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한 번 실패해도 다시 프로로”…日 대학선수 연 180명 프로행, 韓 대학축구가 마주한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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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류가사키(일본), 정형근, 배정호 기자] 일본에서는 대학 선수 약 180명이 매년 프로 무대로 향한다. 프로 유스에서 선택받지 못해도 고교와 대학에서 다시 성장해 프로에 도전할 수 있다.
한국 대학축구는 일본과 직접 부딪혀 그 차이를 확인했다. 단순한 경기력의 격차를 넘어 선수를 어떻게 키우고, 프로까지 어떤 길을 열어주느냐의 문제였다.
제1회 한·일 대학축구 교류전은 지난 20일 일본 이바라키현 류가사키시에서 막을 내렸다.
한국대학축구연맹과 일본 대학축구계가 기존 덴소컵 한·일 대학축구 정기전과 별도로 마련한 첫 교류전이다. 한국에서는 전문대 선수들로 구성된 UNIV PRO 챌린지, 19~20세 선수들이 중심이 된 UNIV PRO U-20, 올해 추계대학축구연맹전 우승팀 울산대가 출전했다.
결과는 냉정했다.
UNIV PRO 챌린지는 관동대학축구리그 3부 선발팀에 0-4로 졌고, UNIV PRO U-20은 U-20 관동대학 선발팀에 0-3으로 패했다. 마지막 경기에서는 울산대가 일본 대학축구의 강호 호세이대와 난타전 끝에 3-3으로 비겼다.
그러나 이번 교류전의 목적은 세 경기의 승패를 확인하는 데만 있지 않았다.
박한동 한국대학축구연맹 회장은 “한일 대학축구의 격차를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며 “지난해 회장이 된 뒤 덴소컵이 끝나고 어떻게 한번 부딪혀 볼까 고민했다. 일본 대학축구가 어떤 시스템을 갖고 있고 선수들은 어떻게 육성되는지 파악한 뒤 우리의 육성 체계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한 팀만 일본으로 데려오지 않았다. 전문대 선발팀과 연령별 선발팀, 국내 대학대회 챔피언까지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세 팀을 구성했다.
박 회장은 “부딪혀 보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어떤 문제점이 있고 어떤 시스템으로 가야 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韓 “방향을 봤다”…日 “한 번 실패해도 다시 도전한다”
박 회장이 이번 교류전을 통해 확인한 것은 단순한 경기력 차이가 아니었다.
그는 “차이점이라고 하기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 방향을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회장이 강조한 것은 선수 육성의 연결성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각각 떨어진 무대로 바라보지 않고 하나의 육성 체계로 연결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국대학축구연맹이 추진하는 ‘UNIV PRO’도 그 연장선에 있다.
박 회장은 “대학에서 좋은 선수들이 앞으로 프로에 가고, 프로에서 대표팀에 갈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게 대학의 프로화 시스템”이라며 “이 프로화 시스템 안에서 좋은 육성 체계를 만드는 것이 내가 가려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측의 설명은 박 회장이 이번 교류전을 통해 확인하려 했던 문제와 맞닿아 있었다.
나가노 유지 전일본대학축구연맹 이사장은 일본 축구의 특징으로 선수가 성장할 수 있는 ‘여러 갈래의 길’을 꼽았다.
프로구단 산하 유스에서 곧바로 프로에 진출하는 길이 있지만 그 단계에서 선택받지 못한다고 선수의 도전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고교를 거쳐 다시 프로에 도전할 수 있고, 고교 졸업 때 프로에 가지 못하면 대학에서 성장한 뒤 다시 프로 문을 두드릴 수 있다.
나가노 이사장은 “일본은 대학뿐 아니라 중학교와 고등학교, 대학교 등 선수들이 뛸 수 있는 다양한 무대가 있다”며 “한 번 기회를 놓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고, 대학에서도 성장해 프로에 갈 수 있다는 게 특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한일 대학축구 격차 역시 고정된 것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나가노 이사장은 “결과적으로 보면 최근에는 일본이 앞서 있지만 과거에는 한국이 앞서 있었다”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한국 역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대학은 ‘끝’이 아니다…日 대학선수 연간 180명 프로 진출
두 수장의 시선이 만난 지점은 ‘대학의 역할’이었다.
