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특급 타자들 돌려세운 비밀 무기… 2군 땡볕에서 가다듬은 것, 선발 전환 포석까지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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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지난해 SSG 필승조의 한 축을 담당하며 대활약한 이로운(22·SSG)은 올 시즌 초반에도 순항을 이어 가며 지난해 성적이 운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듯했다. 지난해 75경기에서 거둔 성적(평균자책점 1.99)까지는 아니어도, 올해도 필승조로 건재할 것이라 기대를 걸기에 충분한 스타트였다.
그런데 시즌 중반 이후 경기력이 흐트러지면서 난타를 당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 사이 시즌 평균자책점이 7점대까지 치솟자 결국 SSG도 이로운을 2군으로 내려 재정비 시간을 갖도록 했다. 선수가 심리적으로 많이 지쳐 있었다.
이로운은 SSG 불펜에서 주자가 있을 때 가장 믿을 만한 선수로 뽑혔던 투수다. 그래서 위기 상황에서 등판하는 일이 잦았지만, 2주 사이에 만루홈런만 세 방을 맞는 등 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구위에 그렇게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판단 하에 결국 2군행을 지시했다. 힘들어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는 게 이숭용 SSG 감독의 이야기였다.
사실 지난해 성적을 이어 가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고, 아시안게임 발탁에 대한 이슈도 있었다. 구속이나 전체적인 트래킹 데이터에서 지난해와 그렇게 큰 차이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실투가 많았던 것도 볼배합은 물론 심리적인 부분과도 연관이 있지 않느냐는 내부 판단이었다.
그런 이로운은 2군에서 마음을 다스리면서 차분하게 비밀 무기를 준비했다. 바로 새로운 구종, 포크볼이었다. 이로운은 패스트볼 외에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주로 던지는 투수다. 좌타자를 상대로 약하지 않은 것은 체인지업의 움직임이 좋았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는 체인지업의 실투가 많았고, 상대 타자들이 체인지업을 노리고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다. 새로운 구종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렇게 2군에서 포크볼을 연습했다. 물론 아예 낯선 구종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익숙한 그립과 감각도 아니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빨리 포크볼을 익혔다. 2군 등판에서 포크볼을 써먹었는데 나름대로 나쁘지 않다는 판단을 했다. 포크볼이 체인지업을 대체하기보다는, 두 가지 구종을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쓰면 더 나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6월 28일 인천 한화전(1⅓이닝 무실점)에서는 포크볼 구사에 다소간 부담을 느끼는 양상이었지만, 1일 광주 KIA전에서는 포크볼을 적극적으로 쓰면서 KIA 특급 타자들을 효율적으로 막아냈다. 이로운이 포크볼을 던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2군 경기 분석을 통해 KIA 타선에도 어느 정도 공유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그 공을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1-3으로 뒤진 5회 2사 1루에서 김도영 타석이 들어서자 SSG는 이로운을 올려 버티기에 들어갔다. 선발이었던 신인 김민준이 5회 들어 흔들리고 있었고, 김도영이라는 상대 최고 타자를 상대로 이로운 카드를 다시 붙인 것이다. 이로운은 김도영을 헛스윙 삼진으로 요리하고 5회 급한 불을 껐다. 1B-2S에서 4구째 포크볼을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다.
이 결정구 이전에 포크볼을 던지지 않았기에 김도영으로서는 굉장히 낯선 궤적의 공이었을 것이다. 체인지업 또한 역시 떨어지는 구종이기는 하지만 기존 체인지업에 비해 빠른 130㎞대 중반의 포크볼이 떨어지자 방망이가 헛돌았다.
결정구로 자신감을 얻은 이로운은 6회에도 포크볼을 활용해 깔끔하게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나성범과 해럴드 카스트로를 모두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헸는데 모두 포크볼이 결정구였다. 낙폭이 커 원바운드를 각오해야 하는 공이었지만, 세 개의 삼진 모두 포수 조형우가 블로킹을 잘해주면서 낫아웃 삼진으로 처리할 수 있었다. 이로운은 김선빈도 포크볼로 우익수 뜬공 처리하고 이날도 1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능력과 경험 측면에서 KIA 최고 타자라고 할 수 있는 네 타자를 모두 포크볼로 제압했다.
아직 시즌이 끝난 것도 아니고, 이제 20대 초반인 이로운의 야구 경력은 한참이나 더 남았다. 이 위기를 잘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고, 2군에서 배워온 포크볼이 나름대로 경쟁력을 보여줬다는 것은 긍정적인 대목이 될 수 있다. SSG는 빠르면 다음 시즌부터, 늦어도 언젠가는 이로운을 선발로 쓸 계획을 가지고 있다. 기존 체인지업·슬라이더·커브에 포크볼까지 장착하면서 레퍼토리는 더 다채로워졌다. 지금을 생각해도, 미래를 생각해도 모두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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