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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교덕 칼럼] 론다 로우지에게 "자살하지 마" 독설한 파이터의 최후

작성일: 2016.12.20 16:30 이교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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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론다 로우지는 오는 31일 UFC 207 메인이벤트에서 챔피언 아만다 누네스에게 도전한다.

사건과 사건 인과 관계로 풀어 보는 <도미노 시리즈>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기자] 론다 로우지(30, 미국)는 지난해 8월 2일(이하 한국 시간) UFC 190을 앞두고 뜨겁게 불타올랐다. 베치 코헤이아(33, 브라질)의 독설 때문이었다.

"재대결 기회를 줄 테니 져도 울지 않길 바란다. 제발 자살하지 마라."

'자살'은 로우지 앞에서 금지어였다. 아버지 론 로우지는 어린 로우지와 썰매를 타다가 사고를 당해 사지가 마비됐고, 로우지가 8살 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로우지에게 "제발 자살하지 마라"는 말은 비수가 됐다. 코헤이아가 곧 사과했지만, 로우지는 고의적이었다고 여기고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코헤이아는 도를 넘었다. 세상이 다 아는 유년 시절 내 비극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다. 내 가족을 건드리다니 용서 못 한다. 가족의 불행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로우지에겐 친구들이 있었다. 로우지는 제사민 듀크, 셰이나 베이즐러, 마리나 샤피어와 훈련하며 함께 어울렸다.

WWE도 함께 관람하고 프로 레슬링 놀이도 즐겼다. 그들은 '포 호스위민(4 Horsewomen)'이라는 동아리를 결성했다. 1980~90년대 유명했던 프로 레슬러 악역 팀 '4 호스멘(4 Horsemen)'에서 따온 것이었다. 4 호스멘은 릭 플레어, 앤 앤더슨, 툴리 블랜차드, 올 앤더슨로 구성됐는데 로우지는 대장인 플레어 역을 맡았다.

코헤이아는 포 호스위민의 듀크와 베이즐러를 연이어 꺾으며 로우지를 압박하고 있었다. 여기에 "로우지의 왼쪽 눈 아래 사마귀를 펀치로 떼 내겠다"고 도발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어진 자살 발언. 로우지는 독이 바짝 올랐다.

로우지는 유도 선수 출신의 그래플러다. 당시 전적 11승 무패 가운데 9승을 특기인 암바로 따냈다. 하지만 코헤이아를 맞아서는 무섭게 전진 압박하며 펀치를 휘둘렀다. 그리고 코헤이아가 탐색전을 펼치기도 전에 경기를 끝냈다.

로우지의 펀치를 관자놀이에 맞은 코헤이아는 1라운드 34초 만에 고꾸라졌다. 로우지는 바닥에 머리를 박고 있는 코헤이아에게 이렇게 소리쳤다. "울지 마(Don't cry)."

"재대결 기회를 줄 테니 져도 울지 않길 바란다"는 코헤이아의 발언에 대한 잔인한 답사였다.

12승 무패. 또 1라운드 승리. 로우지는 천하무적 같았다. 이 승리로 로우지는 타격에 자신감이 붙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 자신감이 화근이 됐다. 인생은 호사다마, 새옹지마다.

UFC 193 일정이 잡혔다. 때는 지난해 11월 15일, 장소는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이었다. 빅토리아주는 링에서 여는 종합격투기 대회는 허용했지만, 케이지에서 여는 종합격투기 대회는 금지하고 있었다.

UFC는 열심히 로비 활동을 했고, 빅토리아주 의회는 지난해 3월 케이지 종합격투기 대회 개최를 허가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UFC는 멜버른에서 처음 여는 역사적인 대회에서 이정표를 세우고 싶었다. 약 6만 명 수용 규모의 에디하드 스타디움을 경기장으로 정했다. 로비 라울러와 카를로스 콘딧의 웰터급 타이틀전을 메인이벤트로 내세웠다. 판을 크게 키웠다.

그런데 대회 한 달 전 날벼락이 떨어졌다. 라울러의 엄지손가락 부상으로 메인이벤트가 날아갔다. UFC는 스타디움을 채울 스타 파이터가 필요했고, '흥행 보증수표' 로우지에게 연락했다.

