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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악의 좌완 ‘155.9㎞’ 파이어볼… 이의리를 변신시킨 10㎝의 마법, 더 무서워질 일만 남았다 [SPO트랙]

작성일: 2026.04.18 13:30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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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잠실 두산전에서 최고 156km의 강력한 패스트볼을 던지며 강한 인상을 남긴 이의리 ⓒ곽혜미 기자
▲ 17일 잠실 두산전에서 최고 156km의 강력한 패스트볼을 던지며 강한 인상을 남긴 이의리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17일 잠실 두산전 등판을 앞둔 이의리(24·KIA)는 답답한 마음에 초등학교 시절 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주 연락을 하며 조언도 구하고, 심정도 토로하는 ‘멘토’였다. 올해 성적이 너무 좋지 않고, 야구가 뜻대로 풀리지 않으니 저절로 생각이 나는 사람이기도 했다.

이의리는 통화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귀가 솔깃해지는 하나의 이야기를 들었다. 멘토는 “스트라이크를 던지기 위해 너무 앞에서 던지는 느낌이 있다”고 전했다. 은사 또한 정확한 데이터보다는 오랜 기간 이의리를 봐 왔던 경험에서 오는 ‘감’으로 말했을 가능성이 큰데, 이의리는 곱씹어볼 만한 대목이 있다고 여겼다.

이의리는 좌완으로 시속 150㎞ 이상을 던질 수 있는 신이 내린 어깨를 지녔다. 단순히 구속만 좋은 게 아니라 리그 정상급 수직 무브먼트도 가지고 있다. 공도 빠른데, 공이 끝까지 살아서 들어온다는 의미다. 그 자체로도 특별한 선수다. 다만 제구에 항상 문제가 있었고 강박관념이 컸다. 이의리의 프로 통산 9이닝당 볼넷 개수는 5.64개에 이른다. 탈삼진 능력이 워낙 뛰어나서 망정이지, 보통 투수였다면 정상적인 경기가 안 되는 수준이다.

이의리의 포커스는 언젠가부터 항상 ‘제구’와 ‘커맨드’에 맞춰져 있었다. 더 일정하게 던지기 위해 하체 밸런스도 수정하는 등 오프시즌에 갖은 노력을 다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오히려 투구가 ‘얌전해지는’ 느낌을 주며 자신의 장점까지 사라지고 있었다. 그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 11일 대전 한화전이었다. 이의리는 이날 패스트볼로 헛스윙을 하나도 유도하지 못했다.

▲ 이의리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시원시원한 투구의 맛을 찾아가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곽혜미 기자
▲ 이의리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시원시원한 투구의 맛을 찾아가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곽혜미 기자

조언을 들은 이의리는 “그 부분(너무 앞에서 던지는 것)을 최대한 없애려고 했다”면서 “나만의 것을 조금 잃었다고 생각해서 오히려 힘을 빼고 하니 더 잘 됐던 것 같다”고 팔스윙의 느낌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얼핏 보면 똑같은 투구폼으로 보이지만, KBO리그 공식 구속 측정 플랫폼인 ‘트랙맨’ 레이더는 11일 이의리와 17일 이의리는 상당 부분 달랐던 투수라는 것을 확인해준다.

올해 이의리의 릴리스 좌우 길이 평균은 패스트볼 기준으로 약 57㎝ 수준이었다. 한창 기세가 좋았던 2021년은 75㎝, 2022년은 74㎝, 2023년 69㎝였다. 그런데 지난해 이 릴리스 좌우 길이가 56㎝까지 줄었고 올해도 17일 경기 전까지는 그 수준을 유지했다. 릴리스포인트 상하 위치는 거의 차이가 없는데 공을 놓는 지점이 예전보다 몸쪽으로 당겨진 것이다. 이 데이터는 “공을 앞에서 놓으려는 기분이 있다”는 느낌을 어느 정도 설명한다.

