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전 3기' 테크볼 金 이준석의 눈물 "아파트 민원에...어머니가 사주신 200만 원짜리 테이블이 계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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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나고야(일본), 신인섭 기자] 이준석의 간절함이 통했다. 두 번 넘어지며 좌절한 순간도 있었지만, 세 번째에 일어나서 정상에 올랐다.
이준석은 20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테크볼 남자 단식 결승에서 알리 자릴 메즈헤르 알레야위(이라크)를 상대로 2-0(12-11, 12-5)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의 세 번째 금메달리스트이자 한국 테크볼 역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다.
결승까지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은 완벽한 우승이었다. 조별리그부터 무실세트 행진을 이어간 이준석은 결승에서도 알레야위와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승부처마다 과감한 공격으로 상대를 흔들었고, 마지막까지 도전적인 플레이를 이어가며 꿈에 그리던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이준석은 한동안 자신이 금메달리스트가 됐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했다.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말이 정말 이럴 때 쓰는 말이구나 싶다.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정말 꿈만 꿔왔던 순간인데 지금 저한테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제 인생에서 이렇게 행복한 시간이 또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순간"이라고 말했다.
금메달만을 상상했던 것은 아니었다. 모든 것을 걸고 준비한 만큼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컸다. 이준석은 "사실 우승하는 상상도 하지만 지는 상상도 많이 할 수밖에 없다. 어젯밤에도 씻으면서 혼자 여러 가지 상상을 했다"며 "다른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들이 '꿈 같다'고 말씀하시는 걸 들으면서 그게 무슨 느낌일까 했는데, 제가 지금 이렇게 인터뷰까지 하고 있으니 정말 꿈만 같다"고 웃었다.
대회 전부터 우승을 확신했던 것도 아니었다. 이준석의 첫 번째 목표는 그저 마지막 날까지 살아남는 것이었다. 그는 "남자 단식에 출전하면서 처음 세운 목표는 20일 결승 무대까지 가서 경기를 해 보는 것이었다. 그것만 해도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고,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심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제가 포기하고 있는 게 너무 많았다. 그래서 지더라도 연습해 온 것,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끝까지 다 해 보고 지자는 마음이었다. 매 순간 정말 파이팅 넘치게 집중했던 것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 마음은 결승에서도 똑같았다. 안전하게 공을 넘기는 것만으로는 알레야위 같은 정상급 선수를 넘어설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준석은 "경기할 때 안전하게만 하면 이기기 쉽지 않다. 위험한 순간에도 끝까지 도전적으로 플레이하려고 했던 것이 마지막에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흔들릴 때마다 스스로에게 말을 걸었다. "긴장되고 부담이 느껴질 때마다 '내가 연습했던 것, 해왔던 플레이를 하면 된다. 긴장해서 다른 플레이 하지 말자. 할 것 하자. 집중하자'고 계속 혼자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금메달까지 오는 길에는 몇 번이나 운동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순간이 있었다. 이준석은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 테크볼을 접하고 국제대회 출전 기회까지 얻었지만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멈췄다. 국내에는 테크볼 실업팀이 없어 선수들은 생계를 위해 각자의 길을 찾아야 했다. 이준석 역시 운동에서 멀어졌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테크볼을 놓지 못했다.
그때 손을 내민 사람이 어머니였다. 처음 테크볼을 시작했을 때 어머니가 200만 원짜리 테크볼 테이블을 사주시면서 경력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준석은 "당시 대학생이었고 돈이 없어서 부탁드렸는데 어머니가 테크볼 테이블을 사주셨다. 그 테이블이 지금 여기에서 금메달을 따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훈련장을 구할 수 없어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허락을 받고 공원 등에 테이블을 펼쳐놓고 혼자 공을 찼다.
마음껏 연습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었다. 이준석은 "공을 차다 보면 자전거 보관함 같은 시설물에 부딪힐 때가 있었다. 민원이 들어오면 관리하시는 분이 오셨고, 그러면 '알겠습니다' 하고 테이블을 접어서 들어갔다"고 떠올렸다. 이어 "물론 제가 잘못한 상황이었다. 당시에는 '어떻게 내가 이 길을 계속 걸어갈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막막했다. 그런데 이렇게 금메달까지 따고 나니 그 순간도 이제는 좋게 기억되는 것 같다"고 했다.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하고 다시 선수의 길을 선택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운동선수로 살아온 이준석에게 태극마크는 쉽게 외면할 수 없는 꿈이었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선수 생활을 하면서 운동하는 사람에게 태극마크를 다는 것은 가장 큰 꿈이지 않나"라며 "내가 언제 또 이런 도전을 할 수 있을지 모르니 아직 젊을 때 최선을 다해 모든 것을 쏟아보자는 마음이었다. 두려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런 마음으로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사람도 어머니였다. 이준석은 경기장을 찾은 어머니가 관중석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발견했다. 이준석은 "제가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하면서 어머니가 뒷바라지하느라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다. 그런데 제가 제대로 효도 한번 못 해드렸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따면 그래도 엄마에게 효도하는 일이 될 수 있겠다는 마음이 개인적으로 정말 컸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준석은 잠시 감정을 추스른 뒤 말을 이어갔다. "경기가 끝나고 위를 봤는데 어머니가 울고 계시더라. 금메달을 따서 어머니께 처음으로 효도한 것 같다. 제가 사랑한다는 말을 잘 못 하는데, 그래도 오늘만큼은 '엄마 사랑해'라고 말하고 싶다"고 수줍게 말했다.
금메달을 따냈지만 현실적인 고민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아시안게임을 위해 생계를 내려놓은 선수들이 다시 어디에서, 어떻게 운동을 이어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준석은 "일단 정말 일주일 정도는 아무 부담 없이 가족들과 쉬고 싶다"면서도 "4년 뒤 아시안게임에 테크볼이 다시 있을지도 아직 모르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가 사실 가장 걱정된다. 아직 테크볼에는 실업팀이 없다. 선수들이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생계를 내려놓고 운동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이번 금메달이 자신만의 결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랐다. "제가 메달을 따면 조금이라도 우리 선수들이 다 같이 더 좋은 환경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준비했다.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어떤 변화가 생길지는 저도 기대하고 있다. 아직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정확히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이준석의 금메달 순간은 세계적인 축구 스타도 지켜봤다. FC바르셀로나의 전설적인 수비수 카를레스 푸욜이 현장을 찾았다. 오랜 축구 팬인 이준석에게는 금메달만큼이나 현실감 없는 장면이었다.
이준석은 "처음에는 영상을 보면서 '저분이 진짜 푸욜 선수인가' 싶었다. 푸욜 선수를 정말 존경한다. 바르셀로나에서 엄청난 투지를 보여줬던 수비수였고 저도 그런 플레이를 굉장히 좋아했다"며 "실제로 보니까 믿기지 않았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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