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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잔혹사’ 위에 피어나는 희망? 150㎞ 좌완을 바꾼 10㎝, 대반전 가능할까

작성일: 2026.05.10 06:45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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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구판을 밟는 위치를 조정한 이후 한결 안정적인 투구로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는 앤서니 베니지아노 ⓒSSG랜더스
▲ 투구판을 밟는 위치를 조정한 이후 한결 안정적인 투구로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는 앤서니 베니지아노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올 시즌을 앞두고 SSG의 새 외국인 투수로 입단한 앤서니 베니지아노(29)는 좌완으로 시속 150㎞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다. 상대 팀 타자들도 “구위 자체는 좋은 선수인 것 같다”고 입을 모을 정도다. KBO리그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유형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즌 첫 5경기에서 보여준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구단이 영입 당시 생각했던 구속이 나오고 있었고, 변화구 구사력이 아주 떨어지는 것은 아닌데 이상하게 맞아 나가고 있었다. 베니지아노는 시즌 첫 5경기에서 단 한 번도 6이닝을 소화하지 못했고, 시즌 평균자책점은 6.38에 이르렀다. 피안타율이 매우 높았다. 문제를 빨리 찾아서 수정해야 했다.

가지고 있는 것은 있는데 조합이 안 된다는 문제도 있었고, 이상하게 가진 구위에 비해 방망이에 걸리거나 맞아 나가는 비율이 높다는 점도 고민이었다. 이때 SSG 전력분석팀은 베니지아노에게 하나의 제안을 한다. 투구판을 밟는 위치를 조정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었다. 시즌 중 이를 조정하는 것은 상당한 모험이지만, 이대로는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의기투합해 조정 작업이 진행됐다.

베니지아노는 KBO리그에 온 뒤 3루 쪽 끝을 밟고 던졌다. 우타자에게는 강점이 생길 수도 있지만, 정작 좌완이 좌타자에게 약한 모습이 드러났다. “좌타자가 상대할 때 상당히 까다로울 것”이라는 기존 전망과는 정반대였다. 3루 쪽을 밟고 던지다보니 좌타자는 그만큼 더 오래 공을 볼 수 있고, 등 뒤에서 날아오는 느낌보다는 공이 멀리서 눈앞으로 오는 것처럼 보인다. 이 부분을 고치고자 했다.

▲ 베니지아노는 좌완으로 150km 이상을 던질 수 있는 뛰어난 구위를 가졌으나 올 시즌 초반 성적이 좋지 않아 고민이 컸다 ⓒSSG랜더스
▲ 베니지아노는 좌완으로 150km 이상을 던질 수 있는 뛰어난 구위를 가졌으나 올 시즌 초반 성적이 좋지 않아 고민이 컸다 ⓒSSG랜더스

그렇게 투구판을 밟는 위치를 1루 쪽으로 조금 옮겼다. 그랬더니 결과가 좋아졌다. 베니지아노는 그 변화 이후 첫 등판이었던 5월 2일 인천 롯데전에서 5이닝 3피안타 3탈삼진 2실점으로 나쁘지 않은 투구를 했다. 불의의 제구 미스로 장두성의 헬멧에 공을 던져 퇴장을 당하지 않았다면 6이닝도 충분히 갈 수 있는 페이스였다.

이어 5월 8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5⅔이닝을 던지며 안타 6개를 맞기는 했지만 삼진 7개를 잡아내면서 1실점으로 호투하고 드디어 KBO리그 첫 승을 거뒀다. 좌타자를 상대로는 각 큰 스위퍼를 주로 던지며 헛스윙을 유도했고, 우타자를 상대로는 백도어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활약했다. 

투구 판을 밟는 위치가 1루 쪽으로 10㎝ 정도 이동했기에 이 변화구들이 더 위력적이었다. 이전에는 스위퍼가 좌타자 바깥쪽으로 너무 크게 벗어나 스윙을 유도하지 못했다면 이제는 바깥쪽 끝에 걸리면서 타자들을 고민에 빠뜨렸다. 반대로 우타자를 상대로 던지는 슬라이더는 가운데 몰리기보다는 우타자 바깥쪽 끝에 걸리면서 많은 헛스윙 삼진을 유도할 수 있었다.

▲ 베니지아노는 투구판을 1루 쪽으로 10cm 가량 이동했고, 이는 패스트볼을 뒷받침하는 변화구의 위력을 극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SSG랜더스
▲ 베니지아노는 투구판을 1루 쪽으로 10cm 가량 이동했고, 이는 패스트볼을 뒷받침하는 변화구의 위력을 극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SSG랜더스

모험에 가까웠지만, 다행인 점도 있었다. 베니지아노는 원래 1루 쪽을 밟고 던지던 투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메이저리그에서 불펜 투수로 활용되면서 위치가 점점 3루 쪽으로 옮겨갔다. 불펜 투수로 뛰면 많은 구종이 필요하지 않다. 패스트볼-슬라이더 콤보를 더 극대화 할 수 있는 투구판 위치를 고민한 끝에 계속 3루 쪽으로 이동한 것이다. 현재 밟는 투구판 위치는 그 과정 속에서 예전에 밟아봤던 위치라 그나마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SSG 전력분석팀 관계자는 “캠프 때는 투구의 각을 중점적으로 봤는데 실전에 들어가니 타자들이 공은 좋은데 방망이에 걸린다는 피드백이 많았다”면서 “만약 미국에서 투구판 가운데를 밟고 던진 경험이 없다면 이렇게 조정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굉장히 큰 시도이기 때문이다. 6회까지 구속도 떨어지지 않는 등 구위도 좋았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SSG는 올해 외국인 선수들이 죄다 부진이다. 미치 화이트는 경기력이 올라오던 차에 어깨 부상으로 이탈했고, 장수 외국인인 기예르모 에레디아는 올해 득점 생산력이 뚝 떨어졌다. 아시아쿼터로 영입한 타케다 쇼타는 패스트볼 구속에 따른 편차가 커 비상이 걸렸고, 그리고 화이트의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로 들어온 히라모토 긴지로는 첫 경기에서 제구 이슈를 뚜렷하게 드러냈다. 그나마 베니지아노가 부진 탈출의 시동을 건 가운데, 이제는 6이닝 이상을 안정적으로 소화하는 2선발로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SSG 선발진 안정화의 큰 퍼즐을 쥐고 있는 앤서니 베니지아노 ⓒSSG랜더스
▲ SSG 선발진 안정화의 큰 퍼즐을 쥐고 있는 앤서니 베니지아노 ⓒSSG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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