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의 작전판 in 도쿄] 전술복기: 리피의 스리백, 김신욱 묶고 전방압박도 깼다
작성일: 2017.12.10 05:00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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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도쿄(일본), 한준 기자] 월드컵을 우승 해본 감독의 용병술은 특별했다. 마르첼로 리피 중국 대표 팀 감독이 선수를 한 명씩 투입할 때마다 경기 흐름이 바뀌었다. 하프타임에 레프트윙 웨이스하오를 빼고 레프트백 리쉐펑을 투입하자 전반전에 중국 수비를 쥐락펴락 하던 김신욱의 파괴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스리백으로 전환한 중국 수비 라인은 위험 지역의 공간을 좁혀 침투 동선을 막고, 김신욱에 대한 견제 강도도 높아졌다.
후반전 20분에는 라이트윙 양리위를 빼고 187cm의 장신 공격수 샤오즈를 투입했다. 위다바오와 짝을 이룬 투 스트라이커의 구조를 확고히 했다. 방점을 찍은 세 번째 교체 카드는 등번호 10번을 달고 있는 공격형 미드필더 인훙보. 중앙 미드필더 우시 대신 들어가 투톱을 뒤에서 지원했다. 그 결과는 후반 31분에 터진 동점 골이다.
인훙보가 중앙 지역에서 한국 수비가 흘린 공을 낚아챈 뒤 왼쪽 측면으로 빼줬다. 리쉐펑이 오버래핑해 문전 깊숙이 크로스 패스를 연결했다. 배후로 빠져있던 위다바오가 달려들어가며 헤더로 마무리했다. 교체 투입한 선수들이 득점 과정에 기여했다는 기록적인 효과를 넘어, 리피 감독이 전반전에 내린 전술적 진단에 이은 처방이 완벽한 효과를 봤다.

◆ 리피 감독은 한국의 약점을 정확하게 짚고 전술을 짰다
리피 감독은 한국을 상대로 4-3-3 포메이션을 선발 전략으로 썼다. 선발 명단에 6명의 22세 이하 선수를 넣었다. 모두 이번 한국 전이 A매치 데뷔전. 경기 후 중국 취재진이 “22세 이하 대표 팀 선수들을 3명 정도 넣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6명 모두 넣은 이유가 무엇인지” 묻자 리피 감독은 “중국에서만 22세 이하 선수를 어리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18세 이하 정도여야 어리다고 한다. 이미 성숙한 선수들”이라고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했다.
리피 감독은 이 선수들을 실험했는데, 무모한 실험이 아니라 가능성이 있다는 믿음을 갖고 내세운 것이다. 실제로 리피 감독이 선발로 낸 선수들의 개성이, 한국 대표 팀의 약점을 공략할 수 있든 전술 구조에 기반하고 있었다. 중국의 4-3-3은 스리톱이 좌우로 넓게 벌려 한국의 풀백 뒤 공간을 공략했다. 세 명의 중앙 미드필더가 가운데로 좁혀 한국의 2선 공격에 대비했다.
세 명의 미드필더 중 허차오가 포백 앞을 보호하면서 두 센터백을 지원하게 했다. 수비 시 4-1-4-1 포메이션으로 라인 사이의 움직임을 견제하려 했다. 중국의 계획은 1차적으로 효과를 봤다. 리피 감독은 한국의 풀백을 약점으로 봤고, 풀백 뒤 공간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실제로 경기 내내 중국이 측면에서 시도한 크로스 패스는 대부분 한국 문전으로 향했다. 센터백이 커트하거나, 골키퍼가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으나 질 좋은 크로스가 여러 차례 한국 문전을 직격했다.
전반 9분 만에 나온 선제 골은 오른쪽 윙어 양리위가 문전으로 찔러 넣은 커트백을 위다바오가 흘리고 레프트윙 웨이스하오가 달려들어 논스톱 슈팅으로 마무리해 나왔다. 준비된 패턴 플레이의 결과다. 중국 유망주들은 기술적 자신감이 있고, 한국에 대한 두려움도 없다. 2017시즌 23세 이하 선수 의무 출전 규정을 통해 프로 경험을 꾸준히 쌓았다. 더구나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도 적다. 여러모로 한국을 상대로 패기 있는 경기를 할 수 있는 여건이었다.
역시 ‘어린’ 중국이 겪은 문제는 국제 경기, 큰 경기에 대한 경험. 선제 득점 이후 차분하게 리드를 지켜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무엇보다 리피 감독은 지난 3월 통제해본 경험이 있는 김신욱의 위력을 얕봤다. 김신욱은 중국의 두 센터백과 허차오의 견제를 아무렇지 않게 제압했다.

