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껴 써야 한다” WBC 영웅들을 지켜라… 리그 최강 불펜의 재구성, 전원 필승조도 꿈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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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SSG는 지난해 타선과 선발의 약세를 불펜이 메우며 정규시즌 3위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보통 장기 레이스에서는 선발·타선이 불펜보다 더 큰 전력 비중을 차지하는 게 일반적인데, SSG는 불펜이 기적 같은 분전을 하며 팀을 지탱했다.
다만 불펜은 해마다 성적의 변동성이 큰 지점임에는 분명하다. 여기에 지난해 노경은 이로운 조병현 김민 등 필승조 투수들이 적지 않은 이닝을 소화했다. 비시즌 동안 충실하게 체력 보강을 하며 몸을 만들었지만, 언제 어디서 조그마한 구멍이 생길지는 알 수 없다. 이는 SSG뿐만 아니라 불펜 야구를 했던 팀들이 항상 가지고 있었던 숙제였다.
이에 SSG는 두 가지 큰 전략을 세웠다. 김재환을 영입하고 젊은 선수들의 성장으로 타선을 보강하는 게 하나의 큰 줄기였다. 그리고 선발진이 지난해보다 50이닝 이상을 더 소화하는 것이 두 번째 줄기였다. 선발이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타선이 점수차를 벌려주면 필승조 및 불펜 소모가 줄어든다. 그런데 두 번째 줄기가 망가졌다.
선발진이 이상하게 꼬인다. 지난해 팀 에이스로 분전했던 드류 앤더슨이 메이저리그로 떠났다. 대체자로 생각했던 드류 버하겐은 메디컬테스트에서 어깨에 이상이 발견돼 부랴부랴 교체해야 했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토종 에이스이자 규정이닝을 담보할 수 있는 투수인 베테랑 김광현이 어깨 수술을 받으며 이탈했다. 재활에만 6개월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여 올 시즌 내 복귀는 불투명하다.
플랜B도 흔들린다. 김민준 윤태현 조요한을 6선발 후보로 놨으나 모두 현재 1군에 없다. 밸런스가 깨진 조요한이 먼저 이탈했고, 윤태현은 좀처럼 안정감을 찾지 못하고 2군에 갔다. 그나마 5선발로 내정한 김민준 또한 정규시즌을 앞둔 마지막 점검이었던 퓨처스리그 등판 이후 어깨에 묵직함을 호소해 검진을 받았다. 당장 들어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선발진이 텅 비었다. 그렇다고 선발감을 트레이드로 영입하기도 쉽지 않다. 한 구단 관계자는 “트레이드 시장이 완전히 멈춰 있는 상태”라고 표현했다.
결국 기존 불펜 투수들의 부담을 다른 불펜 투수들이 덜어주는 방향이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특히 SSG는 팀 마무리인 조병현과 셋업맨인 노경은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다녀왔다. 평소보다 일찍 몸을 만들었고, WBC에서 좋은 활약을 하며 출장 빈도가 늘어나면서 피로감이 쌓인 상황이다. 이숭용 SSG 감독도 시즌 초반에는 두 선수를 관리하며 쓴다는 생각이다.
가능성은 보인다. 28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시즌 개막전이 그랬다. SSG는 이날 선발 미치 화이트의 4이닝 5실점 부진으로 경기가 꼬였다. 하지만 올해 이 감독이 ‘더블 필승조 라인 구축’의 핵심 중 하나로 여겼던 전영준이 0-5로 뒤진 5회 위기 상황을 탈삼진 3개로 정리하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이날 7-6, 끝내기 대역전승의 발판이었다.
전영준은 절대적인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패스트볼의 힘에서는 팀 내 최고수 중 하나다. 공격적인 성향이기도 하다. 팀이 지난해 공을 들여 육성한 자원이다. 이 감독은 아직 경기 중반에 주자가 있어 탈삼진이 필요한 상황에서 전영준이 해당 시점의 적임자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팀의 믿음을 읽을 수 있다.
6회 박시후에 이어 7회에는 상대 중심타선을 막기 위해 베테랑 문승원이 출격했다. 3점을 쫓아간 상황, 2점 열세라 경기를 놓을 수 없었다. 개막전이기도 했고, 불펜 투수들이 휴식일도 충분했으며 3연투도 없을 상황이었다. 여기서 보통 노경은이나 김민, 이로운이 투입됐어야 했지만 문승원이 7회를 비교적 깔끔하게 정리하면서 노경은 카드를 아낄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이는 올해 시즌 불펜 운영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평가가 나왔다.
문승원은 지난해 선발로 뛰었지만 2024년에는 마무리까지 맡는 등 나름 불펜 경험도 있는 선수다. 1이닝을 전력으로 던질 때 구위는 기대를 모으고, 경력 거의 대부분이 선발이었던 만큼 2이닝 이상도 던질 수 있는 스태미너 또한 가지고 있다. 비슷한 몫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최민준이 선발 투수들의 줄부상에 선발로 이동하는 만큼, 문승원이 올해 불펜에서 굉장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 감독도 “조병현도 그렇고, 노경은도 그렇고 계속 시즌을 치르다 보면 아무래도 데미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관리를 해줘야 한다”면서 1~2점 뒤지고 있을 때나 필승조 투수들을 관리해야 할 때 나갈 전영준 박시후 문승원의 중요성을 높게 평가했다. 이 세 선수가 올해 자기 몫을 한다면, 필승조 라인을 두 개로 꾸려 선수들의 체력을 서로서로 안배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SSG가 가능성을 본 가운데, 막강 불펜의 재구성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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