서 기회도 전보다 많이 못 받는 환경이 주어졌다. 그러다 어느 날 뉴스를 봤는데 ‘안 되는 것을 굳이 할 필요가 있나’는 이야기를 봤다. 그게 다 맞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내 상황이 이런데 장점을 살려보고자 정말 어렵게 말씀을 드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SSG도 그 결정을 존중했고, 그렇게 ‘투수’로서의 삶이 시작됐다. 그 뒤의 삶은 뭔가 드라마틱하게 바뀌었다. 초등학교 이후 처음 투수를 했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투수로서의 면모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우선 구속이 기가 막혔다. 시작부터 시속 140㎞ 이상을 던지더니, 시즌 막판 퓨처스리그에서는 시속 150㎞가 넘는 공이 팍팍 찍혔다. '트랙맨' 기준 2군 최고 구속은 152㎞까지 나왔다. 누군가는 “신이 내린 어깨”라고 했다. 결국 그 잠재력을 인정받아 1군까지 올라갔다. 야수로서 그렇게 잡히지 않았던 1군이 투수로서는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왔다. 1군에서도 최고 151.1㎞를 던졌다.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물론 아직 자신이 완벽한 투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 11월 일본 가고시마에서 열린 팀 유망주 캠프에 참가해 ‘투수로서의’ 강훈련에 들어갔다. 매번 야수로 캠프에 왔기에 투수는 일정부터가 낯설다. 아직도 야수 코치들은 “방망이 치러 안 오냐?”라고 농담을 던진다. 김성민은 “뭔가 색다른 느낌은 있다”면서도 “훈련 시간 자체는 야수보다 적지만, 러닝도 많아지고 짧고 굵게 힘든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운명을 바꾼 6개월 뒤, 김성민의 얼굴에는 미소와 의욕이 돌아와 있었다.

▲ 김성민은 가고시마 캠프에서 팔 스윙을 간결하게 하는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며 점차 투수로서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SSG랜더스
▲ 김성민은 가고시마 캠프에서 팔 스윙을 간결하게 하는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며 점차 투수로서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SSG랜더스

송구에 약점을 드러낸 과거 때문에 걱정도 했지만 오히려 포수를 보고 던지는 게 편하다고 말하는 김성민이다. 지금까지는 야수가 마운드에서 던지는 느낌이 있었다면, 지금은 투수로 바뀌어가는 과정이다. 김성민의 구위 가능성을 본 경헌호 투수코치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팔 스윙을 더 짧게 교정했다. 탑 포지션에 올라오는 게 일정하지 않아 공이 날리는 측면이 있었는데 스윙을 짧게 하면서 간결하게 교정 중이다. 그렇게 해도 충분히 150㎞ 이상을 던질 수 있는 강한 어깨를 가졌다는 판단이다. 이숭용 SSG 감독도 미래의 필승조 구위로 손색이 없다고 칭찬한다.

김성민은 “내가 스무 살이고 그랬으면 처음부터 차근차근 했었을 텐데, 내 지금 나이가 어린 것은 아니다. 하체부터 뜯어 고치려고 하면 한도 끝도 없다. 일단 이 스윙만 어떻게 해보자는 생각으로 캠프를 보냈다”면서 “다행히 지금까지 어깨나 팔꿈치가 아픈 것도 없고 근육이 조금 올라오는 정도다. 원래 패스트볼과 포크볼 정도였고, 슬라이더가 120㎞대 후반으로 엄청 느렸는데 경 코치님이 말씀해 주신 대로 그립도 바꾸고 느낌도 바꿨더니 그래도 130㎞대 중반까지는 나온다”고 캠프 성과를 종합했다.

입단한 지 꽤 됐지만, 지금까지는 야수의 경력이었다. 투수로는 신인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캠프 내내 형들이나 후배 가릴 것 엄청 물어보며 배움을 청했다. 김성민은 “뭔가 보인다기보다는 이제 뭔가가 명확해지는 느낌이다. 어떻게 해야하는지 조금 더 선명해진 느낌”이라면서 “비시즌 때도 쉬지 않으려고 한다. 문학에서 캐치볼을 하며 공을 놓지 않을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그래도 절벽과 낭떠러지보다는 낫다. 김성민이 만들어 갈 새로운 야구 인생에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 미래 필승조가 될 만한 충분한 구위를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김성민 ⓒSSG랜더스
▲ 미래 필승조가 될 만한 충분한 구위를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김성민 ⓒSSG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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