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만 흔들다 떠난 호날두(가운데)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방한 일정은 완벽하게 유벤투스 중심으로 돌아갔다.

팀 K리그와 유벤투스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친선 경기를 치렀다. 결과는 3-3으로 팽팽했고 경기 내용에서도 눈을 즐겁게 했으나 이번 유벤투스의 한국 방문은 팬들의 분노만 산 채 막을 내렸다.

유벤투스는 한국에 단 10시간 정도 머무르고 한국을 떠났다. 26일 오후 3시께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을 완료했고 고작 10시간이 지난 27일 오전 1시 비행기로 한국을 떠났다. 이 촉박한 일정 속에 한국 팬들은 '기다리기만 하다'가 유벤투스와 작별했다. 기다린 결과가 제대로 나왔다면 분노라도 덜했으련만 고대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지켜보지도 못했다.

시작부터 삐걱였다. 오후 3시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그랜드하얏트호텔 남산룸에서 유벤투스 팬 이벤트에 참가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비행기 연착으로 유벤투스 선수단은 오후 4시 29분이 돼서야 호텔에 도착했다. 선수들은 호텔 도착 이후 휴식 및 식사의 이유로 1시간 가량의 시간을 더 보내고 오후 5시 30분이 되서 행사장에 나타났다. 호날두는 참석하지 않았고 잔루이지 부폰, 마티아스 데 리흐트, 페데르코 베르나르데스키, 보이치에흐 슈쳉스니 선수들과 '레전드' 파벨 네드베드마저 서둘러 사인회를 마무리했다. 기다린 팬들은 허탈하게 현장을 떠나야 했다.

경기도 지각이었다. 유벤투스 선수단은 오후 6시 30분께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퇴근 시간 서울 교통 상황 속에서 워밍업이 예정된 오후 7시 5분까지 오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 밤 7시 50분께 경기장엔 유벤투스 선수단의 지연 도착을 알렸다. 밤 8시로 예정된 킥오프도 당연히 늦춰져 밤 9시가 돼서야 경기가 시작될 수 있었다. 이때까지도 팬들은 유벤투스를 끈기 있게 기다렸다. 비행기가 연착됐다는 소식이 이미 언론에 충분히 노출된 상황이었다. 유벤투스가 무리한 일정을 꾸린 것에 불만이 생길지언정 상황을 이해할 수는 있었기 때문.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은 체력 저하 속에도 최선을 다해 뛰었다. 하지만 호날두가 90분 동안 단 한 번도 피치를 밟지 않으며 팬들의 반응도 짜게 식었다. 후반전 중반부턴 유벤투스가 교체 선수를 기용할 때마다 아예 "호날두! 호날두!"를 연호하며 팬들이 호날두를 불렀다. 경기가 막판으로 흐르자 전광판에 호날두가 잡히면 야유도 쏟아졌다.아예 경기 막판엔 호날두의 라이벌인 리오넬 메시의 이름을 연호하면서 호날두를 비난하기까지 했다.

경기 이후 대응도 문제였다.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은 기자회견을 서둘러 마쳤다. 한국 취재진이 호날두의 출전 불발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자 유벤투스 언론 담당관은 비행기 시간 때문에 마지막이라고 설명했던 질문에 대한 답변마저 막아섰다. 이미 충분히 답변했으며 비행기 시간에 맞추느라 빨리 경기장을 떠나야 한다는 이유였다. 사실상 호날두의 불참에 대한 질문에 불편한 기색을 나타낸 것이다. 사리 감독 역시 기다린 팬들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27일 주최사인 더페스타는 "유벤투스 간에 체결된 계약서에는 호날두가 최소 45분 이상 출전하는 것이 명시돼 있다. 예외 조항은 단지 본 경기를 위한 워밍업 시 부상을 당하거나, 본 경기 중 부상으로 45분을 못 채울 경우로 제한돼 있다"며 "방한 일정을 줄이기 위해 당일 경기 전에 팬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물리적으로 무리가 될 수 있다고 전달했고, 중국에서 비행기가 이륙하는 경우 지연이 잦다는 점을 수차례 경고했다"며 공식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 토리노에 도착한 유벤투스 선수들. 밝은 표정이다. ⓒ유벤투스

존중 부족의 연속이다. 유벤투스는 한국을 방문하긴 했다. 하지만 약속된 것 중에 제대로 이행된 것은 없다. 지각으로 팬들과 약속을 어겼고 호날두는 경기장에 나서지도 않았다. 문제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자 답변마저 사실상 거절했다. 유벤투스는 구단의 편의에 따라 한국 일정을 소화한 것이다. 주최사나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선 공식적으로 사과의 뜻을 밝혔으나 유벤투스 측은 한국을 떠나는 것으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팬들의 분노가 식지 않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주최사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의 과실을 인정하더라도 유벤투스 구단의 대응도 문제다. 경기를 비롯해 여러 팬 이벤트까지 지각을 해놓고도 사과의 말은 없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경기 직후 "이번 경기는 유럽 클럽들이 아시아를 돈 벌이 수단 그 이상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에 힘을 보탠다"고 논평했다.

유벤투스는 짧은 10시간을 보낸 뒤 27일 오전 이탈리아로 돌아갔다. 공식 홈페이지엔 "유벤투스의 여름 투어가 끝났다. 팀 K리그와 경기를 마지막으로 토리노에 도착했다"며 "며칠 휴식 뒤 현지 시간으로 화요일 돌아올 것"이라고 알렸다. 유벤투스의 시선엔 먼 나라 한국의 팬들의 반응엔 관심조차 없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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