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투 러시아 D-46] 단독 인터뷰: MF 기성용이 말하는 파트너, “전술과 균형이 중요”
작성일: 2018.04.29 06:00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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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저도 대표 팀에서 제 자리가 확실히 있다고, 감독님이 제 이름을 먼저 적어 놓고 시작한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올 초 영국에서 만난 국가 대표 팀 주장 기성용(29, 스완지시티)은 담담하고 겸손하게 자신의 세 번째 월드컵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16강의 주역이자,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의 리더로 활약한 기성용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이 가장 의지할 수 있는 선수다.
대표 팀의 ‘기둥’으로 불리는 기성용이 2018년 러시아 월드컵 F조 세 경기의 선발 명단에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공격수 손흥민(26, 토트넘홋스퍼)과 더불어 기성용은 현재 한국 대표 팀이 보유한 국제적으로 가장 유명한 선수이자, 월드 클래스 반열에 근접한 선수로 꼽힌다.
그래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는 신태용 감독의 고민이 ‘손흥민 파트너 찾기’와 ‘기성용 파트너 찾기’로 지목되고 있다. 4-4-2 포메이션을 플랜A로 설정한 대표 팀은 투톱 중 한 자리에 손흥민, 두 명의 미드필더 중 한 자리에 기성용의 이름이 먼저 적혀있다. 둘의 기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합을 찾아야 한다.
◆ 세 번째 월드컵 앞두고 겸손한 기성용, 경험이 있으니까
지도자들은 “정해진 주전은 없다. 컨디션이 가장 좋은 선수가 나간다”고 하지만, 어떤 팀에도 구심점이 되는 선수가 있다. 그만한 수준의 선수는 컨디션 관리에도 능해 어지간해서는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하지만, 기성용은 그런 자세를 경계했다. 대표 팀의 중원 조합이 자신의 성향에 따라 좌우될 경우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할 수 있을 정도로, 경험이 쌓였기 때문이다.
스포티비뉴스와 만난 기성용은 “‘기성용 파트너’라는 말이, 사실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했다. 이 말은 곧, 기성용이 빌드업에 능하니, 기성용이 공격을 풀어주고, 기성용을 보조해줄 선수, 수비적으로 궂은 일을 해줄 선수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한 기성용의 반대되는 생각이기도 하다.
“제 옆에 무조건 수비적인 선수가 서야 한다?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저도 불편해요. 같이 뛰는 선수들이 제 후배들이고 선배들이고, 아끼는 동생, 친구, 형들이 있는데, 그 선수들이 모든걸 저한테 맞춰서 경기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도 대표팀에서 내 자리가 확실히 있다고, 감독님이 제 이름을 먼저 적어놓고 시작한다고 생각한적이 한 번도 없어요. 미드필더의 한 명으로, 저도 감독님이 주는 역할에 따라 최선을 다할 뿐이죠. 다른 선수들이 나를 맞춰서, 내가 하는 것에 따라서 플레이 하는 것은 아니에요. 여론에서, 팬들이 (제가 중원의 중심이라고) 얘기하지만 저 역시 대표팀에서 필요한 부분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것뿐이에요.”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기성용의 중원 파트너는 구자철과 한국영이었다. 구자철은 기성용의 앞에서 2선 공격수 지역까지 오르내리며 전방 압박에 가담했다. 한국영은 기성용의 옆과 뒤에서 전투적인 수비를 했다.
손흥민의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투톱 전형을 가동한 신태용호는 좌우 측면 미드필더를 중앙으로 좁혀 움직이게 하면서 두 명만 배치되는 중앙 미드필더의 수적 열세를 극복하고자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중앙 미드필더가 세 명일 때보다 수비적으로는 부담이 있다.
지난해 11월 콜롬비아와 A매치에는 기성용의 중원 파트너로 고요한이 깜짝 출전해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꽁꽁 묶었다. 세르비아와 경기에는 정우영이 나란히 섰다. 지난 3월 A매치에는 북아일랜드전에 박주호, 폴란드전에 정우영이 뛰었다.
고요한은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공수 양면에 걸쳐 많이 뛰었다. 박주호는 기성용의 빌드업 부담을 덜어줬고, 정우영도 기성용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볼 배급력을 겸비한 선수다. 신태용 감독은 기성용의 옆에 수비 전문가를 붙일 생각이 없다.
◆ 수비적인 파트너 필요 없다는 기성용, 완벽한 미드필더는 없으니까
기성용은 자신의 옆에 수비 전문가가 서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이, 자신의 수비력에 대한 저평가 때문이라는 점도 알고 있다. 하지만 스완지시티를 응원하는 영국 현지 언론과 팬들은 “기성용이 안정적인 경기를 펼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볼 소유 및 수비 커버, 라인 콘트롤에 있어서 충분한 능력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성용 스스로도 자신이 수비가 부족한 반쪽 미드필더가 아니라고 항변한다.