박 회장은 대학축구가 더 이상 한국축구의 주변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학이 한국축구의 한 축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사이드에 있는 대학 무대가 아니라 한국축구의 한 축이 돼 선수들을 육성하고 키워 좋은 선수를 길러내야 한다.”
대학에서 성장한 선수가 프로에 진출하고 다시 국가대표와 유럽 무대까지 바라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박 회장은 “대학 선수들이 잘 육성되면 프로에 가서 훌륭한 커리어를 만들고 대표팀에 진출할 수 있다. 이후 유럽 진출까지 이어지는 체계를 만들 수 있는 곳이 대학이라고 생각한다”며 축구계 전체가 대학축구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는 대학축구가 이미 프로로 향하는 중요한 통로로 기능하고 있다.
나가노 이사장에 따르면 일본 대학 선수 가운데 매년 약 180명이 프로 무대로 진출한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그 뒤에 있는 구조다.
프로 유스에서 곧바로 프로에 가지 못한 선수가 고교에서 다시 도전하고, 고교에서도 프로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대학에서 기량을 끌어올려 다시 프로에 도전한다.
나가노 이사장은 “프로 산하 팀에서 바로 프로에 가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프로에 갈 수 있다. 그게 안 되면 대학교에 가서 열심히 운동하고 프로로 가는 경우도 있다”며 “한 번 기회를 놓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고, 거기에서 다시 프로에 갈 수 있다는 것이 일본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연간 약 180명이라는 숫자는 일본 대학축구가 단순한 아마추어 무대가 아니라 프로 선수 공급의 중요한 축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일본축구협회와 대학축구의 관계가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나가노 이사장은 “협회 관계자와 임원들은 대학축구가 중요하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예산이나 대학축구에 들어오는 지원을 생각하면 불만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본 역시 대학축구에 대한 지원을 놓고 고민이 있지만 대학이 선수 성장 과정에서 중요한 무대라는 점에서는 분명한 역할을 하고 있다.
◆ “부딪혀서 깨져봐야 한다”…일본 넘어 미국·유럽으로
박 회장은 이번 교류전을 앞두고 선수와 지도자들에게 한 가지를 주문했다. 물러서지 말라는 것이었다.
박 회장은 “선수들에게도 지도자들에게도 절대 물러서지 말고 부딪혀서 싸워야 우리가 결과물을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며 “주저하지 말고 부딪혀서 싸우는 방향을 잡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선수와 지도자, 대학연맹 임원들에게 그 방향을 항상 제시할 것”이라며 “싸워서 부딪혀 보고 절대 물러서지 않고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첫 교류전의 성적표만 보면 한국이 웃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박 회장은 패배를 통해서라도 현재 위치를 정확히 확인해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좋은 결과는 아니지만 저는 부딪혀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부딪혀 보지도 않고 결과물이 나온다고 하는 것은 좋은 방향이 아니다. 부딪혀서 깨져보고 그 결과를 통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지 판단해서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류 범위도 일본에 머물지 않는다.
박 회장은 미국과의 대학축구 교류전을 추진하고 있으며 유럽으로도 교류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제 교류를 개별 행사로 끝내지 않고 UNIV PRO를 중심으로 한 선수 육성 체계 안에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한일 양측도 이번 교류전을 일회성 행사로 끝내지 않는다는 데 뜻을 모았다.
박 회장은 “대회를 앞두고 나가노 이사장과 회의를 했다. 앞으로 어떤 방향이 더 좋을지 서로 모색하고 양국 간 좋은 교류전을 통해 선수 선발과 육성 체계를 만들자는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밝혔다.
나가노 이사장 역시 “결과를 떠나 한국 대학생과 일본 대학생이 이렇게 교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며 “박한동 회장과 만나 일본 대학축구와 한국 대학축구가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같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나눴다”고 말했다.
첫 한일 대학축구 교류전은 막을 내렸다.
일본은 한 번 선택받지 못한 선수에게 고교와 대학을 통해 다시 프로에 도전할 길을 열어놓고 있다. 매년 약 180명의 대학 선수가 프로로 향한다.
한국은 대학을 프로와 국가대표로 연결하는 선수 육성의 한 축으로 다시 세우려 한다. 이번 교류전에서 확인한 격차보다 중요한 것은 이제 그 차이를 어떻게 줄이느냐다.
부딪혀서 깨져본 뒤 가야 할 방향을 찾는 작업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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