그 느낌을 없애려고 한 17일 데이터는 완전히 달랐다. 모든 패스트볼 및 변화구 릴리스 좌우 길이 60㎝ 이상이었고, 대다수는 60㎝대 후반에서 70㎝대 중반에 형성됐다. 좌·우, 상·하 모두 공을 놓는 위치가 2021~2023년 수준으로 돌아간 셈이다. 억지로 공을 안정적으로 놓으려는 분위기가 사라지고, 조금은 더 시원하게 팔스윙을 하는 그림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그럴까. 이의리의 이날 구위는 말 그대로 역대급이었다. 1회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무려 155.9㎞에 이르렀다. 올해 국내 선수, 외국인 선수를 통틀어 좌완으로서는 범접할 자가 없는 단연 리그 최고 구속이었다. 이날 5회까지 던지며 평균 구속도 151㎞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좌완 선발이 91구를 던지며 평균 151㎞를 찍은 국내 선발 투수는 리그 역사상 단연코 없었고, 오직 이의리만 할 수 있는 영역의 수준이었다.

▲ 이의리의 릴리스포인트 좌우 길이는 이전 등판보다 10cm 가량 더 길어지면서 투구 메커니즘의 변화가 이뤄졌다 ⓒ곽혜미 기자
▲ 이의리의 릴리스포인트 좌우 길이는 이전 등판보다 10cm 가량 더 길어지면서 투구 메커니즘의 변화가 이뤄졌다 ⓒ곽혜미 기자

‘볼넷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존만 보고 던지려 노력하던 이의리의 생각도 조금 바뀌었다. 이의리는 “계속 좋은 과정에 있어서 그냥 강하게 미트를 보고 던지려고 했다. 미트를 뚫어버리려고 던졌더니 그렇게 구속이 나온 것 같다. 우선 몸이 조금 더 가벼웠고 타이밍이 잘 맞았다”고 느낌을 설명했다. 제구를 잡으려고 일정하게 던지기보다는, 힘껏 던지면서 모처럼 ‘긁히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존을 생각하는 관점도 조금 달리 생각했다. 이의리는 “우선 직구의 커맨드 자체가 오히려 예전보다 더 안정적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탄착군이) 너무 중·하단에 몰려 있었다. 타자들의 요즘 스윙 스팟이 다 그쪽에서 이루어지다 보니까 그것을 많이 높이려고 노력을 했다”면서 “유리한 카운트에서 높게 가니까 또 그게 헛스윙이 나온 것 같아서 좋았다”고 미소를 지었다. 

타자들이 보는 이의리의 최고 장점은 빠른 공, 날카로운 슬라이더 있지만 좀처럼 존을 설정하기 어려운 투수라는 점도 있다. 다른 투수들은 어느 정도 어디로 공이 날아올지 대충 감이 잡히는데, 탄착군이 들쭉날쭉한 이의리는 예상이 어려운 투수라는 것이다. ‘볼볼볼볼’이 나와서 문제지, 빠진 볼 하나 이후 영점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면 살짝 흔들리는 제구는 오히려 타자의 허를 찌르는 데 도움이 될 때도 있다. 

어차피 볼넷을 0으로 만드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이의리와 같은 파이어볼러라면 더 그렇다. 제구력이 그렇게 좋다는 천하의 류현진도 무4사구 경기는 별로 없다. 6이닝을 던지면 볼넷 1~2개는 준다. 그런 생각으로 구위와 볼넷 사이의 접점을 찾아갈 수 있다면 이의리는 경력 최고의 궤도에 오를 수 있다. 5이닝 8탈삼진 2볼넷이었던 17일 경기는, 그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제 팔꿈치 수술 후 2년도 다 되어 간다. 그 느낌을 잃지 않고 보완한다면 이제 더 무서워질 일만 남았다.

▲ 17일 잠실 두산전에서 호투하며 올 시즌과 향후 기대감을 덩달아 높인 이의리 ⓒ곽혜미 기자
▲ 17일 잠실 두산전에서 호투하며 올 시즌과 향후 기대감을 덩달아 높인 이의리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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