로우지는 승낙했다. 브라질에서 코헤이아를 꺾은 지 3개월 만에 호주에서 홀리 홈과 경기하는 빠듯한 일정인데도 오케이 사인을 냈다.

로우지는 1년에 두 번 싸우고 있었다. 2013년에 리즈 카무시와 미샤 테이트를, 2014년에 사라 맥맨과 알렉스 데이비스를 꺾었다. 지난해에는 2월 캣 진가노, 8월 베시 코헤이아를 이겼다. 여기에 급하게 '2015년 세 번째 경기'에 나서게 됐다.

그는 'UFC를 내가 이끌고 가야 한다'는 자기 체면을 걸고 있었다. 과한 책임감 정도로 평가할 수 있겠다. 이것이 결과적으로 크나큰 패착이었다. 지나치게 자신만만했다.

코너 맥그리거가 자신을 중심으로 UFC를 좌지우지하려고 하는 것과 달리, 로우지는 UFC에 무게감을 두고 자기를 희생하는 면이 있었다.

옥타곤에 올라간 로우지는 무작정 돌진하다가 홈의 카운터펀치를 계속 허용했다. 로우지는 누구에게 등이라도 떠밀린 듯 급했다. 사이드 스텝을 밟은 사우스포 홈에게 붕붕 훅을 휘둘렀다. 공격은 터무니없이 빗나갔다.

그리고 2라운드 홈에게 하이킥을 맞고 실신했다. 충격적인 패배. 세계 프로 복싱 챔피언 출신인 홈과 타격전을 지시한 코치 에드먼드 타버디안에게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준비 기간이 너무 짧았다. 싸워 온 대로 싸운 게 문제였다.

육체적 그리고 정신적 충격에 빠진 로우지는 두문불출했다. 장기 휴식을 선언했다. UFC 193을 살리기 위해 로우지를 급하게 불렀던 데이나 화이트 대표는 로우지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자살' 언급은 부메랑처럼 돌아왔다. 로우지는 지난 1월 미국의 유명 배우 엘렌 드제너러스가 진행하는 토크쇼에 나와 "홈에게 KO패하고 자살을 떠올렸다"고 고백했는데, 여기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한 번 졌다고 자살을 생각하는 것도 문제였지만, 코헤이아가 '자살'을 언급했을 때 욱했던 로우지가 오버랩 되면서 두 배의 악플이 쏟아졌다.

하지만 모든 사람은 패배에서 하나라도 배운다. 로우지도 그랬다.

로우지는 지난 11월 13일 미국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처음 열린 UFC 205 메인이벤트 출전 요청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와 달랐다. 준비가 안 됐는데 무리하게 나설 이유가 없다는 걸 알았다. 로우지가 UFC 205 출전을 고사했고, 그 자리는 코너 맥그리거에게 돌아갔다.

로우지는 오는 31일 UFC 207 메인이벤트에 나서기로 했다. 1년 동안 챔피언벨트는 로우지에게 이긴 홈, 홈에게 이긴 미샤 테이트, 테이트에게 이긴 아만다 누네스까지 돌고 돌았다. 로우지의 UFC 7번째 경기, 누네스를 맞아 처음으로 챔피언이 아니라 도전자 자리에 선다.

이제 로우지는 어깨를 짓누르는 책임감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지난 8일 코난 오브라이언 쇼에 출연해 속내를 꺼냈다.

예전처럼 UFC 여성 경기를 알리기 위해 많은 시간을 언론 매체 인터뷰에 매달리지 않을 생각이며 이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 지난 한 해 많이 배웠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돈이 내 행복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이제 UFC 여성부는 탄탄하다. 내가 더 할 게 없을 정도다. ESPN과 하루 12시간 동안 인터뷰할 필요가 없다. 그건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다."

그는 은퇴까지 거론했다. "몇 경기를 더 치르고 떠날 생각"이라고 공언했다. 남자 친구 트래비스 브라운의 아이를 낳고 싶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닌 듯하다.

로우지는 여성 종합격투기를 알려야 한다, UFC 여성 밴텀급 흥행을 이끌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았다. 오롯이 론다 로우지 자신을 위한 경기를 펼치겠다고 마음먹었다.

파이터의 승리욕, 자존심은 여전하다. 대신 책임감이라는 강력하지만 무거운 모터는 빼냈다. 이게 어떤 결과로 나타날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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