“물론 제가 가진 장점이 빌드업이나 좌우 전환이나 이런 부분이기 때문에 그런 게 아무래도 다른 선수들보다 돋보이니까, 다른 점을 다른 선수들이 채워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저는 사실 대표팀에서 수비적으로, 제가 수비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내 옆에 굳이 수비만 해주는 선수가 뛸 필요가 없다고 봐요. 공격적인 선수가 들어오면 제가 그 선수 옆에서 수비적으로 커버해줄 수도 있죠. 그런 역할 분담은 감독님의 몫이지만, 제 이름을 먼저 써놓고 무조건 나에게 맞춰야 한다고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다른 선수들이 느끼기에도 그렇고, 그런 기사나 이야기가 나올 때면 저도 불편하고.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성용은 자신이 수비 보다 공격에 강점이 있는 미드필더라는 점을 인정하지만, 공격과 수비가 모두 완벽한 미드필더가 되는 것 자체가 애초에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이라고 했다.
“제가 지금까지 축구를 하면서 공격과 수비를 완벽하게 하는 선수는 딱 한 명 봤거든요. 제라드 선수. 미드필더 포지션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을 보면 공격과 수비가 잘 균형이 갖춰져 있죠. 하지만 공격과 수비를 둘 다 완벽하게 하는 선수는, 제라드 선수 한 명 봤어요.”
“예를 들면 저와 함께 있었던 마켈렐레 코치님이 정말 세계적인 선수였잖아요. 그런데 그분의 공격력이 세계적인 수준이었냐고 하면 아니었거든요. 피를로 선수는 세계적인 선수죠. 근데 피를로가 과연 세계적인 수비력 갖췄나 했을 땐 아니거든요. 그걸 100% 가지고 있는 선수는 거의 없다고 생각해요. 이 세상에. 둘 중 어느 부분이 좀 더 나은 거죠.”
“쉽게 얘기하면, 포그바 선수가 세계적인 선수지만 공격이 낫냐, 수비가 낫냐 따지면 공격이 낫잖아요. 근데 우리나라에서 그 두 가지를 다 갖추는 게, 하물며 세계에도 없는데… 우리나라에서 그 두 가지를 다 갖추는 건 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어느 정도 레벨에 올라가서는 그 두 가지를 어느 정도 갖춰야 인정을 받고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을 하지만, 그 두 가지를 100% 갖는다는 것은 전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에서 그 두 가지 갖춘 선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세계적으로도 없어요. 그렇다고 수비만 잘하는 선수 공격만 잘하는 선수, 이걸 나눈다는 것도 제가 보기엔 말이 안 되는 이야기에요. 한국에도 어느 정도 균형을 갖춘 선수가 있어요. 어떤 선수는 수비적으로 좀 더 좋은, 공격적으로 좀 더 좋은 선수가 있겠죠. 어떤 조합을 어떻게 세우느냐가 중요해요. 월드컵에 나갔을 때 상대할 팀의 스타일이 다 다르니까, 각 팀에 필요한 전술적인 선택이 바뀌는 것이죠. 그건 감독님이 판단하실 것이고요.”
◆ 최고의 중원 파트너는 없다? 상대의 스타일이 매 경기 다르니까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 나설 최적의 중원 조합은 무엇일까? 기성용의 말대로 결정은 신 감독의 몫이다. 스웨덴, 멕시코, 독일 모두 특징이 다른 상대다. 각각의 경기 계획에 따라 두 명의 미드필더가 조합을 이룰 수도 있고, 세 명의 중앙 미드필더로 유기적 변형을 꾀할 수도 있다. 기성용 스스로는 자신이 빠진 조합도 가능하다고 했지만, 부상 변수가 없다면 예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힘과 높이가 강점인 스웨덴을 상대로는 신장에 장점이 있는 정우영, 유럽 무대 경험이 풍부한 박주호 등이 선발 자리를 다툴 수 있다. 빠른 속도에 개인기가 좋은 멕시코를 상대할 때는 하메스를 성공적으로 묶었던 고요한의 기용을 떠올릴 수 있다.
구자철은 미드필더를 세 명 배치할 때 고려될 수 있고, 이창민은 후반 조커로 중거리 슈팅 한 방을 기대할 수 있는 옵션이다. 마지막 퍼즐조각을 꿈꾸는 주세종과 이명주의 경우 구자철의 자리를 두고 경합할 가능성이 높다.
기성용을 빼고 그외 선수들로 조합을 이루자면 더 다양한 구성이 가능하지만, 본선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혼란이 커질 것이다. 기성용은 단지 중원뿐 아니라 장현수가 리드하는 수비 라인과 협업과 연계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기성용 본인은 완강히 부정하지만, 신태용 감독의 월드컵 본선 고민은 기성용 옆에 설 선수를 정하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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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 기자 hjh@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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