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은 지난 17일 사직 롯데전에 선발 등판했지만 4이닝만에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3-2로 앞선 5회말 선두 타자 신본기를 상대하다 타구에 맞았기 때문이다. 양현종이 던진 2구째를 신본기가 받아쳤고 타구가 투수 정면으로 향했다. 양현종은 글러브로 막으려 했지만 타구는 왼 팔뚝에 맞고 튀어나갔다.
검진 결과 단순 타박상으로 밝혀졌다. 이후 이렇다 할 치료를 하거나 하지 않았다.
문제는 다음 등판 일정이다. 예정대로라면 양현종은 23일 잠실 LG전에 선발 등판하게 된다. 화요일 투구 후 일요일까지 책임져야 하는 일정이다.
양현종은 몸 상태가 완벽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감독 앞에서 팔뚝을 쳐 보이며 완전한 상태라는 걸 과시하기도 했다.
화요일 등판을 위해 20일 불펜 투구까지 정상으로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김 감독은 "본인이 아무 이상이 없다며 자꾸 등판을 고집해서 고민이다. 화요일 경기 한 턴 정도를 빼 주려고 하는데 양현종 본인의 의지가 무척 강하다"고 말했다.
분명 무리가 될 수 있는 등판이다. 단지 공을 맞아서가 아니다. 양현종에게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양현종은 지난 5년간 KBO리그서 가장 많은 공을 던졌다. 본인은 부인하지만 시즌 초반의 부진 원인 중 하나로 그 시간들이 안긴 부담이 꼽히고 있다.
양현종의 책임감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KIA는 시즌 초반을 어렵게 지나가고 있다. 주축 선수들 부진과 부상이 이어지며 정상 전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18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마무리 김윤동까지 부상했다. 에이스로서 팀의 안 좋은 분위기를 씻어내고픈 마음은 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시즌은 마라톤이다. 완주를 위해서라면 때론 쉼표를 찍고 쉬고 넘어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양현종이 에이스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만에 하나 양현종이 크게 다치기라도 한다면 KIA의 전력 손실은 어마어마할 수 밖에 없다.
말릴 수 있다면 말리는 것이 옳게 느껴지는 이유다. 팀 사정은 어렵지만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선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에이스는 자주 등판하며 책임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래 던지는 장면을 팬들에게 보여 줘야 할 책임도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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