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투수 김광현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흔들렸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6이닝을 못 던지는 투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제대로 보여준 관록의 역투였다.

허리 부상에서 돌아온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김광현(33)이 제구에 애를 먹었지만 올 시즌 가장 긴 이닝을 던지며 제몫을 다했다. 김광현은 16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6이닝 동안 볼넷 5개를 내주면서 3안타 6탈삼진 1실점으로 잘 막았다.

비록 0-1로 뒤진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자신이 할 일은 다했다. 세인트루이스 타선이 터지지 않아 승리를 챙기지는 못했지만, 그나마 6회말 1점을 뽑아내면서 다행히 5경기 연속 패전을 당하지는 않았다.

지난 5일 신시내티 레즈전에 선발등판 후 허리 통증으로 3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온 김광현은 부상자명단(IL)에 오른 뒤 11일 만인 이날 다시 선발등판했다. 그 여파인지 초반에는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 공을 넣지 못하면서 힘든 싸움을 벌였다.

볼넷 5개 허용은 메이저리그(MLB) 경력에서 자신의 한 경기 최다 볼넷. 지난해 MLB 데뷔 후 종전까지 한 경기 최다 볼넷은 3개였다. 지난해 2차례, 올해 3차례 등 총 5차례 3볼넷 경기가 있었다.

초반이 힘겨웠다. 특히 볼넷 5개 중 스트레이트 볼넷이 무려 3개나 됐다.

1회초 마이애미 타선을 맞아 2사 1루서 애덤 두발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해 1·2루 위기에 몰렸다. 이어 헤수스 산체스를 2루수 땅볼로 잡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김광현은 2회에도 볼넷 2개를 내줬다. 선두타자 존 버티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이닝을 시작한 김광현은 2사 2루서 반드시 잡아야할 투수 트레버 로저스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하고 말았다. 다행히 1번타자 재즈 치즘을 우익수 플라이로 유도해 실점 위기를 벗어났다.

3회에도 또 선두타자에게 볼넷으로 내주면서 위기를 자초했다. 2번타자 스탈링 마르테에게 볼만 4개를 던진 것. 이어 헤수스 아길라에게 좌중간 안타를 맞고, 중견수의 송구 실책까지 이어지면서 무사 2·3루 대위기를 만났다.

여기서 두발에게 연속 볼 2개부터 던지자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진정을 시켰지만 결국 3구째에 1타점 좌전 적시타를 맞고 선취점을 내줬다. 중계 플레이를 틈타 타자주자는 2루까지 진출해 무사 2·3루가 됐다.

다행스러운 것은 산체스를 3루수 땅볼로 잡아 주자를 움직이지 못하게 했고, 버티 역시 전진 수비를 펼치 2루수 정면 땅볼로 유도해 3루주자를 묶어 두고 2사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샌디 레온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해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았다.

4회부터 안정을 찾았다. 이날 처음으로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5회 1사 후 아길라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았지만 다시 4구 연속 볼을 던지면서 이날 5번째 볼넷을 기록했다. 그러나 곧바로 두발을 좌익수 뜬공, 산체스를 삼진으로 잡고 무실점으로 막았다. 6회에는 삼진 2개를 포함해 삼자범퇴로 잡고 올 시즌 들어 처음 6이닝을 채웠다.

이날 투구수 102개 중 스트라이크는 49개, 볼 53개로 스트라이크 비율이 48%밖에 되지 않는 힘겨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KBO에서 에이스로서 무수히 힘든 상황을 돌파하면서 잔뼈가 굵어진 김광현은 관록으로 위기를 벗어났다. 시즌 개막 전부터 허리가 좋지 않아 고전하면서 그동안 한 번도 6이닝을 채우지 못해 지역 언론의 비판도 받아왔지만 이날 마침내 6이닝을 채우며 1실점으로 역투했다. 자신의 올 시즌 최장 이닝 투구를 완성했다.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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