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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의 SK랩북] 도발적인 물음, 문승원은 이제 대답할 준비를 마쳤다

작성일: 2019.03.31 08:00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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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승원은 시즌 첫 등판에서 인상적인 투구로 시즌 기대감을 높였다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너 언제까지 5선발 할래?”

지난해 7월 22일 롯데전. SK 우완 문승원(30)의 이름 앞에는 패전이라는 단어가 붙었다. 2⅔이닝을 던지며 홈런 세 방을 맞은 끝에 6실점하고 조기 강판당했다. 직전 경기 성적도 썩 좋지 않았던 편이라 문승원의 마음도 심란했다. 그때 손혁 SK 투수코치가 얼굴을 바꿨다. 평소의 형님 이미지를 버리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너 언제까지 5선발 하고 있을래?”라고 선수를 몰아붙였다.

문승원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치고 올라갈 타이밍에 오히려 고꾸라지는 자신의 처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딱히 반박할 말이 없기도 했다. 주위에서는 “리그 최고의 5선발”이라고 치켜세웠지만, 어쩌면 성적은 딱 5선발 수준이었다. 4월 평균자책점은 4.40, 5월은 4.88, 6월은 4.94, 7월은 5.79로 계속 오르고 있었다. 승운이 따르지 않은 경기가 있었다고 해도 승리보다는 패전이 더 많았다. 이제 문승원은 손 코치의 질문에 답을 찾아야 했다.

약속은 지켰지만… 더딘 성장에 답답했던 코치

문승원은 지명 당시부터 완성형 선발로 성장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은 재목이다. 기본적으로 빠른 공을 갖췄고, 다양한 변화구를 던질 수 있다. 5이닝 이상을 거뜬히 소화할 만한 체력도 있다. 많은 지도자가 문승원의 매력에 주목했다. 2017년에는 드디어 팀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문승원은 매년 시즌이 시작될 때마다 “작년 성적보다는 조금씩 더 나아지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약속은 지켰다. 2017년 29경기에서 6승12패 평균자책점 5.33을 기록한 문승원은 2018년 31경기에서 8승9패 평균자책점 4.60을 기록했다. 한결 나아진 성적이었다. 돌려막기가 만연한 리그 5선발 자리에서 시즌을 완주했다는 자체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받을 만했다. 그러나 여기에 만족하지 못한 인물이 하나 있었다. 바로 손혁 코치였다.

손 코치는 “밖에서 봤을 때 무조건 10승 이상이 가능한 공이라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지금도 생각이 달라진 게 없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가지고 있는 것, 그리고 손 코치의 기대치에 비하면 오름세가 더디다고 생각했다. 특히 로테이션 잔류에 안주하면 끝장이라고 봤다. 지난해 여름 상황이 딱 그랬다. 작정하고 문승원에 쓴 소리를 한 이유다.

손 코치는 “문승원이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고민과 노력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면서도 “너무 고민이 많다는 게 단점이었다. 고집도 있었다”고 했다. 더 발전하려면 고칠 것은 고치고, 또 때로는 더 대범하게 던져야 했다. 손 코치는 기술적인 보완보다는 그런 생각을 심어주려 노력했다. 문승원도 달라졌다. 문승원은 “그때 그 말씀을 들었을 때 내 성질대로만 야구를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곱씹었다.

마음가짐이 바뀌었고, 동기부여는 더 커졌다.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5선발에 안주하면 안 됐다. 지난 플로리다 캠프에서 문승원은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공을 던졌다. 문승원은 “제구보다 좀 더 확장된 개념인 커맨드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커맨드는 스트라이크·볼과는 관계없이 자신이 던지고 싶은 곳에 공을 던지는 능력이다. 스스로 이것이 부족하다고 봤다.

▲ 한국시리즈 경험으로 자신감을 얻은 문승원은 생애 첫 두 자릿수 승수에 도전한다 ⓒ곽혜미 기자

더 강해진 심장, 더 냉정해진 머리… 강렬한 출발을 만들다


말은 많지 않았다. 투구에만 집중했다. 하루는 모든 구종을 바깥쪽 하단에만 던졌다. 하루는 다른 코스에 던졌다.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계속 파고들었다. 성과는 있었다. 문승원은 “지난해 한국시리즈라는 큰 경기에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 자신감과 멘탈적인 부분이 좋아졌다”면서 “캠프에서 연습하며 확신이 생겼다”고 했다. 실제 플로리다 캠프에서 문승원의 공을 받은 포수들은 공통으로 이런 말을 했다. “미트를 갖다 댄 곳에 그대로 온다”고.

그런 문승원은 지난 28일 인천 LG전에서 시즌 첫 등판을 했다. 투구 내용은 강렬했다. 8이닝 동안 1피안타(1피홈런) 1볼넷 8탈삼진 1실점 역투로 LG 타선을 틀어막았다. 승리는 없었지만 문승원은 노디비전이 확정되는 순간에도 웃었다. 자신의 투구 내용에 대한 만족감이 컸다. 손혁 코치는 “홈런 안 맞았으면 (노히터 때문에) 바꾸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껄껄 웃었지만, 문승원은 “(1회) 이형종에게 홈런을 맞은 덕에 더 좋은 투구를 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손 코치는 발전의 조짐이 보인다고 칭찬이다. 손 코치는 “어쨌든 문승원의 결과가 좋았던 날을 분석하면 커브가 잘 됐던 경기가 많다. 자기도 모르게 커브로 스트라이크를 잡으려고 하는데 세게 던지며 떨어뜨리기만 하면 더 좋은 투구가 될 것이다”라면서 “고민이 많은 선수인데 이제는 조금씩 대담해지는 느낌이 온다. 실투도 작년보다 줄었다”고 빙그레 웃었다.

준비한 것은 더 있다. 세트포지션에서의 대처 능력이다. 문승원은 와인드업 상황과 세트포지션 상황에서의 편차가 컸다. 때문에 주자가 있을 때 집중타를 맞는 경우가 많았다. 잘 던지다가도 빅이닝을 내줬던 이유다. 올해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비시즌 동안 심혈을 기울여 연습했다. 생각도 바뀌었다. 문승원은 “주자가 내보내면 최대한 점수를 안 주려고 피칭했다”면서 올해는 편안하게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이처럼 지난해 7월의 문승원과 지금의 문승원은 고작 몇 개월 사이에 다른 투수가 되어 있을지 모른다. 답은 찾았을까. 그 발언을 다시 물었다. 문승원은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라고 대번에 떠올리면서 “한때 5선발이라는 단어가 신경 쓰이기도 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내 위치에서 할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원론적으로 말했다. 그러나 준비를 철저히 한 덕인지 올해를 두고 “설렌다”고 말하는 문승원이다. LG전 투구내용은, 손 코치의 도발적인 질문에 이제는 문승원이 대답을 할 준비가 됐음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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