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토트넘은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차지하며 저력을 발휘했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선 막판 극심한 부진 속에 겨우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지켜냈다. 1년간 선수 영입이 '0'이었단 점을 고려하면 다행인 성적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번 여름 알짜배기 선수들 보강에 성공했고 이제 조금 더 안정적인 경기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 영입: 탕귀 은돔벨레, 라이언 세세뇽, 지오반니 로 셀소

- 방출: 키어런 트리피어, 빈센트 얀센, 페르난도 요렌테

지난 시즌 토트넘은 중원 조합을 맞추는 데 특히 애를 먹었다. 무사 뎀벨레가 1월 이적 시장 중국으로 떠났고, 선수들도 잦은 부상에 시달렸다. 크리스티안 에릭센이나 델레 알리가 한 칸 뒤로 물러나 중원을 지키기도 했다. 무사 시소코가 중앙 미드필더로 자리 잡은 것은 천만다행. 다행히 이번 시즌엔 'DESK(알리, 에릭센, 손흥민, 해리 케인)' 라인이 온전히 공격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프랑스에서도 손꼽히는 수비형 미드필더 은돔벨레와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도 진가를 입증한 로 셀소를 영입했기 때문. 두 선수 모두 공수 능력을 모두 갖췄다는 점에서 토트넘의 색에 잘 어울린다. 로 셀소는 에릭센의 이적 가능성에도 대비한 영입이다.

세세뇽 영입도 좋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니 로즈가 이적설에 휘말린 상태로 벤 데이비스와 함께 왼쪽 측면을 맡을 선수가 필요했다. 오른쪽 수비수 키어런 트리피어가 팀을 떠났지만 특별한 보강은 없었다. 세르쥬 오리에와 카일 워커 피터스가 있고 후안 포이스를 오른쪽에 기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백업 공격수 영입이 없었던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해리 케인이 확실한 1옵션이지만, 그의 부재 시 손흥민 또는 루카스 모우라가 최전방에 기용되는 변칙을 써야 했다. 두 선수 모두 나름대로 제 몫을 해냈지만, 요렌테와 얀센 모두가 팀을 떠난 와중에 영입 선수가 없어 공격진이 또 얇아졌다.

벌써 포체티노 감독과 6번째 시즌을 맞는다. 감독의 뜻대로 팀을 꾸준히 만들어왔기 때문에 크게 흔들릴 여지는 많지 않다. 포체티노 감독은 비교적 다양한 포메이션을 구사한다. 4-2-3-1을 가장 많이 썼지만, 4-3-1-2, 3-4-3 등도 내세웠다. 4-2-3-1에선 안정적인 공수 밸런스를 잡기 위해, 4-3-1-2는 투톱으로 상대편 수비수부터 강력하게 압박하기 위해, 3-4-3은 주로 수비적으로 나서는 팀들을 상대로 공격적으로 경기하기 위해 선택했다. 포체티노 감독의 유연한 포메이션 대응에 맞춰 선수들도 곧잘 적응했다.

가장 돋보이는 점은 역시 'DESK 라인'이다. 케인을 중심으로 손흥민, 에릭센, 알리가 공격에서 2선을 지원하는 형태다. 공격진의 힘이 강한 만큼 경기 운영도 공격적인 편이다. 지난 시즌 체력 문제 속에 경기 내내 압박을 펼치는 장면이 자주 나오진 않았으나, 기본적으로 전방 압박이 익숙하다. 공격하다가 끊기자마자 곧장 압박한 뒤 나오는 역습은 토트넘의 장기기도 하다.

수비적으로 내려서는 팀을 상대로도 DESK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케인이 확실한 원톱이고, 손흥민과 알리가 개인 능력이 좋고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데 익숙하다. 당연히 세 선수의 조합으로 공간을 만들고 서로 찾아들어가는 것이 뛰어나다. 여기에 에릭센의 패스가 더해지면 유럽 그 어느 팀에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공격 조합이다. 지난 시즌 쏠쏠한 활약을 해준 모우라의 존재와 긴 부상 악령을 떨친 듯한 에리크 라멜라만 힘을 발휘해준다면 체력 안배도 충분히 가능하다.

한국 팬들은 손흥민의 활약을 기대해도 좋다. 오랜만에 푹 쉬면서 프리시즌부터 몸놀림은 가벼웠다. 역습에서 특출났던 경기력은 이제, 공간을 읽고 활용하는 능력이 극대화되면서 밀집 수비를 하는 팀을 상대로도 위협적인 공격수가 됐다. 양발을 가리지 않는 중거리 슛도 여전히 매섭다. 케인의 도우미이자 가장 위협적인 골잡이가 될 수 있다.

토트넘은 리그에선 3위 이상의 성적이 유력하다는 평가다. 첼시는 영입 금지 징계인 데다가, 아직 검증되지 않은 프랭크 램파드 감독이 부임했다. 우나이 에메리 감독이 2년 차를 맞는 아스널은 지난 시즌 수비 불안과 기복이 있는 경기력을 보였기 때문에 아직 지켜봐야 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역시 쏠쏠한 영입을 하긴 했지만, 2년차로 진짜 시험대에 오르는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을 전적으로 믿기엔 이르다. 맨체스터시티와 리버풀의 양강 구도를 흔들어야 한다. 적절한 영입이 있었던 만큼 지난 시즌보다 더 큰 저력을 입증할 여건은 마련됐다.

토트넘이 꾸준히 4위권을 경쟁하면서 이젠 '빅6'에 묶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토트넘의 마지막 우승은 여전히 2007-08시즌 리그컵 우승에 머물러 있다. 나머지 5개 팀은 크고 작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제 우승으로 성과를 내야 할 때다. 프리미어리그를 포함해 리그컵, FA컵, 챔피언스리그까지 기회는 적지 않다. 이번에야 말로 우승으로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까.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