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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고 해” 염경엽 믿음과 스나이더

작성일: 2015.08.21 06:00 박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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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현철 기자] “그동안 해 왔던 미국식 야구 외에도 동양식 야구. 세세한 면까지 생각하고 뛰어야 한다는 점을 주문하고 있다.”

31개의 볼넷을 얻는 동안 그가 당한 삼진은 102개. 힘은 확실한 데 방망이를 헛돌리고 물러나는 경우도 수두룩했다. 기록만 보면 스프링캠프에서 부탁했던 내용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시즌 초반에는 실제로 부진했으나 감독은 그를 믿고 기다렸고 승리가 필요했던 경기에서 4삼진 후 극적인 끝내기포로 팀을 살렸다. 넥센 히어로즈의 외국인 좌타 외야수 브래드 스나이더(33)의 활약에는 염경엽 감독이 한 시즌을 염두에 두고 이어 온 믿음이 있다.

스나이더는 20일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SK 와이번스전에서 2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장해 6타수 4삼진을 기록했다. SK 선발 김광현의 포심-슬라이더에 타이밍을 못 잡고 선풍기 스윙을 일관했던 스나이더. 그러나 12회말 전유수의 포크볼을 그대로 당겨 우월 끝내기 솔로포로 연결하며 팀의 4-3 승리를 이끌었다. 덕분에 넥센은 19일 kt전 9-10 믿을 수 없는 끝내기 패배의 상처를 치유하고 2연패에서 벗어났다.

스나이더는 지난 시즌 도중 LG 유니폼을 입었으나 부상과 슬럼프로 페넌트레이스 37경기 0.210 4홈런 17타점에 그쳤다. 그러나 NC와 준플레이오프, 넥센과 플레이오프에서 8경기 0.433 2홈런 6타점으로 맹타를 보였다. 스나이더의 맹타에 간담이 서늘했던 넥센은 시즌 후 스나이더가 LG에서 방출되자 곧바로 접근해 영입했다.

지난해에도 스나이더는 선구안이 안 좋은 편이었다. 31삼진을 당하며 그가 얻은 볼넷은 불과 9개. 선수 스스로 “KBO리그 모든 구장에서 홈런을 때려 낼 수 있는 것이 내 장점”이라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선구안이 안 좋은 타자는 KBO 리그에서 성공하기 쉽지 않다. 때마침 강정호(피츠버그)의 이적으로 거포가 필요했던 염 감독은 스나이더에게 “동양 야구에 맞게 생각하고 스윙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데다 좋지 않은 선구안을 지닌 스나이더인 만큼 노림수 타격을 연일 강조했다.



개막 첫 한 달 동안 스나이더는 17경기 0.184 홈런 없이 8타점으로 부진했다. 자연스레 퇴출 이야기가 피어올랐다. 그러나 염 감독은 칼을 꺼내 잘라 내지 않고 스나이더를 퓨처스리그로 내려보내 조정기를 갖게 하고 잠시 휴식기를 주기도 했다. 팀워크를 해친다거나 불성실한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재활 과정에서 보았던 스나이더는 원만한 성품을 지닌 대신 쉽게 의기소침하는 면모를 보였다. 염 감독은 스나이더가 주눅들지 않도록 매서운 채찍 대신 따뜻한 믿음을 잃지 않았다.

신뢰는 헛되지 않았다. 6월 12경기 0.314 5홈런 13타점으로 타율은 물론 장타 능력도 좋아진 스나이더는 20일 현재 올 시즌 82경기 0.294 18홈런 54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선구안은 여전히 좋은 편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투수에게 손쉽게 당하는 타자도 아니다. 스나이더의 타석당 투구수는 4.15개로 규정 타석을 채운 10개 구단 타자들 가운데 10위다. 넥센 타자들로 따지면 김하성(4.20개, 7위)에 이어 두 번째. 더욱이 점차 생각하고 스윙하는 빈도가 높아진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

경기 후 스나이더는 SPOTV와 인터뷰에서 “타석에 서기 전 포크볼을 염두에 뒀다. 조금 높게 날아온다면 큰 타구를 날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마침 그 공이 왔다”며 노림수 타격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끝내기 홈런 직전 4개의 삼진을 당한 것은 자랑이 아니지만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염 감독이 누누이 강조했던 '생각하는 스윙'을 스나이더가 결정적인 순간 보여줬다는 걸 알 수 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맹타 비결을 묻자 스나이더는 “자신감이 가장 큰 이유였다. 비록 페넌트레이스 때는 부상과 부진으로 점철된 시간을 보냈지만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내가 활약할 시간이 왔다'고 마음을 다잡고 한 결과가 굉장히 좋았다”고 밝혔다. 시즌 초반 부진으로 조기 퇴출됐더라면 스나이더의 최근 활약도 없었을 것이다. 염 감독의 믿음 속에서 점차 제 장점을 유감 없이 보여 주고 있는 스나이더는 남은 시즌 어떤 공헌도를 보여 줄 것인가.

[사진] 스나이더 ⓒ 한희재 기자
 
[영상] 스나이더 끝내기포 ⓒ 스포티비뉴스 영상편집 송경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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