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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 르포] '여유로운 여우' 케이로스, 겸손과 경고의 '경계'

작성일: 2017.08.27 06:00 조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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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티비뉴스

[스포티비뉴스=인천국제공항, 조형애 기자] 여유로운 미소, 당당한 걸음걸이. 카를로스 케이로스(64) 이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마치 '개선장군' 같았다. 환호하는 이란 팬들 속, 잠시 '이곳이 테헤란 공항인가' 싶을 정도였다.

그곳은 분명 인천국제공항이었다. 26일 이란 대표팀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9차전 대비를 위해 한국 땅을 밟았다. 2시간여 기다림 뒤 만난 이란 대표팀과 케이로스 감독에게서 받은 첫인상을 한마디로 하면 '자신감'이었다. 그건 내공이 퍽 깊어 보였다.


입국장에 모인 재한 이란인들…2시간 기다려도 '싱글벙글'

이란 대표팀을 태운 항공편은 오후 4시 55분 도착 예정이었다. 그들을 만나기 위해 그보다 30분 이른 시각, 입국 게이트 한 켠에 자리 잡았다. 잠시 한눈을 팔다 다시 입국장을 쳐다봤을 땐 이미 이란인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조그마한 이란 국기를 든 꼬마 아이부터 대형 이란 국기를 몸에 두른 성인들까지. 족히 수 십명은 돼 보였다.

신기하던 것도 잠시, 입국 시간이 예상보다 늦어지자 취재진들은 지쳐갔다. 보통 공항 입국 취재를 가면, 비행기가 도착하고 한 시간여 뒤 취재원을 입국장에서 만날 수 있다. 하지만 1시간 30분여가 지나도록 깜깜무소식이었다. 그것도 이란 측이 '언론 인터뷰 일체 사절'이라고 하니, 김도 샜고.

이란 팬들은 예외였다. 그들에겐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상관 없어 보였다. 기다린 지 2시간이 돼가도록 지칠 줄 몰랐다. 아예 "한국은 이번 이란전이 굉장히 중요하지 않나", "스코어를 어떻게 예상하나" 등을 물어오기도 했다. 그들은 진다는 생각 자체를 이제 하지 못하는 듯 했다. 실제 6승 2무로 진 적이 없으니까. "어려운 질문"이라고 고민을 하니, "0-0일까?"하고 말해왔다. 차마 한국인 기자를 상대로 "이란이 이긴다"는 말은 못하는 듯 했지만, 실점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그들에겐 있었다.


인터뷰 안한다더니…카메라 앞에 선 케이로스 '자신감의 반증'

선수단과 케이로스 감독이 나타난 건 비행기 도착 이후 두 시간 여가 됐을 때였다. 선수 한 둘이 먼저 빠져나오자 이란 팬들이 술렁였다. 이어 케이로스 감독이 등장했을 땐 "와"하는 소리와 함께 박수가 나왔다. 흐뭇한 미소가 번진 그의 손에는 이란 팬에게 받은 듯한 꽃다발이 어느덧 쥐어져 있었다.

당초 '인터뷰는 없다'는 공지와 달리 케이로스 감독은 흔쾌히 응했다. 소문난 '한 성격하는 감독'. 매몰차게 거절할 것이라는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이란 팬들은 급히 이란 국기를 들어 '배경화면'을 만들었고, 그렇게 인터뷰는 진행됐다.

진짜 예민하거나 급하면 사실 그대로 빠져나가도 할 말은 없다. 무작정 기다렸을 뿐 인터뷰가 있다는 것을 알고 간 건 아니니까 말이다. 하지만 예상보다 훨씬 인터뷰는 쉽게 이뤄졌다. 그만큼 한국과 경기에 자신이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케이로스 감독은 2011년 부임 이후 한국을 4번 만나 모두 1-0 승리를 거뒀다. 심지어 '그래봐야 침대축구 아니냐'는 한국의 소소한 자기 위안도 지난해 10월 열린 최종 예선 4차전에서 완전히 날려버린 그다. 케이로스 감독의 이유 있는 자신감과 여유, 그건 반박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여우' 케이로스의 목표 '무패-무실점' 행진…그들은 살살하러 오지 않았다

카메라 앞에 선 그는 별명답게 '여우'였다. 괜한 도발로 한국을 자극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은 아시아 최고의 팀 가운데 하나"라면서 한국전을 배우고 발전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이미 본선 진출을 확정했지만 그에겐 목표가 뚜렸했다. 최종예선 무패-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는 것이다.

전력이 노출 될 수 있는 중요한 정보에 대해서는 유독 답이 짧았다. 예외적으로 5일이나 일찍 들어온 것에 대해서는 "시차 적응"이라고만 했고, 출전 선수 확정에 대해서도 "지금은 말해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답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최선을 다해 이기는 경기를 하겠다"는 말이었다. 마치 '살살하지 않겠다'는 경고로 들렸다.

케이로스 감독이 수년 간 만든 조직력의 팀은 단지 절박함으로 쉽사리 이겨지는 게 아니다. 선수 한 둘이 빠졌다고 해서 무너지지도 않는다. 뜯어보면 뜯어볼 수록 버거운 상대. 그때 한통의 문자가 도착했다. '발신: 대한축구협회, A대표팀 수원 삼성과 연습 경기 1-2로 패'.

[영상] '여우' 이란 케이로스 감독 "한국은 아시아 최강팀" ⓒ임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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