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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져야 제맛" '독박투어', 개그맨 5명이 증명한 예능의 힘 [초점S]

작성일: 2026.09.12 11:00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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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까지 간다! 독박투어' 포스터. 제공 | 채널S, E채널
▲ '끝까지 간다! 독박투어' 포스터. 제공 | 채널S, E채널

[스포티비뉴스=김지호 기자] 배우도, 아이돌도 없었다. 오직 김대희, 김준호, 장동민, 유세윤, 홍인규, 오랜 세월 함께해온 개그맨 다섯 명뿐이었다. 방송 초반만 해도 다소 파격적으로 보였던 '독박투어'의 선택은 햇수로 4년째 이어지는 꾸준한 인기 속 프로그램만의 확실한 경쟁력이 됐다.

채널S·E채널 '독박투어'는 지난 2023년 6월 3일 6부작 파일럿으로 처음 시청자들과 만났다. 여행 경비를 출연자들이 직접 부담하되, 각종 게임에서 패한 사람이 비용을 홀로 결제하는 이른바 '니돈내산' 콘셉트를 앞세웠다.

뜨거운 반응은 정규 시즌으로 이어졌다. 파일럿을 마친 뒤 같은 해 9월 23일 12부작 시즌1이 출발했고, 이후 시즌2가 2024년 1월부터 8월까지 총 31회, 시즌3가 2024년 8월부터 2025년 5월까지 총 39회 방송됐다. 2025년 5월 시작한 시즌4 역시 2026년 5월까지 50회에 걸쳐 이어졌다. 파일럿에서 시작한 여행이 여러 시즌을 거치며 햇수로 4년째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독박투어'의 출발이 특히 눈길을 끌었던 이유는 출연진 구성에 있다. 최근 여행 예능을 비롯한 각종 버라이어티에서 배우와 아이돌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를 전면에 배치하는 경우가 많아진 가운데, '독박투어'는 처음부터 끝까지 전문 예능인인 개그맨 5명을 중심에 세웠다. 화제성이 높은 새로운 얼굴을 계속 추가하는 대신 이미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며 서로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다섯 사람의 관계에 승부를 걸었다.

이들의 친분은 방송을 위해 만들어진 조합이 아니다. 서로의 성격은 물론 약점과 습관까지 훤히 아는 사이인 만큼 누군가 한마디를 던지면 곧바로 공격과 반격이 이어진다. 상대가 어떤 말에 발끈할지 알고 건드리고, 한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나머지가 기다렸다는 듯 놀리는 모습에서 계산된 설정으로는 만들기 어려운 웃음이 발생한다.

무엇보다 다섯 사람은 카메라 앞에서 망가지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독박을 피하기 위해 치졸한 작전을 세우다가 들키기도 하고, 서로를 의심하며 목소리를 높이는가 하면 황당한 분장이나 입수 같은 벌칙도 온몸으로 받아낸다. 여행지의 멋진 풍경을 보여주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어떻게든 웃음을 만들어내는 개그맨들의 본능이 '독박투어'를 움직이는 중요한 동력이다.

프로그램의 룰 역시 이들의 관계성을 극대화한다. '독박투어'에서는 해외로 떠나는 순간부터 숙박과 식사, 관광 등 여행 중 발생하는 각종 비용을 두고 끊임없이 게임이 벌어진다. 패배한 한 명이 자신의 돈으로 비용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멤버들에게 게임은 방송용 놀이가 아니다.

금액이 커질수록 표정은 진지해지고, 서로의 전략을 간파하기 위한 눈치 싸움도 치열해진다. 여기에 한 여행에서 가장 많은 독박을 기록한 멤버에게는 별도의 벌칙까지 기다리고 있어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 결국 '누가 돈을 낼 것인가'라는 간단한 규칙이 다섯 사람의 승부욕과 입담을 끊임없이 끌어내는 장치로 작동한다. 게스트가 등장해도 별도의 장치를 억지로 만들기보다 자연스러운 대화 속에서 기존 멤버들과 어우러지도록 하는 것 역시 '독박투어'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재미다.

물론 여행의 끝에는 다시 '독박'이 기다린다. 아름다운 여행지를 즐기다가도 비용을 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순식간에 서로를 향해 칼날을 겨누는 이들의 모습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무엇보다 '독박투어'가 여러 시즌을 거치면서도 유지해온 가장 큰 무기는 사람이다. 여행 예능이라는 장르 자체는 익숙하지만 김대희, 김준호, 장동민, 유세윤, 홍인규가 함께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오랜 우정에서 비롯된 편안함과 서로에게 봐주지 않는 독설, 즉흥적인 애드리브, 몸을 아끼지 않는 개그맨들의 자세가 익숙한 여행지에서도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낸다.

누군가를 돋보이게 만들기 위해 다른 멤버가 한발 물러서는 대신 다섯 명 모두가 웃음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든다는 점도 강점이다. 때로는 유치할 만큼 독박을 피하려고 발버둥 치고, 결국 한 명이 당첨되면 누구보다 즐겁게 놀리는 모습 자체가 이 프로그램의 서사가 됐다. 6부작 파일럿으로 가볍게 출발했던 여행이 시즌1부터 시즌4를 지나 햇수로 4년째 이어질 수 있었던 배경에도 이처럼 쉽게 흉내 내기 어려운 다섯 사람의 관계성이 자리한다.

새로운 얼굴과 화려한 장치보다 '잘 웃기는 사람들'의 힘을 믿고 출발했던 '독박투어'. 오랜 친구들이 함께 여행하고, 싸우고, 속이고, 당하고, 다시 웃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공식이 앞으로도 변함없는 웃음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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