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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 친일 논란 본질은 '후손' 아닌 '자랑했던 가족사와 뒤늦은 사과'[초점S]

작성일: 2026.08.15 11:32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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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하영. 출처 | KBS2
▲ 배우 하영. 출처 | KBS2

[스포티비뉴스=김지호 기자] 배우 하영을 둘러싼 증조부 안상호의 친일 행적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하영이 직접 사과문을 발표한 뒤에도 민족문제연구소가 안상호의 과거 행적에 대한 입장을 내놓고, 하영 부친의 과거 기고문까지 다시 주목받으면서 논쟁은 한 가족이 역사를 기억해온 방식으로 확장되는 분위기다.

이번 사안을 단순히 ‘친일 인사의 후손을 향한 마녀사냥’으로 바라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누구도 자신의 조상을 선택할 수 없고 선대가 저지른 잘못에 후손이 자동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과거의 행적이 확인됐을 때 이를 어떤 시선으로 받아들이고, 그동안 잘못 알려온 내용을 어떻게 바로잡느냐에 있다는 지적이다.

논란의 출발점 역시 하영의 혈통 자체가 아니었다. 하영은 방송을 통해 자신의 집안이 여러 세대에 걸쳐 의료인을 배출한 가문이라는 사실을 소개했고, 증조부의 의료계 활동도 집안의 자랑스러운 역사 중 하나로 이야기했다.

그러나 방송 이후 증조부가 일제강점기 의사 안상호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동안 부각되지 않았던 이력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안상호가 친일 단체로 평가되는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 등에 포함됐다는 기록이 재조명되면서 하영이 소개했던 '의료 명문가'의 역사 역시 다른 각도에서 검증받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비판을 더욱 키운 것은 초반 대응이었다. 관련 의혹이 제기된 직후 하영 측은 친일 의혹을 부인했지만, 추가 자료를 확인한 뒤 기존 설명을 수정했다. 결과적으로 충분한 역사적 검증보다 부인이 먼저 나왔다는 점에서 대중의 분노는 오히려 커졌다.

민족문제연구소도 안상호가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그의 행적을 문제없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사전 편찬 당시 기준에 따라 수록되지 않았을 뿐이며, 새로운 사료를 토대로 역사적 행적을 계속 검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결국 쟁점은 '하영이 친일 인사의 증손녀인가'라는 질문보다 복잡하다. 가족 안에서 오랫동안 긍정적인 성공담으로 전해진 역사가 실제 기록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그 과정에서 불편한 부분은 빠져 있지 않았는지까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하영의 부친 안병문 원장이 2002년 언론에 기고했던 글까지 다시 소환되면서 논란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안 원장은 당시 딸에게 보내는 형식의 글에서 자신의 집안을 의료계 명문으로 표현하며 안상호의 이력과 자신의 성장 과정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특히 "세월이 우리 편에 서서 고맙게 흘렀기 때문"이라는 취지의 대목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온라인에서는 여러 해석이 쏟아졌다.

다만 해당 문장만을 근거로 하영을 비롯한 가족들이 안상호의 친일 행적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어떤 맥락에서 나온 표현인지와 가족 구성원 개개인이 역사적 사실을 언제, 어느 정도까지 인지했는지는 별도의 증거가 필요한 문제다.

하영은 자신이 제대로 알지 못했던 증조부의 삶을 방송에서 긍정적인 가족사로 소개했다. 이후 친일 행적을 뒷받침하는 기록들이 알려졌고, 초기에 이를 부인했던 설명도 수정됐다. 오랫동안 가족 안에서 전해졌던 '명문 의료가'의 서사가 역사적 검증대에 오른 셈이다.

하영은 지난 12일 공개한 자필 사과문에서 "가족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에 의존해 증조부를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확한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여러 차례 가족의 자랑처럼 이야기했던 자신의 태도를 반성하고, 관련 자료를 찾아본 뒤 증조부의 친일적 행적을 알게 됐다"며 사과했다.

따라서 비판의 초점 역시 '왜 친일파의 후손으로 태어났느냐'가 아니라 '왜 가족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자랑했고, 문제가 제기된 뒤 사실 확인보다 부인이 앞섰느냐'에 맞춰질 필요가 있다. 동시에 이미 본인이 사과하고 잘못된 인식을 인정한 이후에는 그 후속 태도까지 지켜보는 것이 타당하다.

백범 김구 선생의 증손자인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하영 논란을 두고 밝힌 생각도 이 같은 구분과 맞닿아 있다. 김 의원은 "누구도 자신이 태어날 가정을 선택할 수 없다는 점"을 전제로, "선대의 과거를 알게 된 이후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더욱 중요하다"는 취지의 견해를 밝혔다. 조상의 잘못 때문에 후손이 무조건 고개를 숙이고 살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확인된 역사를 외면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현재의 시선에서 어떻게 성찰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광복 81주년을 맞은 현재까지도 독립유공자 후손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반면, 친일반민족행위로 형성된 재산의 환수 문제가 사회적 과제로 남아 있다는 점에서 이번 논쟁은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하영에게 증조부의 선택에 대한 책임까지 떠넘기는 것은 연좌제에 가까운 접근이다. 그러나 방송을 통해 자신이 직접 꺼내놓은 가족사가 사실과 다른 방향으로 전달됐다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요구까지 '마녀사냥'으로 치부하는 것 역시 논란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혈통을 향한 공격도, 유명인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과거를 덮어주는 것도 아니다. 역사적 기록을 있는 그대로 확인하고 잘못 알려진 부분을 바로잡는 과정이 우선돼야 한다. 자신이 한때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던 가족의 역사를 새롭게 확인한 사실에 맞춰 어떻게 다시 바라보고, 공인으로서 어떤 태도를 보여줄 것인지가 이번 논란을 평가하는 또 하나의 기준이 될 전망이다.

선대의 과오는 선택할 수 없지만, 그 과오를 알게 된 이후의 태도는 현재를 살아가는 후손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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