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준도, 갤러리도…돌처럼 굳었다가 소년처럼 웃었다(영상)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URL복사
3라운드까지 2위 그룹을 멀찌감치 따돌린 단독 선두. 둘째날을 마쳤을 땐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36홀 최소타 기록(126타)을 새로 썼다.
그만큼 샷 감각이 절정이었다. 무난한 우승이 예상됐다.
최종 라운드 반환점을 돌면서 골프계 격언 하나가 떠올랐다. '우승은 하늘이 점지해 주는 것.'
골프에서 1승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지난달 30일 경남 양산에 모인 오륙백 명은 피부로 실감했다.
호주 교포 이원준(34)이 KPGA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프로 데뷔 13년 만에 밟은 정상.
쉽지 않았다. 1m 파 퍼트에, 3m 버디 퍼트에 지옥 문턱을 들랑날랑했다.
이원준 표정에 갤러리 마음도 변사했다. 이랬다저랬다 변덕스러웠다. 홀마다 탄성과 탄식이 오갔다.

데뷔 10년이 넘은 골퍼도 감정을 못 숨길 만큼 아쉬운 플레이였다.
서형석(22, 신한금융그룹)이 이 홀에서 버디를 뽑자 상황이 급물살을 탔다. 5로 시작했던 타수 차가 1로 줄었다. 에이원컨트리클럽이 살얼음판이 됐다.
운도 따라주지 않았다. 16번 홀에서 버디 퍼트한 공이 홀 끝에 걸쳤다. 종이 한 장 차이로 구멍 바로 앞서 멈췄다.
"조금만 기다려보라" "깃발 빼면 들어간다" 목소리가 갤러리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규정대로 10초를 기다렸다. 공은 그러나 미동도 없었다.
이원준은 허탈해서 웃었다.
갤러리도 웃었다. 쓴웃음이었다. '이러다 정말 다 잡은 우승 놓치는 건 아닌지' '13년 기다렸는데 우승 한 번 하지' 분위기가 경기장에 퍼졌다. 중립을 지키면서도 측은지심이 발동한 무드였다.
17번 홀에서 서형석에게 동타를 허용했다. 표정을 못 숨겼다. 돌처럼 굳었다. 2m 파 퍼트를 놓친 대가는 컸다.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불리한 경사를 딛고 우승을 확정지었다. 우는 어머니와 웃는 아내를 끌어안고 입꼬리를 올렸다. 포효했다. 군중도 환호성을 터트렸다. 함께 웃었다.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골프하는 아들 탓에) 너무 고생하셨다. 한(恨)을 조금 풀어드린 거 같다. 그게 (우승 못지않게) 기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190cm 거포가 뱉는 묵직한 사부곡에 듣는 사람 눈도 뜨거워졌다.
울고 웃고 안타까워하고 기뻐했다. 집단이 한마음을 보였다. 이원준 감정 그래프를 정확히 따랐던 하루 전 에이원CC였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 임창만 영상 기자
관련 추천 기사
SPORTS TIME(구) 관련 기사
추천 콘텐츠
-
‘충격 오피셜’ 세계랭킹 13위 ‘코카인 마약 양성 반응’…무기한 자격 정지 처분 “큰 실수, 전적으로 내 책임” 테니스계 발칵
2026-08-20
-
"2000만 달러 가장 잘못 쓴 사례" 145년 전 선수와 비교라니, 김하성 기록 어떻길래…그래도 희망 있다, 가을야구에서 뒤집는다면+경쟁자도 부진
2026-08-20
-
[오피셜] '대충격' 현역 선수가 마약 적발이라니, '윔블던 준우승 스타' 코카인 양성 반응…"엄청난 실수, 모든 책임 지겠다" 선수 생활 최대 위기
2026-08-20
-
[SPO 현장] 조성환 감독 “스탠드에서 바라본 선수들, 오늘 경기보고 많이 느꼈으면”…A팀에 쓴소리 작심발언 쓴소리일까
2026-08-19
-
[SPO 현장] 코리아컵 8강 진출하고 팬들께 “죄송하다…” 이영민 감독이 고개 숙인 이유는?
2026-08-19
-
'걸그룹 비주얼' 더 빛난다…日 배드민턴 천년돌, 2주 연속 우승하더니 세계선수권까지 → 첫판부터 32분 만에 완승
2026-08-19
많이 본 기사
-
前 KIA 위즈덤 미쳤다, 이러다 21세기 기록까지 깨나… 전광판 직격 초대형 홈런, 맞으면 넘어간다
2026-08-10
-
한국 아이돌 비주얼, 한국 잡는 실력까지…日 배드민턴 초미녀, 코리아마스터즈서 韓 혼합복식 제압 → 2주 연속 우승
2026-08-10
-
안세영에게 '세계선수권 5회 메달리스트' 온다…"17년 만에 안방 개최인데 우승길 험난" 인도 언론은 한숨→홈 이점+시드 호재 얻은 'WC 강자'와 준결승 빅뱅 가능성
2026-08-10
-
문동주 걱정에 울었던 왕옌청, 10승 후 또 MOON 떠올렸다…참 멋진 두 남자의 우정
2026-08-05
-
원태인vs김백산 치열한 진실 공방?…"너 거짓말 좀 하지 마"-"밥 언제 사주실 거예요?"
2026-08-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