◆ 신태용호의 소득, 투톱 전술에서 김신욱 활용법
신태용 감독이 중국과 경기에서 얻은 성취라며 김신욱의 활용법을 찾은 것이다. 김신욱 스스로 발 밑에 대한 자신감, 연계 플레이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스스로 고립 가능성이 큰 원톱 보다 투톱을 선호했다. 이명주를 김신욱의 투톱 파트너로 배치한 것은 적절한 선택이었다. 이명주는 제로톱, 처진 스트라이커, 중앙 미드필더가 모두 가능한 자원. 오른쪽 날개 이재성이 처진 스트라이커 자리로 침투하며 김신욱-이명주의 비대칭 투톱이 전형적으로 움직이지 않도록 했다.
중국 수비진은 김신욱이 뒤로 빠지고, 이명주가 라인 사이로 이동하며, 이재성이 커트인 하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더구나 이명주가 빠르게 패스를 전개하고, 주세종이 질 좋은 롱패스로 패턴에 변화를 주면서 김신욱이 가진 장점을 십분 활용했다. 선제 실점에도 한국은 심리적으로 느슨해진 중국을 적절히 공략해 두 골을 만들었다. 김신욱과 이재성은 전북현대에서 꾸준히 발을 맞춰와 호흡이 특히 좋았다.
특히 주세종의 롱패스와 김신욱의 헤더 패스, 이재성의 왼발 슈팅이 이어진 두 번째 골은 울산 소집에서 훈련한 결과였다. “감독님이 훈련 때 신욱이 형이 있기 때문에 머리에 맞혀주고, 돌아가는 재성이나 선수들에게 떨궈주면 좋은 찬스 나올 거라고 했다. 감독님은 신욱이 형이 있다고 킥만하기보다, 발 밑도 좋으니까 패스 많이 하다가 그런 찬스 생기면 하나씩 하라고 했는데, 그게 딱 맞아 떨어졌다.” 두 번째 골이 들어간 뒤 유독 기뻐했던 주세종의 설명이다.
문제는 중국의 변화에 대한 능동적 대응이다. 전반전에 잘 된 전략을 후반전에도 밀고 간 신 감독은 리피 감독의 용병술에 대한 대처가 늦었다. 신 감독의 말 대로 전반전에 한 두 골을 더 넣고 달아났다면 손쉬운 승리가 됐을 것이다. 그렇지 못했다면 리피 감독의 교체 투입에 맞춰 전략을 바꿔야 했다.
리피 감독은 “세 명의 수비수와 싸우는 것은 아주 어려운 플레이다. 김신욱은 능력이 좋은 선수”라고 했다. 후반전에 수비숫자를 늘려 막았다. 공격 숫자가 줄어든 대신 높이를 갖춘 샤오즈를 투입해 한국 공격의 전진을 제어했다. “샤오즈가 사진 높이가 잘 작용했다”는 게 리피 감독의 자평이기도 하다.

◆ 백발백중 용병술…리피의 스리백은 한국의 전방 압박도 무력화시켰다
리피 감독의 전술이 김신욱의 힘을 묶었다. 후반전에 김신욱이 고립됐다. 한국 대표 팀의 체력이 떨어져 이명주와 이재성의 활동성이 떨어지며 연쇄적으로 부정적인 상황이 됐다. 선발 출전한 염기훈은 대체로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11월에 4-4-2 포메이션이 성공한 배경은 전방 4인 블록의 타이트한 수비인데, 이 밀도가 떨어졌다.
중국이 후반전에 3-5-2 대형으로 바뀌며 생긴 문제는, 김신욱의 고립 문제 보다 전방 수비 블록이 갈피를 못잡은 게 더 크다. 믹스트존에서 만난 이명주는 “공격적인 부분에서는 크게 문제 없었는데, 수비하는 부분에서 (상대) 포메이션 변화가 있다 보니까…”라며 전방 수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했다.
“대비하지 못했던 포메이션이라 선수들이 많이 혼란했다. 경기장 안에서 서로 말하면서 빨리 찾아야 했는데 찾지 못했다. 아무래도 상대 공격수의 위치가 달라지면서 전방 수비가 잘 안됐다.”
대표 팀이 11월 경기에서 수비적인 면에서 거둔 성취는 라인을 높이고 강한 전방 압박을 펼쳐 최종 수비 라인이 직접 받는 부담을 덜어준 것에 있다. 후반전에 전방 수비 밀도가 떨어지면서 배후가 흔들렸고, 이로 인해 라인 사이가 벌어져 공격진이 고립됐다. 한국의 공격이 무뎌진 가운데 루즈한 경기가 후반전에 이어졌고, 중국이 공격 카드를 연이어 투입하며 주도권을 가져갔다.
이에 대해서는 주세종도 같은 의견을 냈다. “중원에서는 우리가 조금 더 압도했다고 생각한다. (스리백으로 바뀌었어도) 패스에 불편한 것은 없었다. 위에서 공격하다가 잘려서 역습을 당할 때 힘들었다.” 상대 역습 시 공격 패턴이 달라지면서 전방에서 어떻게 제어할지 헤맸다. 중국이 전술적으로 더 영리하고 기민했다.

