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인 줄 알았는데 이승엽이었다? 김도영 51홈런 페이스… 즐거운 정체성 혼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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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지난해 세 차례 햄스트링 부상으로 시즌을 망친 김도영(23·KIA)은 올 시즌 쾌조의 몸 상태를 자신하고 있다. 햄스트링은 사소한 것도 문제가 없다는 게 김도영의 만족감이다.
지난해 아예 시즌을 접고 올해를 내다본 재활을 했기 때문에 더 체계적으로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 단순히 부상 부위를 재활하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신체를 더 강화시키고 밸런스를 잡는 훈련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 결과 올해는 특별한 문제없이 경기에 나서며 서서히 지난해 악몽을 지워가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 사항은 도루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김도영은 2022년 13도루, 2023년 25도루에 이어 2024년 40도루를 기록한 리그 최고의 주자였다. 엄청난 폭발력을 자랑하는 주루를 선보인다. 그런데 올해는 34경기를 치른 현재 딱 한 번 뛰어 한 번을 성공시켰다. 몸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데 도루가 사라진 것은 다소간 의외다.
KIA 벤치에서 “무조건 뛰지 말라”고 사인을 주는 건 아니다. 적극적으로 가라고 지시하는 것도 아니지만, 이제는 김도영의 판단에 맡기고 있다. 즉, 예상보다 적은 도루 개수는 김도영의 개인적인 의중이 반영이 됐다고 볼 수 있다.
대신 홈런은 늘었다. 김도영은 34경기에서 12개의 대포를 터뜨렸다. 리그 홈런 단독 1위다. 맞아 나가는 타구질이 심상치 않다. 쳤다 하면 비거리 120m 이상의 큰 홈런들이 나온다. 2024년 한창 좋을 때의 홈런 타구들과 비슷하다. 올해 타율은 0.270으로 기대보다는 낮은 편이지만, 많은 장타 덕에 OPS(출루율+장타율)는 0.975로 훌륭하다. 34타점도 기록 중이다. 타점왕 레이스에도 뛰어 들었다.
김도영은 고교 시절 ‘제2의 이종범’이라고 불렸다. 전성기 이종범은 호타준족의 상징이었다. 김도영은 2024년 38홈런과 40도루를 기록하며 그 별명을 프로에도 적용시켰다. 멀리 치고, 빨리 달릴 수 있는 선수였다. 하지만 올해 성적은 이종범보다는 KBO리그 역대 최고의 홈런 타자인 이승엽과 닮았다. 현재 51홈런 페이스인데, KBO리그 역사상 50홈런 이상을 때린 토종 선수는 이승엽 심정수 박병호가 전부다.
뭔가 김도영과 이승엽은 지금까지는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지만, 사실 이승엽의 프로 경력 초기도 김도영과 비슷하다. 역시 고졸 신인이었던 이승엽은 1995년 13홈런, 1996년 9홈런을 기록했다. 홈런이 많은 타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3년 차였던 1997년 32홈런을 기록하며 스텝업을 했다. 이후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홈런 타자로 이름을 날렸다. 이승엽 또한 당시까지만 해도 체형은 전형적인 거포형이 아니었다.
김도영도 데뷔 시즌이었던 2022년 3홈런, 2023년 7홈런으로 홈런보다는 뛰는 야구의 이미지가 있었던 선수다. 하지만 3년 차였던 2024년 38홈런을 치며 홈런에 눈을 떴다. 지난해는 부상 때문에 30경기에서 7홈런에 그쳤으나 올해 50홈런을 때릴 기세로 달려나가고 있다.
물론 주루 능력이 감퇴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톱클래스의 스프린트 스피드를 가지고 있다. 7일 광주 한화전에서 2회 볼넷으로 출루한 김도영은 1사 후 나성범의 중전 안타 때 스피드를 최대한 붙여 3루까지 그대로 밀고 들어갔다. 어마어마한 폭발력을 가진 주루 플레이였다. 다만 올해 주루보다 홈런 생산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춘다면 이미지는 조금 달라질 수 있다.
어쩌면 천부적인 재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떨 때는 이종범 같고, 어떨 때는 이승엽 같다. 대한민국 역사상 양쪽의 DNA를 모두 가지고 있는 선수는 손에 꼽을 만하고, 김도영과 같은 선수는 없었다고도 볼 수 있다. 즐거운 정체성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어쨌든 부상 없이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본격적인 활약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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