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세계선수권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훈련을 열심히 해서 점프 성공률을 높여야 할 것 같아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제가 연습한 만큼 보여 주면서 즐겁게 스케이트를 탔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피겨스케이팅 여자 국가 대표 '맏언니' 박소연(19, 단국대 입학 예정)이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개인 최고 점수를 받았다. 박소연은 2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막을 내린 2015~201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4대륙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총점 178.92점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종전 개인 최고 점수인 176.61점(2014년 세계선수권대회)을 넘으며 여자 싱글 4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서 박소연이 받은 178.92점은 김연아(26) 다음으로 한국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선수가 국제 대회에서 기록한 높은 점수다. 이번 4대륙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정상에 오른 미야하라 사토코(17, 일본)가 받은 214.91점과는 큰 차이가 난다. 그러나 2년 만에 자신의 개인 최고 점수를 갈아 치우고 180점대에 근접하는 성과를 남겼다.

3위에 오른 혼고 리카(20, 일본, 181.78)와 점수 차는 2.86점이다. 프리스케이팅에서 실수가 나오지 않았다면 메달권 진입이 가능했다. 22일 저녁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박소연은 "이번 대회에서도 실수가 있었지만 최고 점수를 받아서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깝게 메달을 놓친 점에 대해 그는 "아쉬웠지만 내가 실수해서 그렇게 나왔다. 다음에는 더 열심히 연습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노비스(13세 이하) 시절부터 박소연은 국내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010년 만 13세의 나이에 당시 최연소 국가 대표가 된 그는 큰 기복 없이 꾸준하게 성장했다. '동갑내기 맞수'였던 김해진(19, 이화여대 입학 예정)과 경쟁하며 성장한 그는 2012년 ISU 주니어 그랑프리 터키 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2014년에는 처음 출전한 시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9위를 차지했다. 김연아 이후 처음으로 이 대회 10위 안에 진입하는 성과를 올렸다. 지난해 전국남녀종합선수권대회에서는 정상에 오르며 한국 여자 싱글 간판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올해 종합선수권대회에서는 5위에 그쳤다. 피겨스케이팅 유망주 3인인 유영(11, 문원초) 임은수(12, 응봉초) 김예림(12, 군포양정초)의 돌풍에 가려졌다. 올 시즌 그랑프리 대회에서도 상위권 진입에 실패하며 슬럼프에 빠졌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부활의 날갯짓을 펼쳤다.

이번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박소연은 쇼트프로그램 구성에 변화를 줬다. 첫 점프였던 트리플 살코-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 대신 트리플 러츠를 먼저 뛰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실수가 잦았던 그는 이번 대회에서 모든 요소를 깨끗하게 해냈다.

박소연은 "쇼트프로그램에서 늘 실수가 잦았다. 이 대회 이전에 쇼트프로그램에서 점프 구성을 바꿨다. 점프 구성을 바꿔서 그런지 그전보다는 살짝 부담이 덜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회에서 잘했지만 앞으로 중요한 대회가 남았다. 프로그램 완성도를 높여서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좋은 경기를 보여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소연은 쇼트프로그램에서 트리플 러츠를 먼저 뛰는 것이 편하다고 밝혔다. 어느덧 시니어 3년째가 된 그는 세 번째 세계선수권에 도전한다. 올해 세계선수권대회는 다음 달 말 미국 매사추세츠 보스턴에서 열린다.

4대륙선수권대회와 비교해 세계선수권대회의 수준은 한층 높다. 여자 싱글 무대를 장악하고 있는 러시아 선수들이 출전한다. 이번 대회 우승자인 미야하라는 물론 '백전노장' 아사다 마오(26, 일본)도 무대에 선다. 이번 대회에서 자신감을 얻은 박소연은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내가 연습한 만큼 보여 주고 싶다. 부담감을 덜고 즐겁게 스케이트를 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소연의 최종 목표는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이다. 올림픽까지 남은 2년 동안 큰 부상 없이 기량을 끌어올리는 것이 그의 과제다. 올 겨울 한국 피겨스케이팅은 유망주들의 등장과 '언니들'의 선전이 함께 펼쳐지고 있다.

[영상] 박소연 인천국제공항 귀국 인터뷰 ⓒ 촬영, 편집 스포티비뉴스 김용국

[사진] 박소연 ⓒ 스포티비뉴스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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