◆ 구조 변화 없었던 한국의 선수 교체…대안 없는 ‘풀백 포지션’
상대 전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라이트백 최철순이 공수 양면에 걸쳐 부진하면서 고요한을 투입했으나, 고요한 역시 포백 상황의 전문 풀백이 아니라는 점에서 큰 변화를 주지 못했다. 지친 이명주 대신 이창근을 투입한 것 역시 전술 변화를 유도한 카드는 아니었다. 전반전에 좋은 경기를 하고도 진 것 같은 무승부가 된 이유는 후반전에 무기력한 경기를 하며 솟아오르는 중국의 기세 속에 종료 휘슬이 울렸기 때문이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 만날 팀들은 두 세 가지 포메이션을 경기 중에 능동적으로 바꿀 수 있는 실력을 가졌다. 젊은 선수를 테스트한 중국 보다 개인 기술은 훨씬 더 좋다. 한국 역시 손흥민, 권창훈, 기성용 등 핵심 선수가 빠졌지만, 포백 수비 라인은 지금 멤버가 본선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풀백의 취약한 수비력. 특히 공수 양면에 걸쳐 나란히 약점이 명확한 라이트백 포지션의 깊이는 치명적인 숙제로 꼽힌다.
당장 새로운 주전급 라이트백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구조 변화도 생각해 봐야 한다. 각계의 전문가들이 지금 한국 대표 팀의 풀백에 문제가 있다고 공감하고 있다. 신태용 감독의 축구는 풀백이 자신있게 올라와 공격 지역에서 수비하고, 공격 상황에 수적 우위를 점해야 효과를 발휘한다. 이 전술의 필연적 문제가 풀백 뒤 공간에 대한 불안인데, 월드컵 본선에서 우리가 측면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면 플랜A에 대한 재점검까지도 고민해야 한다.
신 감독은 동아시안컵에서 내용과 결과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했다. 젊은 선수를 실험하는 중국을 상대로도 문제점이 나올 수 있다며 월드컵 대비전으로 삼고 진지하게 임하겠다고 했다. 자신만만하게 출발했지만, 1차전 결과로는 후자만 예상대로 됐다. 중국과 경기에서 문제점이 나왔다.
리피 감독은 미디어데이에서 선수를 실험하는 대회이기 때문에 한국과 경기에서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는데, 2-2로 비긴 뒤 “선수들이 한 달 가까이 쉬다 와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컨디션만 정상이었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었다는 심중을 드러낸 것이다.

◆ 잔여 일정 첩첩산중…북한전에는 구조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잔여 일정이 부담스러워진 쪽은 한국이다. 북한의 예른 안데르센 감독도 애초에 미디어데이에서 “우리가 가장 우승후보와 거리가 먼 팀”이라며 “좋은 축구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일본전을 마친 뒤에는 “이 대회의 어느 팀이든 이길 수 있다”고 했다. 일본은 좋지 못한 경기 내용에도 먼저 1승을 챙겼다.
중국도, 북한도, 일본도 우승하지 못할 경우 핑계가 충분하다. 중국은 앞서 언급했듯 젊은 선수가 중심이고, 북한은 FIFA 랭킹 100위권 밖의 팀이다. 일본은 우라와레즈 선수 5명이 빠지고, 스기모토 겐유와 기요타케 히로시가 개막 직전 부상으로 빠져 J리거 중에도 제일 잘하는 선수를 빼고 나섰다.
우승해야 본전인 한국이었다. 2차전 결과에 대한 부담이 더 커졌다. 극심한 부담 속에 신 감독은 중국전에 드러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심적 압박은 판단을 흐리게 한다. 대표 팀은 10일 오전 회복 훈련에 앞서 부상에서 회복한 공격수 이근호를 인터뷰 대상자로 예고했다. 북한과 경기에는 선발 명단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대표 팀은 중국전을 마치고 북한과 일본의 경기 전반전을 현장에서 보고 숙소로 돌아갔다. 예른 안데르센 감독 부임 이후 일년 내내 주중 훈련으로 조직력을 다져온 북한은 중국 보다 어려운 상대가 될 수 있다. 더 간절한 쪽은 늘 북한일 수 밖에 없다. 신 감독은 북한의 정신력을 넘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리피 감독의 중국이 연이어 두 경기나 전술 구조로 한국 선수들의 개인 능력을 뛰어 넘은 것처럼 말이다.
글=한준 (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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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 기자 hjh@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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