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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파이널 결산 ➁] '승부처' 4차전, 초보 감독의 '출기제승'

작성일: 2015.06.21 06:00 스포츠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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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역사 고전 '사기(史記)'에 출기제승(出奇制勝)이라는 말이 있다. '기묘한 계략을 써서 승리함'이라는 뜻을 가진 이 문구는 올해 NBA 파이널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초보 감독' 스티브 커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스몰라인업 카드를 선보였다. 골든스테이트를 40년 만의 우승으로 이끈 묘수였다. 4차전에서 위용을 드러냈고 파이널이 끝난 현재 이 경기는 '시리즈 승부처'로 판명됐다.

르브론이 올 시즌 차-포를 뗀 상태에서 홀로 캐벌리어스를 우승으로 이끌었다면 나흘 전 막을 내린 파이널 시리즈는 미국 스포츠 역사에 남을 수도 있었다. 역대 가장 극적인 이야기로 스포츠팬에게 기억될 것이었다. 그러나 골든스테이트는 조연이 되길 거부했다.

4차전에서 스티브 커 감독이 파격적인 '스몰 라인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 주전 센터 앤드루 보거트를 비롯해 데이비드 리, 페스터스 이즐리 등 팀 내 빅맨 기용을 최소화했다. 감독의 승부수는 적중했다. 시리즈 전적 2-2를 만든 골든스테이트는 이후 내리 2연승을 내달리며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극적인 드라마를 원했던 사람들이라면 다소 유감스럽게 생각할 수도 있을 듯하다. 'NBA 역대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꼽히는 매직 존슨(56, 전 LA 레이커스)도 그러한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 매직은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비록 팀은 패했으나 르브론이 파이널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NBA 역사를 통틀어 최고 수준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농구 중독자로서 이 시리즈가 6차전에서 끝난 것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전·현직 MVP' 커리와 르브론을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그는 "커리를 역대 최고의 슈터로 언급할 수는 있겠으나 이번 시리즈 최고의 선수는 르브론"이라고 밝혀 사실상 '킹'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이러한 여론과 비등하게 결국 더 '뛰어난 팀'이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실제 골든스테이트는 4차전 승리를 기점으로 샅바싸움에서부터 스코어보드 승부까지 클리블랜드에 반수 앞서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이번 파이널에서 '4차전'이 갖는 함의는 크다. 시리즈 흐름이 이 경기를 기점으로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스몰라인업 카드'의 성공은 파이널 분위기를 '황금전사'쪽으로 급격히 쏠리게 하였다.

이 경기에서 올해 정규시즌·플레이오프 통틀어 단 한 차례도 주전으로 나선 적이 없었던 안드레 이궈달라가 선발로 출전했다. 커 감독은 이번 시즌 내내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그를 식스맨으로 기용해왔다. 보거트가 빠지고 이궈달라가 들어간 스타팅 라인업은 신장은 작아졌으나 더 빠른 볼배급과 패스 게임이 가능해졌다. 이전보다 원활해진 스패이싱은 덤이었다.

이 덕분에 드레이먼드 그린이 스크린을 걸어주고 스테판 커리가 외곽 바깥으로 드리블을 치며 빈 공간을 만들어낼 때 외곽에 선택지가 클레이 톰슨 한 명에서 이궈달라, 숀 리빙스턴, 리안드로 발보사 등 배로 늘게 됐다. 상대 페인트존으로 돌파해 들어가는 것이 아닌 상대 센터 티모페이 모즈고프를 로포스트 바깥으로 끌어냈다. '스몰라인업'의 효과였다.

커리를 이만 셤퍼트 혼자서 막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 클리블랜드로 하여금 '커리 더블팀'을 유도해내고 이로 인해 생기는 빈 공간을 NBA 최고의 스몰볼(점프슛)팀인 골든스테이트 슈터들이 공략했다.

가드-포워드로 구성된 라인업은 경기 템포도 빠르게 했다. 올라간 템포는 벤치 자원이 약한 클리블랜드로서는 부담스러웠다. '48분 속도전'을 버텨낼 인재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시리즈가 누적될수록 이는 눈에 띄는 체력 저하를 가져왔다. 실제 6차전에서 기사단은 '황금전사'의 하이 페이스 공격을 따라잡지 못했다.  

과감한 스타팅 교체 이후 진행된 4~6차전에서 골든스테이트는 모두 100득점 이상을 기록했다. 6차전이 이번 파이널 혹은 두 팀이 처한 현실을 가장 명확하게 드러낸 경기였다면 4차전은 시리즈 향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승부처'였다. 시리즈 물줄기를 바꿔 놓았다. 

6차전을 잡지 못하면 시즌이 종료되는 캐벌리어스가 마지막 쿼터에 보여준 맹추격도 역설적으로 워리어스의 두꺼운 전력층만 확인하게 해줬다. 르브론은 마지막 힘을 다해 이날 경기 32득점을 기록하며 '홀로' 분투했다. 반면 골든스테이트는 총 6명의 선수가 9득점 이상을 기록했다. 커리, 숀 리빙스턴, 이궈달라, 톰슨, 그린 등이 번갈아가며 공·수 마무리를 책임졌다. 여러 선수가 '동행'했다.

파이널 MVP에 선정된 선수가 르브론 수비를 전담한 이궈달라였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궈달라는 6차전이 끝난 뒤 기자회견 단상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르브론을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지 매일 같이 고민했다. 연습할 때도 생각하고 밤에 잠들 때도 생각했다. 평소에는 낮잠을 잤을 시간에도 르브론 고민이 끝나지 않아 잘 수가 없었다. 그런 점에서 르브론은 세계 최고의 선수임이 틀림없다. 이 정도로 생각하지 않으면 막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궈달라의 이 말은 과거 파이널 MVP 수상자들의 언어와 사뭇 달랐다. 파이널 우승에 가장 큰 공헌을 했다고 평가받은 '영웅의 연설'과 거리가 있었다. 사실 이궈달라가 파이널 6경기에서 거둔 평균 16.3득점은 역대 파이널 MVP 수상자 가운데 3번째로 낮은 수치다.  

골든스테이트에 1명의 독보적인 영웅은 없었다. 선수 전원이 하나 되는 '이타적인 농구'로 르브론이라는 농구 괴수를 극복해냈다. 현지 언론에서도 '골든스테이트의 농구가 팀 스포츠의 원형을 구현해냈다고 표현했다.

전쟁 철학자 클라우제비츠는 불확실한 전투 상황에서 군대를 승리로 이끄는 장군의 천재적인 판단을 '밀리터리 지니어스(Military genius)'라고 말했다. 200여년 전 프로이센의 한 위대한 장군이 제시했던 이 개념은 올해 오하이오에서 구현됐다. 스티브 커는 올 시즌 파이널에서 '바스켓볼 지니어스'를 보여줬다.

[사진] 스티브 커 ⓒ Gettyimages

[영상] NBA Recap 파이널 4차전 ⓒ 스포티비뉴스 영상편집 김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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