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현장 결산] ① 2회 연속 '1년' 감독, 4년 플랜이 없었다
작성일: 2018.06.28 18:00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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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카잔(러시아), 한준 기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7위로 본선에 참가한 한국의 16강 진출 실패는 당연한 일이다? 꼭 그렇지는 않다. FIFA 랭킹은 각 국 축구의 수준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고자 점수 산정 방식을 개선해왔지만, 온전한 전력을 반영하지는 못한다.
개최국 자동 진출로 지역예선전을 치르지 않은 개최국 러시아는 공식 대회 가중치를 받지 못해 최하위인 채로 본선에 참가했고, 2승 1패로 16강에 올랐다. 한국이 57위로 본선에 입성한 것은 아시아 예선 원정 무승 및 평가전 부진의 영향이 크다. 2015년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으로 쌓은 포인트는 어느 새 희미해졌다.
20세기 한국 축구는 세계의 벽을 절감했다. 21세기는 달라졌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 일본이 16강에 오르며 동아시아 축구가 벽을 넘었다. 안방에서 치른 대회였지만 유럽과 남미를 넘을 수 없는 벽으로 보던 시선이 깨졌다. 한국은 이후 두 번의 대회도 조별리그 1차전에 승리하며 선전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의 실패, 그리고 2018년 러시아 월드컵으로 이어진 2회 연속 조별리그 탈락은 한국 축구의 인프라와 사회 환경을 탓하기 앞서 대한축구협회의 장기 플랜 부재 및 감독 선임 실패에 그 이유가 있다.
우리가 조금만 더 철저했다면, 1,2차전에서 승점을 얻어 16강에 오를 수도 있었다. 그러지 못한 이유는, 두 대회 모두 본선을 1년 여 남기고 감독을 교체한 뒤 부랴부랴 팀을 수습해 본선에 참가했기 때문이다.

◆ 2회 연속 조별리그 탈락, 전례가 있는데 실패 반복한 대한축구협회 ‘감독 운영’
역대 월드컵을 보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특히 ‘포스트 히딩크’ 시대를 맞은 2006년. 무려 세 명의 외국인 감독이 예선부터 본선까지 지휘했다. 포르투갈 출신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이 예선 부진으로 경질됐고, 네덜란드 출신 조 본프레레 감독은 본선 진출을 이뤄냈지만 예선 마지막 경기를 치르고 경질됐다. 두 감독 모두 유로와 올림픽 등 메이저 대회 경험이 있는 이들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대회 1년을 앞두고 히딩크 전 감독에 버금하는 명성을 가진 네덜란드 출신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선임했다. 본선 성적은 1승 1무 1패. 잘 하고도 떨어졌다는 아쉬움을 남겼으나, 빈번한 감독 교체가 아니었다면 2회 연속 녹아웃스테이지 진출도 가능했다는 자성을 불렀다. 그래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은 허정무 감독 체제로 뚝심있게 밀고 가 원정 16강을 달성했다.
하지만, 2014는 브라질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대표 팀은 어느 때보다 흔들렸다. 허정무 감독의 성공으로 한국인 지도자에 대한 믿음을 유지했다. 조광래 감독이 예선 중 경질됐고, 최강희 감독은 전북현대에서 소방수로 넘어온 뒤 예선전만 맡겠다고 하고 물러났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신화를 이룬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지만 경험 부족, 시간 부족 등의 문제를 드러내며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최악의 결과를 맞이했다. 코칭스태프의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한 게 문제로 드러나자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선임한 독일 출신 울리 슈틸리케 감독에게 역대 최장 기간은 2년 9개월을 맡겼다. 그런데 야심차게 데려온 외국인 감독이 선수 시절 명성 외에 감독으로 실적과 경험이 일천한 인물이었다.
슈틸리케 감독 체제는 최종예선 개시 이후 내내 부진한 경기력과 성적을 보였고, 결국 마지막 두 경기에 본선 진출 실패 가능성을 남긴 채 경질 결정이 내려졌다. 올림픽 대표 팀, 20세 이하 대표 팀 모두 ‘소방수’로 투입했던 신태용 감독이 이번에도 선임됐다.
