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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포커스] 냉정과 열정사이, 흔들리지 않는 이탈리아

작성일: 2015.06.13 09:52 이남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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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스플리트(크로아티아), 이남훈 기자] "그래도 이탈리아는 이탈리아다"

크로아티아 대표팀 주장 다리오 스르나는 12일 새벽(이하 한국시간)에 있었던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탈리아에 대한 극도의 경계심을 유지했다. 그의 말이 씨가 됐을까. 이탈리아는 크로아티아원정에서 끝내 지지 않았고, 스르나는 경고 누적 퇴장으로 체면을 구겼다.

6월 13일 새벽 3시 45분 크로아티아 스플리트 플류드 경기장에서 열린 UEFA 유로 2016 조별예선 H조 6차전 크로아티아 대 이탈리아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다. 1995년 10월 9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유로 1996 예선과 동일한 점수가 나왔다.

결과적으로 이탈리아는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여덟 번 연속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경기 흐름에 있어서는 이전보다 나은 모습을 보였다. 능동적으로 경기를 이끌어간 이탈리아는 90분 동안 홈팀을 상대로 경기를 의도한 대로 끌고 갔다. 경기에 대한 반응은 두 나라의 취재진의 표정에 그대로 나타났다. 크로아티아 취재진들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 반면, 이탈리아 취재진들은 '이만 하면 됐다'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크로아티아 대표팀 니코 코바치 감독은 12일 기자회견에서 "콘테 감독이 이전과 다른 전술을 들고 나올 것이다"고 밝혔었다. 그의 예상대로 이탈리아는 기존의 스리백 대신 포백을 들고 나왔다. 크로아티아는 경기 시작 이후 특유의 측면 공격으로 이탈리아를 초반에 잠재우려 했다.

크로아티아의 공세는 경기 초반 잇다른 돌발 상황의 단초를 제공했다. 전반 5분 다리오 스르나가 공격 가담을 통해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그러나 키커 만주키치의 오른발 슛은 지안루이지 부폰에게 너무나 정직했다. 


정신을 차린 이탈리아는 전반 11분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안토니오 칸드레바의 낮은 크로스를 스테판 엘 샤라위가 가볍게 밀어넣었다. 하지만 영국 출신 스티븐 차일드 부심은 엘 샤라위의 득점에 오프사이드 판정을 내렸다.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라고 생각한 이탈리아 선수들은 6명이나 몰려가 강하게 항의했다. 그 사이를 틈타 크로아티아 선수들은 오른쪽 측면으로 역습을 전개했다.

결국 크로아티아는 이 역습을 통해 마리오 만주키치가 선제골을 뽑아냈다. 선제골을 인정받지 못하고 곧바로 실점까지 당한 엎친데 덮친 판국으로 흘러가자 이탈리아 선수들은 화를 누그러뜨리지 못했다. 주장 부폰도 항의를 계속하다가 경고를 받았다.

안토니오 콘테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은 "대표팀에 빠른 공격 자원으로 기회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탈리아는 전반 25분 오른쪽 수비수 로렌조 데 실베스트리가 상대 선수와의 충돌로 무릎 부상을 당했다. 콘테 감독은 갑작스러운 돌발 상황 속에서 공격 가담 능력이 좋은 마티아 데 실리오를 배치하면서 변화를 꾀했다.

측면 수비수들이 크로아티아 진영으로 보다 깊숙히 전진했고, 측면 공격을 맡던 엘 샤라위와 칸드레바는 측면 수비수들과 대각선을 유지하면서 페널티 에어리어로 파고 들었다. 특히 몸놀림이 가벼웠던 엘 샤라위가 상대 수비진에 두통을 안겼다. 크로아티아 수비수들은 이탈리아의 공격이 거세지자 페널티 지역 바깥에서 반칙을 늘렸고, 이는 안드레아 피를로의 프리킥 영점이 맞춰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이탈리아는 전반 35분 피를로의 프리킥에서 페널티킥까지 얻어낸다.

이번에는 힘들 것이라던 이탈리아는 칸드레바의 동점 페널티킥으로 절벽에서 기어 올라왔다. 크로아티아는 후반 이후 이탈리아를 몰아칠 것으로 예상됐다. 코바치 감독은 후반 시작하자마자 이비차 올리치를 빼고 안테 레비치를 투입했지만 공격에 나선다는 인상을 주지 않았다. 콘테 감독의 변화를 하루 전에 감지했다던 코바치 감독은 경기에 돌입한 이후 선수 교체를 통해서도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결국 크로아티아의 초반 공세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치고 말았다.

반면 이탈리아는 데 실베스트리에 이어 골키퍼 부폰 마저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교체 카드가 단 한 장 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콘테 감독은 한정된 상황 속에서도 변화를 수시로 내놓았다. 플레이메이커 피를로가 크로아티아 중원에 봉쇄되지 않도록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와 마르코 파롤로에게 위치 변경을 주문했고, 롱 패스의 지분을 늘리면서 상대 수비수의 실수를 유도했다.

코바치 감독은 후반 27분 왼쪽 수비수 다니엘 프라니치를 빼고 시메 브르살리코를 배치했다. 이탈리아의 긴 패스에 끊임없이 공략당한 크로아티아는 쉽사리 공격적으로 나오지 못했다. 콘테 감독은 이에 후반 35분 공격수 엘 샤라위를 빼고 중앙 수비수 안드레아 라노키아를 넣었다. 그리고 스리백으로 뒷문을 탄탄하게 다졌다.

이 경기로 콘테 감독은 이전의 맞대결에서 교훈을 찾아낸 듯 보인다. 다소 틀에 박힌 듯 보였던 상황 대처 능력은 크로아티아전에서 향상 된 모습을 보여줬다. 반면 코바치 감독은 무패 행진을 이어갔지만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두 팀의 경기는 지난해 11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4차전보다 활발했으면서 다양한 수싸움과 변수를 통해 흥미롭게 진행되었다.

그런 만큼 이러한 명경기는 UEFA의 무관중 징계로 인해 고요 속에 치러진 점이 너무나 아쉬울 수 밖에 없다. 90분 동안 페널티킥을 막아도, 득점이 취소되도, 역습 뒤 골이 터져도 분위기는 전혀 달아오르지 않았다. 무엇보다 크로아티아 최고의 축구 열기를 자랑하는 항구도시 스플리트의 열혈 축구팬들의 함성을 듣지 못한 점은 '옥의 티' 그 이상이었다.


[영상]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경기 스케치 ⓒ 스플리트, SPOTV NEWS 이남훈

[사진1]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 게티이미지
[사진2,3] 엘 샤라위의 득점을 부심에게 인정되지 않자 이탈리아 선수들이 부심에게 달려가 항의를 하고 있다. 그 사이 크로아티아는 발 빠르게 역습을 전개해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 스플리트, SPOTV NEWS 이남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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