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암표상은 유유히 법망 피해"…'실효성 갑론을박' 암표근절법, 원성 나오는 이유[초점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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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홍혜민 기자] 정부가 암표 거래를 뿌리 뽑겠다며 관련 법안을 대폭 강화했지만, 팬들의 원성은 어쩐지 더 거세진 모양새다. 처벌은 세졌지만 암표상은 법망 밖으로 옮겨갔고, 실질적인 근절을 위해 해결이 시급한 해외 업자와 각종 우회 거래에는 실효성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암표 근절법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암표 거래를 막기 위한 공연법과 국민체육진흥법의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됐다. 공연, 스포츠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암표' 시장을 잡겠다는 취지다. 기존에는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확보한 입장권을 되파는 행위에 규제가 집중됐다면, 개정법은 매크로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재판매를 목적으로 공정한 예매 절차를 우회하거나 방해한 부정 구매까지 처벌 범위에 포함했다.
판매 단계에 대한 제재도 강화됐다. 최초 판매자의 동의 없이 입장권을 상습 또는 영업 목적으로 구입가보다 비싸게 판매하거나 이를 알선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부당하게 얻은 이익은 몰수·추징할 수 있으며, 판매금액의 최대 50배에 이르는 과징금도 부과된다. 부정 구매 신고자에게는 최대 5000만 원, 부정 판매 신고자에게는 과징금의 50% 이내에서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됐다.
법적 장치는 이전보다 촘촘해졌지만 어쩐지 K팝 팬들의 원성은 여전하다. 가장 큰 지적이 이어지는 부분은 국내법이 해외에서 활동하는 암표 업자에게는 사실상 힘을 쓰지 못한다는 점이다. 외국인이나 해외 거주자가 해외 플랫폼을 이용해 국내 공연 입장권을 사고팔 경우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현행법으로 처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K팝 공연 티켓을 대량으로 확보해 되파는 암표상들 중 중국 등 해외에 거점을 둔 업자들이 적지 않다는 데 있다. 실제로 지난달 그룹 엑소(EXO)의 콘서트 팬클럽 선예매 직후 중국 SNS에는 주요 좌석을 수백만 원대에 판매한다는 게시물이 잇따랐다. 국내 팬들을 대상으로 선예매가 먼저 진행됐음에도 좌석이 빠르게 동난 뒤, 정가에 몇 배의 웃돈을 붙인 매물이 해외 플랫폼에서 등장하면서 팬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이후 SM엔터테인먼트가 부정 예매로 의심되는 예매건들을 일괄 취소하고 후속 조치에 나섰으나, 이 과정에서도 중국 업자들의 취소건보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티켓을 예매했던 일반 팬들의 취소 피해 사례가 더 많았다는 볼멘 소리가 이어지기도 했다.
비단 엑소 뿐만 아니라 암표근절법 이후 진행된 K팝 아이돌 콘서트 티켓팅 전반에서 여전히 중국 등 해외 암표상들의 불법적인 티켓 대량 선점은 이어지는 중이다. 이들은 샤오홍슈, 위챗 등 해외 플랫폼으로 거점을 옮겨 국내외 팬들에게 거액의 웃돈을 붙인 암표를 판매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에서 암표 거래를 적발하고 처벌하더라도 해외에서 구매와 재판매가 이뤄지면 현행법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 정작 표를 쓸어가는 업자들은 처벌권 밖에 있고, 국내 팬들에게만 거래 제한이 엄격해졌다는 역차별 주장까지 나오는 이유다. 매크로를 통한 대량 예매와 해외 재판매를 막지 못한다면 처벌 수위만 높이는 것으로는 암표 시장의 핵심 고리를 끊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는 이른바 '암표 꼼수'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일례로 티켓 자체는 정가에 넘기는 대신 사진이나 포토카드, 앨범, 기프티콘 등에 높은 가격을 책정해 한꺼번에 판매하는 일명 '끼워팔기'가 대표적이다. 고가의 아이돌 멤버 포토카드를 사면 공연 티켓을 사은품으로 제공하거나, 수십만 원짜리 카페 기프티콘에 유명 연예인의 시구 경기 입장권을 얹어주는 방식이다.
형식상 웃돈이 붙은 대상은 티켓이 아닌 다른 상품이다. 그러나 구매자가 티켓을 얻기 위해 실제로 내는 돈은 정가를 크게 웃돈다는 점에서 사실상 암표 거래와 다르지 않다. 다른 상품의 가격까지 법이 어디까지 부정 판매로 판단할 수 있는지는 향후 단속과 처벌 과정에서 풀어야 할 쟁점으로 남았다.
공개된 플랫폼에서 개인 메시지와 오픈채팅으로 구매자를 유도하거나,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해 기존 고객만을 상대로 대리 예매를 받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여러 계정으로 표를 소량씩 나눠 팔며 '상습 또는 영업 목적'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 수 있도록 거래 기록을 분산하는 수법도 등장했다. 규제가 강화되자 암표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적발하기 어려운 공간과 형태로 이동한 셈이다.
암표근절법 강화와 함께 소속사나 예매처에서도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암표 거래 방지에 힘을 기울이는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만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조직적인 암표 거래를 막는 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특히 실효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적인 '암표 거래 축소 및 단속'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암표 거래가 점차 해외 SNS나 폐쇄형 메신저 등 음지로 숨어들게 되고, 구매자들의 사기 피해 가능성 역시 높아진다는 지적은 간과해선 안 될 지점이다. 이 경우 피해자 구제 역시 더욱 어려운 만큼, 무조건적인 '틀어막기' 보다는 공식적 재판매 통로 마련 등의 실효성을 고려한 추가 대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암표를 규제함과 동시에 합법적인 재판매 기준에 기반한 공식 창구가 운영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법적 처벌 수위만큼 중요한 것은 실제로 암표가 생성되고 유통되는 경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걸러내냐는 것이다. 법망은 강화됐지만 여전히 체감되는 실효성에는 물음표가 따라 붙는 지금의 암표근절법에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이는 '반쪽짜리 대책'에 머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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