신태용 체제는 2016년 리우 올림픽과 2017년 FIFA U-20 월드컵은 조별리그를 통과했지만 월드컵은 수준이 다른 무대였다. 독일과 3차전에서 희망을 보여줬지만, 잡을 수 있었던 스웨덴, 멕시코와 1,2차전의 시행착오와 패배로 16강에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 “잘라야 할 때 못 자르고, 버텨야 할 때 못 버텼다”
대표 선수로 세 번의 월드컵을 경험했고, 현재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인 이영표는 대표 팀의 2연속 월드컵 실패가 감독 선임과 경질 과정의 판단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즉, 대표 팀의 운영 주체인 대한축구협회의 판단력이 미비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이다.
“잘라야 할 때 못자르고, 버텨야 할 때 못 버텼다. 대표 팀 감독을 선임하고 해임하는 문제에서 잘 못 했다.” 조광래 감독 체제까지 선수 생활을 한 이영표는 “조광래 감독은 믿고 가야 했고, 슈틸리케 감독은 더 빨리 잘라야 했다”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했다.
대한축구협회는 객관적으로 면밀한 검증 없이 감독을 선임하고, 해임했다. 선제적으로 진단하고 결정한 것이 아니라 여론에 등 떠밀려 경질을 결정했다. 선임 과정에도 최적의 감독, 최선의 감독이 아니라 예산에 맞춰 그나마 나은 감독을 데려왔다.
예산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돈을 쓸 수는 없는 일이지만, 대표 팀의 성적과 흥행이 협회 마케팅과 스폰서십 수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와중에 투자를 위한 판단이 미비했다. 그 결과 두 번 연속 유명한 젊은 감독에게 대회 1년 전 지휘봉을 맡기고 예견된 시행착오에 허우적거리다 실패하게 됐다.
히딩크 감독과 아드보카트 감독 체제 아래 함께했던 코치진과 선수들이 좋은 지도자로 성장한 사례를 보거나, 허정무 감독을 예선 내내 믿어준 좋은 전례가 있는 상황이었다. 한국은 1986년부터 2018년까지 무려 32년이나 월드컵 본선에 나왔는데, 그 노하우를 하나도 쌓지 못했다.

◆ 노하우 잃고, 검증도 없고…주먹구구식 감독 선임-해임
한 축구 관계자는 “마치 처음 월드컵에 나오는 팀처럼 준비한다”고 통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 월드컵 감독을 맡는 이들이 심지어 1년 전에 맡아 준비했기 때문에 문제를 만나는 게 자연스럽다. 심지어 그런 어려운 경험을 겪은 홍명보 감독도 지키지 못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지탄 받은 핵심 선수들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지탱하는 든든한 구심점으로 기능했다.
이영표는 “경험을 쌓은 이들을 책임 진다는 이유로 다 내보내니 실패의 경험을 한 이들도 다 사라졌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인물이 와서 또 실패한다. 그러면 또 나간다. 악순환”이라고 했다.
유소년 육성 투자, 국내 리그 활성화라는 축구 발전의 모범답안을 수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만큼 중요한 것은 국민적인 관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대표 팀이 인기를 유지하고, 흥행성을 갖는 것이다. 이를 통한 수익으로 한국 축구 전반과 기반의 투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대한축구협회는 그런 대표 팀과 월드컵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
예선부터 본선까지 4년 간의 플랜과 이 플랜을 수행할 선임 가능한 최고의 감독과 스태프를 꾸려야 한다. 그러지 못한 사이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가 남긴 유산이 고갈됐다. 30년이 넘게 쌓인 노하우가 사라지고 바닥에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은 신태용 감독의 가능성과 한계를 확인한 것이 아니라, 대한축구협회의 대표 팀 운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확신으로 만들어준 대회가 됐다. 대한축구협회는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기술위원회를 국가대표선임위원회와 기술위원회로 분리했다. 김판곤 선임위원장이 체계적으로 대표 팀 감독 선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시스템을 구축해도, 실제로 어떤 수준의 감독을 후보군에 올리고, 데려오느냐의 큰 줄기는 예산 투자의 최종 결정권이 있는 정몽규 회장에 있다. 아무리 검증을 열심히 해도 정몽규 회장이 만든 틀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이영표는 “지금 혁명적 변화를 하지 않으면 4년 후도 똑같을 것이다. 이번에 16강에 올라갔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협회는 당장 신 감독 체제로 쌓은 노하우를 어떻게 활용할지,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의 4년 플랜은 어떻게 구축할지 확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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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 기자 hjh@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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